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달에 들어서면서 나도 가끔씩 대방동 찬진씨 집엘 놀러갔다. 찬진씨 부모님이 살고 계신 본가는 고향인 인천시 부평동에 있고 대방동 집에는 찬진씨와 두 여동생이 함께 살고 있다. 큰 여동생은 대학졸업 후 취직을 준비중이고 작은 여동생은 대학교 2학년 학생이다. 장차 시누이가 될 여동생들은 단번에 나를 '언니'라고 부르며 따랐다. 우리는 예비 시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도 하고 또 넷이서 영화구경을 다니기도 했다.
내가 찬진씨 부모님을 만나 정식으로 인사드리고 결혼 허락을 받은 것은 지난 7월말이다. 첫대면이 있기전에 찬진씨 어머니는 브라운관을 통해 이미 나를 알고 계셨지만 드라마를 잘 보지않는 아버님은 시누이들로부터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구박받던 딸 후남이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누군지 끄덕이셨다고 한다. 두분은 "내 아들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는다"며 나를 반 갑게 맞아주셨다.
드디어 다음달 21일, 서울 63빌딩 3층 코스모스홀로 결혼날짜와 장소를 확정지었다. 신혼여행지는 찬진씨가 미국 출장 갔을때 '신혼여행은 꼭 여 기로 와야지'하고 마음속으로 결정해놓았다는 테네시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신혼살림집은 지금 찬진씨가 살고 있는 대방동아파트 근처에 보다 큰 평수의 아파트를 급히 장만했다. 물론 시누이들도 함께 살 예정이다.
기자 회견장에서 일부 짓궂은 기자들이 "시누이들과 함께 신혼살림을 시작하려면 여간 불편하지 않을텐데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하셨다. 글쎄, 그 문제에 관해서 한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질 않았다.
워낙 두자매중 막내로 외롭게 자란데다 특히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집 안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때문에 우리 둘만 달랑 사 느니 착하고 나를 잘 따라주는 시누이들과 함께 살게 되어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한다.
찬진씨는 멋내기에 서툰 편이어서 결혼하면 내가 넥타이나 옷색깔 등 코디네이터 역할을 도맡아 그를 매력적으로 꾸며줘야 할 것같다. 또 남편의 월급을 받아 살림을 꾸려가는 새로운 재미를 느낄 생각에 한껏 가슴 부풀어 있다.
이처럼 결혼식 날짜나 신혼여행지, 신혼살림집까지 확정되었건만 하루에도 몇번씩 나는'내가 정말 결혼을 하는 것인지' 반문해볼 정도로 아직까지도 결혼이 실감나질 않는다.
결혼 후에도 연기활동은 계속할 생각이다. 찬진씨는 연기활동의 적극적인 후원자고 찬진씨 부모님의 동의도 얻어놓았기 때문에 방송활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결혼후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좋은 작품이 있으면 출연할 생 각이다.
내 나이가 우리 나이로 딱 서른이니까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는 조금 넘긴 편이다. 때문에 올들어 부모님이 부쩍 조바심을 내셨던건 사실 이지만 나는 평소 결혼은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역시 결혼은 인연인가보다.
결혼소식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축하전화들이 쏟아져 우리집 전화통은 그야말로 하루종일 불이 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결혼을 축복해주시는 주 위의 많은 분들, 또한 일간스포츠 독자 여러분들께 누구보다도 모범적이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갈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