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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영화 전체가 마치 미래 기술의 전시장처럼 보일 정도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영화 중반, 톰 크루즈가 연기한 주인공 존 앤더튼이 누명을 쓰고 추격자들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이다. 추격자를 따돌리느라 운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존 앤더튼 대신 자동차 스스로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 말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리는 미래 도시에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상으로 그려진다.
전세계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경쟁이 뜨겁다. 지금까지 자동차 기술은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주도했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만큼은 정보기술 업체에서 더 활발하게 연구 중이다. 검색엔진으로 출발한 IT기업 구글과 그래픽기술 전문업체 엔비디아가 대표 사례다. 이들은 주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첨단 센서와 높은 성능을 내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도움을 받아 기술업체다운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도 이에 질세라 자동차의 심장을 배터리로 바꾸고, 기술업체가 이룩한 각종 스마트 기능을 자동차에 적용하는 중이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같은 모바일 기기와 자동차를 엮으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묘사한 세계는 2054년. 앞으로 40여년 뒤에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우리 일상에 파고들 수 있을까. 기술업계에서는 2020년을 자율주행 자동차 역사의 시작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경쟁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단연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 2010년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일본 자동차업체 차량에 카메라와 GPS, 각종 센서를 장착한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초기 버전은 유명하다.
구글은 2014년 12월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구글은 시제품을 가리켜 “실제 제품에 가까운 자율주행 자동차”라고 설명했다. 지난 6년 동안의 연구가 녹아든 차량이라는 뜻이다. 이전 연구용 자율주행 자동차와 비교해 자동차 위에 탑재한 센서 장비가 소형화됐고, 실제 도로에서 달릴 수 있도록 각종 편의 기능이 추가됐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지붕에 탑재된 센서 장비는 ‘라이더(LiDAR)’라고 부른다. 원격 레이저 시스템이 빼곡히 들어가 있는 구글 기술의 핵심이다. 음파 장비와 3D 카메라, 레이더 장비도 포함돼 있다. 라이더는 마치 사람처럼 사물과 사물의 거리를 측정하고,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각 센서의 역할은 모두 다르다. 감지할 수 있는 거리도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레이저 장비는 사물과 충돌해 반사되는 원리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한다. 360도 모두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1초에 160만번이나 정보를 읽는다. 또, 전방을 주시하기 위해 탑재된 3D 카메라는 차량이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탑재된 기술이다. 3D 카메라는 카메라 하나로 사물을 촬영하는 것과 비교해 거리 측정의 정확도를 높인다. 사람의 눈이 2개의 눈으로 거리를 감지하는것과 같은 원리다. 3D 카메라는 30m 거리까지 탐지하도록 설계됐다.
이밖에 GPS와 구글지도 등 다양한 장비와 기술이 탑재돼 있다. 각종 첨단 센서 장비를 목적과 기능에 맞게 활용해 자동차가 감지할 수 없는 사각을 줄이는 것이 구글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의 핵심이다.
그래픽 처리 장치(GPU) 기술 전문업체로 잘 알려진 미국 엔비디아도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연구에 적극적이다. 엔비디아는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아우디와 손잡고, 앞으로 자동차에 적용할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기술은 주로 그래픽 처리 기술과 관련이 깊다. 차량에 12개의 카메라를 부착해 자동차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고, 자동차 내부에 초소형 이미지 프로세서를 탑재해 이미지를 분석한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에서 카메라는 눈 역할을, 프로세서는 두뇌처럼 작동한다.
예를 들어 카메라는 사람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것은 아닌지, 앞서가던 자동차가 급정거하지는 않는지 등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카메라가 확인한 자동차 주변 사물은 작은 단위로 나뉘어 컴퓨터의 분석에 활용된다. 표지판의 모양을 보고 ‘멈춤’ 표지판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앞에 있는 자동차의 특징을 분석해 ‘경찰차’라는 정보를 뽑아내는 식이다. 분석이 불가능한 새로운 사물과 마주치면, 네트워크로 연결된 서버에서 새로운 정보를 내려받도록 한다. 도로에서 얻는 정보가 많을수록 부족한 정보가 추가되는 이른바 ‘기계학습’ 원리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 2015’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의 스마트카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단순한 스마트카를 뛰어넘어 기존 자동차 업계가 다지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의 초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 자동차업체 BMW가 내놓은 기술이 가장 인상적이다. BMW는 전기차 ‘i3’에 자동주차 기술을 탑재했다. BMW의 자동주차 기술에는 충돌 회피 기술이 적용됐다. 차량에 장착된 4개의 레이저 스캐너가 주변 환경을 탐지하고 자동차가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스마트워치와 연동하는 자율주행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운전자가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멀리서 자동차를 부르면, i3 자동차가 미끄러지듯 달려온다. 장애물이 있어도 자동차 스스로 운전대를 조작해 피할 수 있다. 자동차가 운전자 가까이 오면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잠긴 문을 여는 등 스마트워치와 스마트카가 유기적으로 연동한다.
