처음에 여름캠프에 대한 단체장회의에서 강촌과 래프팅, 그리고 도보성지순례..
이 3가지 중에서 투표를 했다. 준비기간은 2달여밖에 남질 않았다.
뜬금없이 도보성지순례를 강력히 추천하신 비오학사님이 그 땐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다.
8월이면 휴가철인데, 그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뭐하러 땀범벅이 되어 고생을 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갔다.
인상을 찌푸리며 강력히 반대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치도 않게..
강촌 2표...
래프팅 3표..
도보성지순례 6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는 기분....
그러나..
가족들과의 휴가가 14일~16일까지 잡혀있는지라 어쩜 안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하지만 주위에서 날 데꾸가야한다는 목소리에 흔들리기 시작..
으....
유진이는 알 것이다.
내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는지..
또다시 맘을 잡고, 다시 내린 결론..
일생에 한번 이상은 하기 힘들 기횐데.. 우리나이(!)에 언제 또 해보겠냐..
이런 많은 우여곡절끝에 도보성지순례를 가겠다고 신청을 했을 때,
솔직히 많이 떨리고 겁이 나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14일, 사전모임 때....
정말로 '인내'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인내조만 되지말아라 하고 속으로 엄청나게 기도를 하며...
조편성 제비를 뽑는 순간.. 내 손에 들려있는 단어는...
다름아닌 "인내"...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고, 절망 그 자체였다.
어떤 자매님 2분이 나에게, 넌 분명히 인내조가 될것 같다는 말이... 그대로 이루어진것이다..
참을성 없는 나에게 인내심을 키우라는 하늘의 뜻이었나보다.
출발하는 날까지, 버스에 탑승을 하고, 아무런 생각없이 놀러가는 기분으로 옆에 친구들과 떠들고 했지만,
드디어 솔뫼성지에 도착했을 땐 갑자기 빨라지는 심장박동과 밀려오는 두려움을 금할수가 없었다.
이윽고, 솔뫼성지에서 첫 도보를 시작했을 때, 배급받은 생수통과 소금, 그리고 비타민..
가다가 쓰러지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며 얼른 받아 먹었다.
엄청나게 겁을 먹으며 걷기 시작했을 때, 우리 인내조 사람들이 해준 많은 격려...
다들 내가 젤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ㅡ.ㅡa
위험한 도로를 따라 좌로 밀착~ 우로 밀착을 외치며 스스로 달래면서 열심히 걸었다.
첫 목적지인 합덕성당..
아직도 왜 왔는지 모를만큼, 성지 소개해주신 사무장님의 말씀이 왜 저리도 지겹고 짜증이 나는지..
그러나 잔디밭에서 수박을 먹으며 쉬는 동안, 나에게 힘이 되어준 어떤 형제님의 말씀,
"이야~ 레아 잘 걷네~"
곧이어 다시 도보는 시작이 되고, 신리공소까지만 가면 된다라고 스스로에게 격려를 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길...
4.2km밖에 남지 않았다는 비오학사님의 말..
저녁 8시가 다 되어 신리공소에 도착했을 때, 우릴 기다리던 육개장....
그러나, 다들 맛있게 먹는데 왜 난 아직도 짜증이 나 있는지 입맛이 영 나질 않았다.
밥을 대충 먹고 신리공소에 대한 수녀님의 말씀을 들으며 조금씩 마음이 진정되는 나를 발견하였다.
모진 박해를 받으며 사형날짜만을 기다렸던 순교성인들..
그 당시 그 장면을 생각하며 잠시 묵상을 했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오늘하루 짜증내며 걸었던 나의 모든 행동을 반성했다.
짐을 푼 후, 비오학사님이 준비하신 몇몇게임과 포크댄스를 재밌게 한 후...
찬물에 대충 씻고 마니또에게 편지한 장을 쓴 후, 점점 밀려오는 피곤과 졸음..
그러나, 내일은 더욱더 힘들고 긴 여정, 공포의 한티고개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는 두려움..
걱정반, 기대반으로 잠이 들었다..
둘째날,
아침식사로 빵과 우유.
빵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거 안 먹을수도 없고 정말....
결국엔 반쪼가리만 먹고 따로 챙겨간 비타민으로 버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간단한 준비운동을 마친 후 또다시 "짝짝짝짝짝~ 아싸 인내!" 를 외치며 7시부터 걷기 시작.
하늘에 잔뜩 낀 구름을 보니 오늘 날씨는 덥지 않을거 같았다.
