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인이 ‘아름다운 섬’이란 뜻으로 부른 이름이 서양에 알려져 홍콩 캐세이 퍼시픽의 ‘캐세이’는 거란(契丹) 뜻하는 ‘카타이’서
대만과 홍콩 항공사에 관련된 서양어 표현 두 개를 소개한다.
대만은 한국인이 즐겨찾는 관광지다. 대만에 여행을 다녀온 분이라면 ‘포모사(Formosa)’라는 이름을 많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포모사는 옛날부터 서양사회에서 대만을 가리킬 때 써온 말이다.
▲ 고(故) 왕융칭 포모사그룹 회장
대만이 중국 역사에 편입된 것은 그리 길지 않다. 1500년대 배를 타고 대만을 지나가던 포르투갈인들이 대만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일하 포모사(Ilha Formosa)’라고 명명했다. 이 말은 포르투갈 말로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이다. 이후 대만이 17세기 초 네덜란드인들의 지배하에 들어갔다가 17세기 중반 반청운동을 벌이던 정성공(鄭成功)의 지배를 거쳐 1683년 청나라의 영토가 됐지만 포르투갈인들이 붙인 ‘포모사’라는 명칭은 서양사회에서 널리 쓰였다.
대만을 가리킬 때 대만의 현지 발음을 딴 ‘타이완(Taiwan)’이라는 단어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것은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총통이 대만으로 건너간 후부터이다. 한 예로 트루먼 미국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포모사에 대한 모든 공격을 막으라”고 미 제7함대에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유래 때문인지 대만에는 포모사라는 이름이 도처에 보인다. 공교롭게도 대만 최대 기업도 포모사그룹이다. 포모사그룹은 30개 계열사에 9만명의 임직원을 두고 연매출 617억달러(2007년 기준·5월 21일 환율기준 약 77조원)를 올린다. 대만 최대 호텔도 포모사 인터내셔널 호텔이다. 마이크론과 제휴 관계에 있는 대만의 반도체업체 난야는 포모사그룹의 자회사이다. 난야는 삼성전자에 대항하는 반도체기업으로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회사다.
창업자인 고(故) 왕융칭(王永慶·1917~2008) 포모사그룹 회장은 대만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농부의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16세의 나이에 쌀 가게를 열었다. 이미 인근에 30여개의 쌀 가게가 있었고, 그의 가게는 외진 골목에 있어 경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두 동생을 동원해 쌀에 섞인 이물질을 골라내고, 노인 고객에게는 집으로 직접 쌀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로 큰 성공을 거둔다.
그는 1954년 대만플라스틱 회사를 세우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화공약품, 의료사업, 화력발전소, 자동차 분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대만 최대 기업을 일군다. 90세 때인 2006년 포모사그룹 총재직을 조카인 왕원위안(王文淵)에게 물려주고 공식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 캐세이 퍼시픽 항공
홍콩 항공사 중 ‘캐세이 퍼시픽(Cathay Pacific)’이라는 회사가 있다. ‘퍼시픽’은 알겠는데 ‘캐세이’는 뭔가 하고 고개를 갸웃한 적이 있을 것이다. 캐세이는 ‘카타이’의 영어식 발음이다. 카타이는 우리 역사에도 나오는 유목민족 ‘거란(契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에 따르면 카타이는 거란어의 서구식 표기인 Kithay 또는 Khitan에서 유래한 것이다.
카타이는 중세 유럽에서 북중국을 가리킬 때 많이 쓰던 말이다. 당시 칭기즈칸 이전의 북중국은 거란족이 세운 요(遼)나라와 요를 멸망시킨 여진족의 금(金)나라가 다스리던 지역이었다. 칭기즈칸 시대의 몽골족은 북중국을 거란족을 따라서 ‘카타이’라고 불렀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카타이를 소개했고 이 책이 히트치면서 ‘카타이’라는 말이 서양사회에 널리 퍼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카타이는 점차 중국을 가리키는 말로 대체됐다. 캐세이 퍼시픽은 ‘중국 태평양’쯤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