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고산악부 14기가 드디어 첫 산행의 깃발을 올렸다. 작년 13기는 활동이 거의 휴면상태였었다. 년초에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했지만 봄부터 시작된 결핵이 전국 뉴스에 올라올 정도로 심각해서 1년 내내 우리를 괴롭혔고, 후반기에 불어 닥친 신종플루 때문에 산악부는 거의 활동중지 상태에 들어갔었다. 작년 말부터 나를 찾아오기 시작한 14기 아이들은 산행 타령을 거의 매일 재촉하다시피 해 나름 기특들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움직이지 않으니 급기야 자기들끼리 구미 금오산에 가겠다고 나서는 형편이 되었다. 그래서 서둘러 산악부를 정비하고 1월부터 첫 산행을 시작한다. 나의 계획은 경주의 토함산, 경주남산, 단석산 정도를 섭렵하고나서 원거리 산행을 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 드디어 첫 산행을 토함에서 시작한다.
겨울철에는 산행 제한이 많아 미리 경주국립공원에 문의해 보니 사시목 등산로는 너무 가팔라 위험요소가 많아 폐쇄하고 그 밑에 시부거리마을로 들어가는 등산로를 개설해 놓았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시부거리로 갔으나 낯선 길이고 귀찮아서, 그냥 예전에 가던 대로 사시목에서 등반을 시작한다. 위험하기는 무엇이 위험할까? 등산로를 폐쇄했다니 꺼려했을 뿐이다.
사시목은 경주 사람들한테는 '황용골짜기 입구'라고 설명하면 된다. 황용골짜기는 경주에서는 가장 청정한 골짜기로 오랫동안 알려져 있던 곳이다. 황용골짜기(지도상에는 절골) 입구에는 주차장도 하나 있고 가게도 하나 있다. 거기서 절골 들어가는 입구 좌측 오르막길이 바로 동대봉산 오르는 길이고 길과 개울을 건너 반대편에 내려와 있는 산줄기가 토함산 오르는 길이다. 사시목이란 이름은 신라시대 표충사(절골 쪽) 앞의 산이 사자목과 비슷하다고 하여 사시목이라 칭했다는 설과, 옛날 이곳에 사슴이 많이 살아 사냥꾼들이 사냥을 할 때 여기서 지키고 있다가 사슴을 잡는 길목이라 해서 사시목이라 하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이곳의 정확한 행정구역 명은 경주시 보덕동이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를 하고 있는 경주고산악부 14기 대원들이다.
첫 산행에 나서는 경주고산악부 14기 멤버들. 좌로 부터 정재형(?), 홍성권(영천), 권기원(포항), 김상윤(시내), 강두균(건천), 김영민(외동), 이성채(안강), 류경태(포항), 양승묵(불국사)이다.
사시목에서 내를 건너 논둑길로 들어서면 토함산 들머리 산줄기가 앞에 서 있다.
겨울산은 황량하다.
들머리 처음부터 산은 엄청나게 가파르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가파르다. 발목이 구부러져 아프기만 하다.
된비알(오르막)은 한참 계속되고...............
첫번째 숨을 고르는 지역에 도달한다. 하지만 오르막이 끝난 것은 아니다.
나무에 가렸지만 그래도 서쪽으로 바라다 보니 덕동댐 호수가 보인다.
잠시 부드러운 길을 주더니............
오르막은 다시 시작된다. 낙엽이 오히려 눈보다 더 미끄럽다. 한참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한진목 후배. 그는 경주고산악부 등반때마다 즐겨 찾아주는 게스트이다. 물론 그도 경주고 출신이다.
첫 쉼터. 기진맥진한 것 같지만 아니다. 놈들의 산행력이 보통들이 아니다. 9명이 그 가파른 지역을 돌파하는 데에도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이 줄을 맞추어 정확하게 올라온다. 놈들은 가능성이 있다. 드디어 올해에는 10년 만에 여름 설악하계훈련이 가능해 질까? 기대치가 확 높아진다.
낙엽이 이 정도로 빠지니 오르막에서는 미끄러워 진행이 많이 어렵다.
계속되는 오르막을 꾸준히 오르고 있는 산악부 대원들.
드디어 토함산 정상부가 저 앞에 보인다. 정상부에 보이는 것이 산불감시초소다.
시부거리와 사시목으로 갈라지는 갈림길. 사실 시부거리로 올라왔어야 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진행했던 길은 폐쇄코스이다. 시부거리 코스가 1km 정도 더 멀게 나와있다. 사시목은 바로 능선을 오르는데, 시부거리 코스는 시부거리 마을을 둘러 계곡으로 깊이 들어갔다가 능선으로 오르는 코스라 거리가 훨씬 더 먼 것이다.
이게 시부거리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억새밭지역을 통과하지만 화려했던 억새들은 모두 황폐화되었다.
멋들어진 잣나무 숲이 나타나고.............. 하늘 높이 자란 잣나무 숲 그늘이 시원한 경관을 연출하고 주변에 드문드문 드러난 조망이 오름길의 수고를 들어준다.
잣나무 숲을 이렇게 쭉 지나..............
왼편 북쪽으로 산군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산 사이로 길이 난 골짜기가 청정지역인 황룡골짜기(절골)이다. 황룡곡 입구 좌측이 동대봉산, 저 멀리 들어가 좌측이 무장산, 우측이 기림사를 품고 있는 함월산이다.