1시간 반쯤 걸은 후 도착한 고덕공소에서 약 20분간의 휴식을 취한 후, 덕산성당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맛있는 제육덮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랴..
아직까지는 다리에 별 무리가 없다.
11시 반 쯤 도착한 덕산성당에서 간단한 기도와 묵상을 한 후, 야외에서 먹는 제육덮밥..
어제 저녁과는 다르게 입맛이 돈다.
접시하나 가득 담겨진 제육덮밥을 뚝딱~ 해치웠다..
먹고나서 밀려오는 졸음..........
차가운 땅바닥에 팔베게를 하고누워..... 열심히 발맛사지를 하며....^^
운동장에서는 남자들이 족구를 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체력인지....
약 1시간30분가량의 긴 휴식을 취한 후, 또다시 시작되는 도보...
거기서부터는 차를 타고 가는 비오학사님이 어찌나 부러운지..(비록 낙오자명단에 올랐지만..ㅋㅋ)
드디어 한티고개로 가는구나.....
얼마나 걸어갔을까...
갑자기 시작되는 다리의 통증...
골반이 아파오고 다리가 저려오고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으헉.. 벌써 이러면 안되지... (내 다리 내놔~~ )
길은 계속 오르막길.....대체 몇시간이나 걸어갔을까..
드디어 도착한 한티고개 입구..
갑자기 울컥~하며 쏟아질듯한 눈물.. 그러나 꾸욱~ 참고...
다리에 에어파스 뿌리며 열심히 발맛사지를 했다.
그러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한티고개.....
정말이지 그 자리에서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비오학사님의 말...
아픈 다리를 이끌고.. 한티고갯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숨은 차오고.. 다리는 더 아파오고.. 이젠 머리까지 아프기 시작...
내 뒤를 따라오던 수경..
"언니, 많이 힘들어요?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언니 화이팅!" 란 말이 날 다시 일으켰다.
공포의 한티고개의 정상에 올랐을때의 그 쾌감!
많이 힘들었지?하며 다독거리듯 불어주던 시원한 바람... 크으 ~~~
"친구야, 네가 자랑스럽다"라며 용기를 북돋아주던 유진이의 고마운 말 한마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온몸에 땀을 말린 후, 내려가서 먹은 쭈쭈바. 세상에서 젤 맛있었다.
해미성지로 향한 첫 발걸음은 웬지 가벼웠다.
위험한 큰 도로를 첨병의 안내에 따라 걸어가며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해미성지에 도착.....
우와~~
디기 이뿌다~~~~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넓직~~한 숙소!
찬물로 말끔히 샤워를 한 후, 갈비탕으로 저녁을 먹은 후, 우리만의 미사....
그리고 맥주한 잔의 기쁨...
마지막밤이니만큼 아쉬움도 컸다.
오늘은 11시간이나 걸었다. 정말 오늘 그 힘겨운 코스를 완주한 내 자신이 너무나도 대견스럽다.
마지막으로 몇몇사람들에게 편지를 쓴 후...
달콤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셋째날,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기뻤다. 덥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해미성지의 유해안치실과 성당안에서 잠시 묵상을 한 후,
짐정리를 하고 다락골로 향했다.
얼마만에 타보는 버스냐.....
1시간쯤 지난 후 도착한 다락골 입구..
짧은 고개 하나만 넘으면 되는데..
이제 더 이상 내 다리는 내 다리가 아니다.
내 다리는 버튼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같았다.
비오학사님한테 많이 듣던 다락골 줄무덤 성지....
주일미사를 봉헌하며... 신부님의 재미난 강론을 들으며...
맛있는 비빔밥도 한 대접 뚝딱 해치우고...
다리가 너무 아파 줄무덤 정상에는 정말 올라가기 싫었는데...
(장)재훈이의 도움을 받아 힘들지만 조금은 쉽게 오를수 있었다.
줄무덤에 관한 비오학사님의 설명을 대충 들은 후....................
돌아가는 버스 안에선 어찌나 곤하게 잤는지....
배가 고파 휴게실에 들러서 간식거리를 잔뜩 사서 먹은 후,
7시쯤 도착한.. 낯익은 우리 동네...^^
성당에 들어가 조별 롤링 페이퍼를 한 후..
마니또 발표와 평화의 인사.....
이번 평화의 인사 할 땐 안 울어야지..하고 다짐을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나에게 다가올수록 자꾸 터지는 눈물...
에라..나도 모르겠다... 그냥 흘려버렸다.
