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회 산행일지 : 신냉이를 아세요?
(충북 괴산군 희양산)
일시 : 2011년 5월 28(토)
날씨 : 맑음
등고선이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왔기에 공식적으로는 울릉도의 성인봉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녀왔다.
그러나 회원들의 사정상 각자 한 두 군데 빠진 곳이 있고, 청죽은 등고선 출범이 2002년 가을에 있은 후 약 1년 후인 2003년 9월부터 동행하기 시작하였으므로 다소 출발이 늦었다.
특히 나는 2004년 1년 동안 캐나다에 있었던 터라 약 10여 곳을 함께하지 못한 이력이 있다.
청죽은 부인과 함께 빠진 곳을 나름 열심히 다니며 숙제를 해왔고 나로서도 무학산 등 혼자서 다녀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산림청 100대 명산 모두를 함께 올라보고 그에 대한 기록들도 채워나가자는 의견이 있어 최근의 조계산, 무등산, 팔영산 등은 그러한 차원에서 누구에게는 처음이지만 다녀온 이들에게는 복습의 의미가 있었다.
오늘의 희양산도 그러하다.
2004년 5월, 나를 제외한 세 회원이 다녀왔으나 오늘은 나를 위하여 지난 번과는 다른 코스로 산행계획을 잡았다.
희양산은 문경시와 괴산군을 가름하는 산인데 문경시 가은읍의 봉암사는 직지사의 말사이나 조계종 종단에 의해 1982년 수행도량으로 정해지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고 일 년에 단 하루 석가탄신일에만 산문을 열므로 이날이 아니면 방문이 어렵다.
그래서 지난 2004년에는 석탄일에 봉암사를 구경하고 희양산 산행을 하였으나 오늘은 석탄일도 아닐뿐더러 다른 코스로 오르기 위해 남쪽에서 보면 희양산 뒤편인 괴산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문경휴게소가 사람들로 넘쳐난다.
단체복장을 한 초딩에서부터 중년과 노인에 이르는 관광버스 손님까지 전세대가 다 있다.
연풍 IC를 나오면 은티마을이 지척이다.
주차장이 있으나 이를 지나쳐 길가 적당한 곳, 은티팬션 입구에 파킹. 11시에 산행을 시작한다.
사과 과수원과 약초밭들이 좌우로 늘어선 가운데 시멘트 포장된 임도가 약간의 오르막으로 이어지다가 ‘백두대간 희양산’을 새긴 돌이 대문처럼 선 희양산의 입구를 들어선다.
임꺽정처럼 생긴 자가 키 크기의 붉은 고추를 들고 입산통제 한다는 입간판이 곁에 서 있다.
넓고 평이한 흙길의 임도로 20여분 오르면 산성방향과 지름티재 방향의 삼거리를 만난다.
지름티재 방향으로 들어 육포를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연분홍 철쭉이 한창이다.
지름티재에 있는 산물감시초소에서 라면을 먹을까 했는데 기름기가 돌고 배가 상당히 나온 스님 한 분이 그곳에서부터 내려와 우리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한다.
그것은 1. 비가 와서 미끄러우니 조심할 것, 2. 소리지르지 말 것, 3. 담장을 넘지 말 것 등이다.
과연 정상을 향하여 우측(남쪽 봉암사 방면)은 견고해 보이는 새 담장이 쳐져 있다.
스님의 주의 사항을 한 가지로 요약하면 ‘담장 넘어 봉암사로 내려가지 말 것’인 셈이다.
투덜거리며 정상을 향하여 20여분 오르니 쉴만한 바위가 있어 점심을 먹으려 하는데 또 다른 스님이 앉아 감시(?)를 하고 있다.
투덜거리던 입을 즉시 닫았으나 뒤따르던 청죽은 뒤늦게 조용해진다.
정상부근은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봉우리를 펼치고 있는 연한 철축들이 잘 어울린다.
희양상 정상에는 조각된 정상석 대신 바위 위에 얹혀진 자연석에 검은 손 글씨가 전부다.
998m, 울진의 응봉산이 998.5m 였는데 같은 높이다.
정상 자체는 나무가 둘러 부분적으로는 조망이 썩 좋지는 않으나 정상을 조금 비켜서면 평평하고 너른 바위가 2단으로 있고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조망은 좋다.
사과를 먹으며 매송은 아이패드 받침대에 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열심히 교매에게 설명하며 동의를 구한다.
하산은 산성 방향으로 잡았다.
희양산성은 신라와 후백제가 국경을 다투던 접전지로 929년(경순왕 3)에 쌓은 성터인데 다듬어진 화강석이 아닌 주변의 자연석으로 쌓은 축성이 부분적으로 보존되어 있다.
이 산성을 나서면 내리막의 경사가 매우 급하다.
탁족을 하고 여유있게 내려와서는 지천인 신냉이에 꽂혔다.
김치를 담글 것이라며 다들 열심이다.
기다리며 나도 몇 뿌리를 캐내어 보탰다.
하산 완료지점인 은티 산장 부근에 이르니 섹스폰 소리가 크다. 누군가 문을 열어놓고 몸을 흔들며 열심히 불어대는데 나에게는 소음에 다름 아니다.
돌아오는 길엔 상주 경천대에 들렀다.
6월 6일 중고등학생들 30여명과 자전거 타러 온다는 교매의 현장답사에 따라 온 셈이다.
경주와 상주의 머리글자로 경상도로 이름하였다고 할 정도로 상주는 역사속에서의 상주는 큰 도시였다.
상주시 사벌면 낙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천대는 경관이 좋아 1989년 국민관광지로 개장된 곳이다.
말도 많은 4대강 공사 중 낙동강 공사구간으로 준설에 의해 물길이 많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바위는 더욱 높아졌으나 느릿한 흐름의 여유는 줄었다.
드리마 ‘상도’ 촬영지를 돌아보고 인근에 새로이 지어 옮긴 자전거 박물관 주변도 찬찬히 돌아보며 답사하며 관광하며 돌아오다.
登?苦?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