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선수는 든다 비장하고 괴로운 얼굴로 숨을 끊고, 일단은 들어야 하지만 불끈, 들어올린 다음 부들부들 부동자세로 버티는 건 선수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희한하게 힘이 남아돌아도 절대로 더 버티는 법이 없다 모든 역도 선수들은 현명하다 내려놓는다 제 몸의 몇배나 되는 무게를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텅! 그것 참, 후련하게 잘 내려놓는다 저렇게 환한 얼굴로
▶ 시_ 이영광 –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안동에서 자랐다. 시집으로 『직선 위에서 떨다』 『그늘과 사귀다』 『아픈 천국』 『나무는 간다』 등이 있다.
▶ 낭송_ 장인호 – 배우. 영화 ‘고지전’, ‘하울링’ 등에 출연. ▶ 출전_ ☜『나무는 간다』(창비) ▶ 음악_ Pass the Spaghetti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김태형
이영광, 「내려놓는다」를 배달하며
부들부들! 무거운 짐을 들고 살아가는 존재를 표현하는데 참으로 실감나는 의태어다. 한국어는 의태어와 의성어가 다양하게 발달된 언어. 그렇다. 생은 부들부들!과 텅! 속에 있다. 마지막 후련하게 텅! 잘 내려놓는 장면까지가 일대 서사시이다. 보통의 인간으로서는 죽어서야 가능한 장면이다.
운동선수가 펼쳐 보이는 수많은 경기 중 어느 모습 하나가 상징이나 은유 아닌 것이 없지만 역도 선수가 무거운 무게를 부들부들 들었다가 텅! 놓는 모습을 기록 갱신이나 경쟁으로 보기보다 시로 포착하는 것이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