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서울 교외의 관광도시로서 MT촌으로 유명한 강촌을 비롯해,
소양호, 의암유원지, 남이섬 등 각종 주말나들이 명소로 명성을 떨치는 곳이다.
여느 지역 중심도시와 마찬가지로 이 곳도 시외터미널과 고속터미널이 따로 나뉘어 있는데,
다른 어떤 지역들보다 두 터미널간의 격차가 굉장히 심각하다.
이마트 연계, 강원고속 본사 덕에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시외터미널과는 달리,
고속터미널은 찾기도 굉장히 힘들고 생김새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서울로 가는 노선이 없는 곳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굉장히 수많은 우여곡절을 끊임없이 겪고 있는 기구한 운명의 팔자다.
이마트와 연계된 시외터미널과는 달리,
고속터미널은 모래사장에서 반지 찾는 것 만큼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시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외곽 벽지에 있기 때문.
인구 26만명의 강원도 중심도시 터미널이 이런 곳에 있다고 하면 어느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정말로 고속터미널 입구의 풍경이 이렇다.
왜 개발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변두리에 고속터미널이 들어서게 된 것일까?
사연의 내막은 이렇다.
2002년 시외터미널이 지금의 자리(온의동)로 이전하면서 고속노선도 같이 이전하려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시외터미널 측에서 강렬하게 반발하여 결국 사용을 못하게 되었다.
시외터미널 측의 강렬한 반발로 퇴계동(종합운동장) 부근에 컨테이너 매표소를 짓고 간이정류장을 개업하였다.
공원부지에 간이매표소를 불법으로 만들어놓고 영업을 하던 것이어서,
고속터미널 존치 여부를 놓고 춘천시와 고속업체 측에서 몇 년 동안 끊임없이 줄다리기 싸움을 하였다.
고속노선(광주, 대구)을 이용하던 승객들도 고속터미널 이용이 너무 불편하다고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하였고,
주요 대로변 사거리에 '노상정류장'으로 영업을 하던 터라 도로 정체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결국 2007년 7월, 시외터미널 옆 자리로 이전해 지금까지 영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내막을 모르고 방문했을 때의 첫 느낌은 완벽한 '임시 간이터미널'이었다.
원 위치에서 쫒겨나 외지 공영주차장에 임시로 내몰린 듯한 모습.
실제로 '임시'의 느낌이 풀풀 나는 건물과 주차장의 생김새가 더욱더 그런 느낌을 살렸다.
미로찾기처럼 난해한 위치, 임시로 쌓아올린 듯한 건물, 공영주차장을 빌려쓰는 듯한 주차장...
계약을 맺고 임대하긴 했어도 매점에 TMO까지 있는 엄연한 '정식터미널'이다.
춘천에서 영업중인 노선은 대구, 광주행 단 두 편 뿐.
서대구-동대구행이 하루 11회, 광주행은 하루 4회 운행하고 있다.
시간표를 자세히 쳐다보면 뭔가 허전함이 크게 느껴지는데,
놀랍게도 이 곳에선 서울가는 고속버스가 단 한대도 없다.
대개의 고속터미널에선 서울행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파격적이다.
사실 강원도의 행정 중심지라고는 하지만 서울과의 거리가 100km도 채 안 될 정도로 무척 가까우며,
아직 서울로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없기 때문에 영업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상황.
올해 중으로 경춘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행 고속버스가 뚫릴 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경춘가도를 꽉 잡고 있는 지역업체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엄연한 고속터미널의 주차장이지만 실제로는 주민들이 공공연하게 이용하고 있다.
마을의 공영주차장을 빌려쓰는 듯한 인상이 강하게 느껴지는 광경.
어떻게 이런 곳에 저렇게 큰 고속버스가 들어올까 의구심마저 생길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로 옆의 시외버스터미널과 비교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원래는 저 자리에도 고속버스가 드나들어야 하는데...
서로가 너무나 대조되는 탓일까, 가슴 한켠에서 조그만 어떤 것이 뭉클하게 피어오른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라본 고속터미널 전경.
서울가는 노선이 없는 유일한 고속터미널,
단독주택 몇 채가 전부인 열약한 역세권,
너무나도 조그마한 건물과 주차장의 크기...
그러면서도 TMO까지 자리잡을 정도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터미널.
이래저래 흥미로움이 한가득 느껴지면서도,
번성이 불가능한 수준의 처절한 현실에 안타까운 미소를 띄어올린다.
첫댓글 춘천고속터미널은 터미널 운영사의 부지가 아니라 임대 부지 입니다. 현재 저 고속터미널도 차후 춘천IC 부근에 화물터미널을 기능을 포함한 종합터미널이 지어질때까지 한시 운영입니다. (현재는 5년 부지 임대계약)
사진 잘봤습니다.설날 춘천 고속 터미널을 이용했었습니다 예전 컨테이너 터미널 시절에도 이용해봤는데 정말 안쓰럽기까지 하더군요 예전엔 부산 노선도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맞어요 저부근 중학교나왔는데 중학교때 부산노선이 있었죠 현재 이마트 부지 부근에 터미널이 있었어요 부산 노선이 있었는데 기억나는건 천일고속을 종종 봤던기억이... 그당시 중앙고속도로도 없던 때라 대구 부산행 모두 경춘 국도 이용하다가 중부고속도로 경안IC이용해서 경부선타고 내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경춘고속도로가 개통된다 하더라도 고속업체에서 신규고속노선을 개통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것입니다. 강원/진흥의 센트럴시티 노선도 고속회사의 고속노선 개통을 막기위한 사전포석의 성격이 짙고, 고속도로가 개통된다면 여러 이해득실을 따져서 기존에 운행중인 동서울 직행노선을 포함해 강남노선도 고속으로 전환해버릴 가능성이 있죠. 그리고 고속터미널의 시외터미널 통합문제는 동대구 노선에 공배사로 참여하고자 하는 강원/진흥을 동부고속이 거부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통합이 안된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휴.. 안습의 춘천 고속터미널 ㅠ.ㅠ 서울 가는 노선만 있었어도 저렇게 파리 안날릴텐데요... 강원도인데도 강원/진흥의 텃세가 너무 세서인지 동부고속도 어쩔 도리가 없는 듯..... 최근에 춘천-동대구 노선 KD가 인수 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