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 한마당에서 마지막 순서로 낭독한 결의문입니다.
<결의문>
활동보조인의 권리는 활동보조인의 힘으로!
2007년 활동보조서비스제도가 시작되었다. 이는 장애인들의 피눈물나는 투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장애인은 활동보조서비스를 통해 외출을 하고, 사회활동을 하고, 가족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기 몸을 가꾸고 가사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제도의 시행과 동시에 하나의 직업군이 만들어졌다. 장애인활동보조인이 그 이름이다. 활동보조인은 장애인의 곁에서 그들의 손발이 되었다. 외출하는 장애인의 곁에 예전에는 자원봉사자와 가족이 있었다면 이제는 활동보조인이 그와 함께 가고 있다. 활동보조인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직업에 종사한다는 사실에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보람과 긍지도 잠시, 잘못된 제도로 인해 활동보조인의 고통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남들은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싸우고 있지만 활동보조인에게 최저임금은 부럽기조차 하다. 이용자의 말 한마디에 이유도 모르고 해고가 되어도 부당해고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일년을 일하나 5년을 일하나 시급은 똑같고, 이용자가 연결이 안 될 때는 고용이 되어 있어도 월급이 0원이다. 산재보험은 꼬박꼬박 내는데 몸이 아파 산재신청이라도 할라치면 퇴화현상이라고 퇴짜를 놓는다. 수당이라고는 심야와 공휴일에 겨우 천원을 받으면서 그것조차 이용자의 시간을 뺏을까봐 눈치를 보아야 한다. 복지부가 나서서 노동법 위반을 조장하고 있다는 건 이제 정부조차 인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차량 활보, 가족 노동 등 지침에 없는 활보를 수시로 강요받지만 복지부가 하는 말은 “지침대로” 한마디 뿐.
이렇게 열악한 노동조건은 남성들이 기피하는 일자리가 되어, 여성활동보조인이 남성장애인의 신변을 처리해야 하는 등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모두의 인권이 모두 위태로운 지경인데도 정부는 노동조건을 개선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한 이해부족과 무책임한 관리, 민간위탁을 통한 운영 방치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활동보조 현장 곳곳에서 상처가 곪아터지고 있는데 정부의 태도는 전혀 생뚱맞기만 하다. 장애인에게는 정부를 속여서 과도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며 서비스를 빼앗을 궁리에 여념이 없고, 활동보조인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라는 요구에 대하여는 “이것은 장애인을 위한 제도이니 당신들을 챙길 여력이 아직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나마 개선이라고 내놓는 내용마다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의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내용 뿐이다.
현실이 이러한 지경인데도 정부는 이 제도가 저예산으로 성공한 예라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활동지원서비스가 만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그것은 활동보조인들의 피눈물이 고여 있기 때문이지 정부가 운영을 잘해서가 아니다.
활동보조서비스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야 장애인들도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제까지 예산을 핑계로 활동보조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조건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것인가?
우리의 요구!
1. 진짜 사장 복지부가 활동보조인을 고용하고, 제도를 직접 운영하여 질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책임을 다하라.
1. 바우처를 통한 임금지급 방식을 폐지하고 월급제를 실시하라.
1. 활동보조인에게는 생활임금을, 장애인에게는 생활시간을 보장하라.
1. 장애등급에 따른 서비스 이용 제한과 본인부담금 폐지하라.
1. 예고 없는 연결 중단, 부당한 노동 강요, 차량 서비스 요구 등 현장에서 겪는 노동자들의 고통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1. 근골격계 질환을 산재로 인정하고, 활동보조인의 질병예방 및 건강관리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라.
1. 홛동보조인의 고충처리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기구에 활동보조인의 참여를 보장하라.
이제 우리는 다짐한다. 참고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처지가 좋아질 것이라는 환상을 벗고 우리의 권리는 우리의 힘으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되새긴다.
혼자서 불만을 얘기하면 불평이 되지만 여럿이 한 목소리로 외치면 권리가 된다. 그리고 우리는 권리를 요구한 자격이 충분하다. 비록 이름은 ‘보조인’이지만 우리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행복해야 장애인도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장애인이용자와 활동보조서비스 노동자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고 삶이 질이 나아지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전진할 것이다.
2012년 10월 20일
활동보조인 한마당 참가자 일동
첫댓글 함께 하신 모든님들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공감 합니다 수고들 하시네요
좀 늦게 봤는데 저도 이용자들에게 여러 번 잘려 보고 이 일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9년째에 접어들었네요. (전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