여기는 주능선 남쪽이다. 소위 불국사가 있는 쪽이다. 불국사 역이 있는 진현동이 보인다. 바로 밑은 코오롱호텔이고..........
저 멀리 경주시내가 보인다. 바로 밑은 하동저수지와 민속공예촌이다.
황룡곡 끝 우측에 있는 함월산이다. 토함기맥이 지나가는 곳으로 이 쪽에서는 나름 명산이다. 나의 사랑하는 山友, 故 이종률의 추모비가 함월의 정상에 있다. 남산에 있던 것을 내가 옮겨 놓았다. 누가 자꾸 고발을 해 대기에..............
14기 아이들과 함께 정상에 섰다. 그들은 첫 산행이라 나름 의미를 새길 것이다.
토함산 정상은 일출 명소답게 동해안쪽 조망이 시원하다. 토함산이 왜 신라 천년의 호국 영산이 되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척으로 보이는 저 넓은 동해바다는 신년이면 '붉은 아우성'으로 솟아올랐던 일출의 감동을 우리들의 기억 속에 떠오르게 해주는 곳이다. 정상석 뒤편 최재호 시인의 詩 '토함산'을 찬찬히 읽어 보면 감동의 깊이가 더해질 것이다.
토함은 신라의 얼이 깃든 영산으로 일명 동악이라고도 불리우며 신라 오악의 하나로 손 꼽힌다. 문무왕 수중릉이 있는 감포 앞바다가 굽어 보이는 토함산은 옛부터 불교의 성지로서 산 전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유적지인 우리 나라 문화재의 보고이다. 정상 가까이에 석굴암이 있으며 기슭에는 불국사가 자리하고 경내의 석가탑, 다보탑, 청운교, 연화교 등 빼어난 유적들이 많다. 바로 이 밑에 석굴암이 있다.
같이 산에 자주 가는 내 주변의 친한 이웃들. 좌의 정재수 사장은 용강동 승삼마을의 실력자로 부자이면서도 표시내지 않고 조용히 남을 잘 배려하는 훌륭한 인물이다. 우는 나의 고교 후배 한진목씨로, 살면서 늘 주변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사람이다. 정사장은 지난번 여행 때에 흑산도에서 흑산도산 홍어를 하나 사 보냈더니 내가 여행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전부 모이게 해 잔치를 한 사람이다. 그리고는 고맙다고 포항에서 회를 대접 했고 오늘은 쌀 두 가마니에 찹쌀을 반 가마니 단미를 통해서 나에게 보냈다.
이제 내려가자. 하산은 반대쪽인 석굴암 쪽으로 내려가다가 좌측으로 벗어나 추령으로 간다. 하산길 초입은 이렇지만 좀 지나면 엄청나게 가파른 코스이다.
포수우물 갈림길이다. 이리로 올라오면 여기서 숨이 턱에 차 할딱대는 곳이다. 내려갈 때는 여기서부터 가파르다는 얘기다.
잠시 정비를 하고 내려갈 차비를 한다.
한참 내려오다 뒤를 돌아다 보니 토함산이 벌써 저 만치 멀어져 있다.
넝떠러지 구간을 지나는 대원들.
안강 촌놈 이성채. 안강에서는 수재 출신이다. 일반 중학교에서 한반에 1-4등까지만 경주고에 올 수 있으나, 경주고에서도 성적이 좋은 이성채는 안강의 공부 선수 출신이다.
마지막 Rest Point 에서 잠시 쉰다.
이제 토함산이 많이 멀어졌다.
이동통신 중계탑이 보이고.............여기가 토함기맥이 산줄기이므로 이 산줄기가 바로 지역간을 가로막는 장벽이니 통신탑이 서 있는 것이다.
마지막 계단이 보인다.
죽 계단을 내려서면................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추령재 백년찻집이다. 근데 짜식들! 철조망 쳐 놓았네. 장사를 하겠다는 건가? 안 하겠다는 건가? 손님들이 앞뒤로 막 들어오게 해야지.
산행이 끝난다. 환호하는 대원.
추령재 이정표이다.
이 추령재는 경주시내에서 감포로 넘어가는 언덕이다. 넘어가 봐야 역시 경주지만............이 추령재를 넘어가면 양북, 양남, 감포가 나오는데 경주 원자력 발전소가 이 지역에 있고 시끄러웠던 방사선폐기물처리장도 이 지역에 건립되며, 한수원본부도 여기에 들어온다. 이 추령재로 토함기맥이 지나가는데 소위 이 토함기맥이 경주 형산강과 감포 대종천의 물을 가르는 선이다. 보이는 노란 버스 뒤로 흘러가는 물은 형산강으로 들어가고, 내가 촬영하는 지점의 물은 대종천으로 내려간다.
참고로 말하자면 백두대간 태백산에서 갈라져 나온 낙동정맥이 태백산에서 부산까지 내려오는데 그 중간에 경주 단석산 남쪽 백운산에서 다시 갈라져 나온 토함기맥(형남기맥, 또 포항사람들은 호미기맥이라고 한다.)은 백운산-토함산-함월산-장기곶으로 나아가는 데 그 산줄기(토함기맥)가 바로 이 추령재를 지나는 것이다.
토함산이여! 솟아 올라라! 우리 역사의 거대한 힘을 저 바라다 보이는 동해바다의 용틀임과 함께 전 세계에 알리며 우리의 높은 기상을 드 높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