구글처럼 아직 완전한 의미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차량이 밖에 서 있는 운전자를 향해 50여m 거리를 스스로 달려오는 기술이 i3를 통해 시연됐을 뿐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앞으로 BMW의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에 반영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벤츠도 CES 2015에 참여해 자율주행 자동차 ‘F015’를 소개했다. 자동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운전대는 대시보드 속으로 밀려들어가 운전석이 뒷좌석과 마주 보게 되는 모양으로 바뀐다. 실제 주행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차량은 아니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는 자동차 안에서도 편히 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벤츠의 기술개발 철학이 F015 속에 녹아 있다. 벤츠는 F015에 적용한 기술을 활용해 오는 2020년까지 고속도로에서 자동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는 독일 자동차업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웨덴의 볼보는 자석을 활용한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실험 중이다. 도로에 자석을 설치하고, 자동차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술이다. 자동차에는 자기장 센서가 탑재돼 있어 도로와 한몸처럼 달릴 수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묘사한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과 가장 근접한 방식이다.
볼보는 지난 2014년 진행한 시험 주행에서 100m 길이의 도로를 만들었다. 도로 아래 산화철을 주성분으로 제작한 자석을 심었다. 자석이 도로 아래에서 보이지 않는 차선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험 결과 차량의 차선 이탈 오차가 10cm 미만이었다는 게 볼보의 설명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만큼, 새로운 법률도 필수다. 특히 사람의 안전과 직결된 자동차 기술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세계 각국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드는 한편, 걸림돌이 되는 기존 규제도 하나씩 손보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람처럼 면허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합법적으로 미국의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2011년의 일이고, 처음으로 시험면허를 획득한 것은 지난 2012년 5월의 일이다. 구글과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화로 미국 네바다주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네바다주에서 구글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시험 운행할 때는 반드시 사람 2명이 함께 탑승해야 한다. 차량 내부에 설치한 모니터로 상황을 주시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차량을 조작해 사고를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네바다주 다음에는 플로리다주가 자율주행 자동차를 허용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좀 더 극적인 법안 마련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2012년 10월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에 있는 구글 캠퍼스에 직접 방문해 자율주행 자동차 안전 표준 법안에 서명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이후 미시간주까지 2013년 12월 자율주행 자동차의 실험을 승인했다. 미국에서는 4개 주에서 합법적으로 운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날 수 있다.
영국 교통부도 지난 2014년 여름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 허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3개 이상의 도시를 선정해 자율주행 자동차의 실험 무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도시와 주행 실험에 지원할 예산도 174억원 규모로 투입하기로 했다.
영국에서는 2015년 2월부터 실제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험 주행이 시작됐다. 런던 그리니치와 밀턴 케인스, 코번트리 등 지역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이 우선 허락됐다. 그리니치 지정구역에서는 보행자 감지 기능이 적용된 무인 셔틀도 운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자율주행 자동차 특구가 마련될 예정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덕분이다. 관계부처는 올해 안에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 운행을 위한 특구와 전용 구역을 확보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차가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실제 주행 테스트에 돌입한다.
현대모비스 쏘나타 자율주행 테스트카
현대모비스는 9일,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시스템의 성능 테스트와 검증을 위한 도로 주행 허가증과 번호판을 국토부로부터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부품 업체가 정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주행 허가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 전체로 보면 현대차와 서울대에 이어 세 번째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시스템은 2020년 이후 양산될 계획”이라며 “이번에 취득한 허가증을 활용해 실제 도로 환경에 최적화 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만든 자율주행시스템은 현대차 쏘나타에 탑재돼 지정된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성능 테스트를 받는다. 정부는 서울~신갈~호법 구간 고속도로와 수원, 평택, 용인, 파주를 잇는 국도 등 총 320km를 자율주행차 시험운행구역으로 정했다.
현대모비스의 쏘나타 자율주행차는 사람의 눈과 손, 발을 대신할 수 있도록 차량 앞·뒤·측면에 레이더 5개와 전방 카메라 1개, 제어장치(MicroAutobox) 등이 장착됐다. 각 레이더와 카메라 는 차 주변 360도를 감지해 각종 주행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제어장치는 획득한 정보를 계산해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거나, 충돌 방지, 차선 변경 등의 기능을 통합 수행한다. 최대 시속 110km까지 시스템 제어가 가능하고, 주행 데이터는 영상과 운행기록장치를 통해 모두 기록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3단계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0부터 레벨4까지 나뉘는데 레벨3의 경우, 부분적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운전자가 손과 발을 자유롭게 두면서 고속도로 주행 등의 상황에서는 주행 상황을 주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위험 상황이나 자율주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핸들과 브레이크를 조작해야 한다.
정승균 현대모비스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은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자율주행차는 인지, 측위, 제어 기술 등이 완벽해야 한다”면서 “일반도로 시험운행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높여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 준비에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모비스는 올해 10월 완공 예정인 서산 주행시험장에 자율주행시스템 검증을 위한 자체 시험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시험장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6배에 달하며, 총 14개의 시험로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첨단 시험로는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V2X(vehicle to everything, 차량 사물 통신) 등 핵심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모형 도시로 구성된다. 신호와 회전교차로, 고속도로 톨게이트, 과속 방지턱, 버스 승강장 등이 구현돼 도심 환경에 중점을 둔 자율주행 기술 테스트가 가능하다.
첫댓글 딱지떼면
벌금은 누가내나요?^^
보살님이 내주실 것 같은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