저번 피정 때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해냈다는 기쁨과... 타인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던 내 자신...
나를 신경 써주고 사랑해주는 모든 사람들..
지금 안하면 또 언제해보냐며 나 때문에 고생많이 한 영원한 친구 정언이..
몇주전부터 꼭 같이 가야 한다며 신경많이 써준 이쁜 수경이..
생일인데 축하해주러 꼭 와야한다는 재명이..
갈지말지 같이 고민하던 끝에 한번 도전 해보자던 유진이..
작년 캠프때 처음만나, 이번 캠프에도 같이 하자던 경옥이..
매일밤 온몸 맛사지를 해준 혜정이..
같이 걸으면서 뒤에서 화이팅을 외치며 많은 힘이 되어 준 장범이...
그리고 우리 인내조에 유일한 여자 파트너인 은영언니..
그 외에 저를 신경써주시고 같이 가자고 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그리고 회장님과 비오학사님... 저를 그냥 떼어놓고 갈수도 있었는데...
저 많이 미웠죠? 너무 감사했어요! 앞으로는 빨딱빨딱 말 잘 들을께요^^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하는지...
타인에 대해서 배려할 줄 아는 방법...
정말 고생하며 힘들었던 순례의 길을 걸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준비해주신 여러 스탭들, 고생하신 첨병들.. 너무너무 감사하구요,
저희를 위해 기도많이 해 주신 신부님, 수녀님, 분과장님, 부분과장님,
그리고 좋은 시간과 좋은 날씨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 올립니다.
이제 다들 일상생활로 돌아가셨을텐데요..
우리 항상, 지금의 그 좋은 감정, 계속 쭈욱~ 간직하시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여러분!!!
마니마니 사랑합니다~~~ ♡
PS)
1)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제가 투덜이명단+예상낙오자명단에 올랐더군요.
투덜거리긴 했어도 저, 끝까지 완주했어요! ㅡ.ㅡa
2)
레지오 단원을 대표해서 참석했던 장범이를 위해서 기도 많이 해주세요!
오늘 오후 3시 30분 대한항공편으로 중국 천진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지난 봄, 사스때문에 들어왔다가 다시 복귀하는데요,
이번에 들어가면 4년동안 나오기가 어렵답니다.
장범이가 무사히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여러분의 꾸준한 기도 부탁드릴께요.
3) 이번 도보성지순례에 같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기도로써 함께해 준
레지오 단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루빨리 퇴원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성당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봅니다.
여러분 모두 사랑한다고 전해달랍니다^^
첫댓글 수고 마니 했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를거야 ..나는 경험을 못했쟎아 ..주님의 듯이 었던 것 같아 ...
그래..진짜 하루동안에 무진장 고민해대찌..머리에서 쥐나도록~ 근데 니가 썼던 잼난 단어 머여떠라...왜들 널 몬데려가서 안달이냐그 함서 썼었는뎅...기억력 조아지는 약좀 사주라~~!!괴롭당..괴로버~ 니가 일케 잘 해낼지 반신반의해따~!!자랑스럽당..칭구야!! 니가 투덜거린건 안다니? ㅋㅋㅋ(메롱)
"왜 다들 들러붙어서 난리야~~"....들러붙는다는 말 들을때마다 넘 우껴..ㅋㅋ
아주 담에는 그냥 버리고 갈꺼야.. 내가 사람들보고 좀만 더 기다려보자고 몇번을 이야기 했는지 아냐~~이 자슥아~~
완주 축하... 수고 많이 했어요...
ㅍㅎㅎ제친구하나 소개해줄까요~~?그 친구 별명이 투덜이 스머픈데~ 언니 수고했어요~~~!!!전 은근슬쩍 인내조가 되길 속으로 바랬었는데....왜냐구요~~~?젊어서고생은사서두한다~~!!
누나 넘 잘했어요.. 나도 솔직히 누나가 완주 할지는 몰랐음.. ^^ 이글 일고 나니깐... 정말... 멋지세요
누나!!정말로 수고하셨어여 누나 뒤에 걸으면서 걱정많이했는데...누나의 의지와 저력에 놀랐습니다 ㅋㅋ 제가 괜한걱정을 했었군요...^^
레아언니~~ 정말..해낼줄 알았어~~ ㅋㅋ 우리 회장님하고 뽑은 여털 1위였는데.. ㅋㅋ 언니 투덜거리는 거 못봤는데.. 진짜진짜~~ 언냐~~ 사랑해~~ 나낼도 출근하는데 꼬리말쓰다가 밤세겠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