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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 12
S#1.제 12회 - 뭐 어때? 난 이제 겨우 서른살인데!
S#2.남자화장실(11회 엔딩)
끌고 들어오는 진헌
두세명의 남자들이 쳐다보다가 놀란다
삼순도 공간개념 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삼순 : 너 나를 물로 보다못해 아주 졸로 보는 모양인데! 사람 잘못봤어!
내가 다시 말 섞으면 사람도 아니다. 놔? 안놔?! 놔 이 말탱구리야!
순간, 확 끌어당겨 입맞추는 진헌
삼순, 흡! 놀라고
격렬하게 입맞추는 진헌
몸부림치는 삼순.. 몸부림이 잦아들고.. 그러나 어느순간 확 밀어내는 삼순.
삼순 : (반쯤 정신 잃고 쳐다본다)
진헌 : (뚫어지게 본다)
삼순 : 약 먹었지?
진헌 : (단호한) 아니
삼순 : 술 마셨어?
진헌 : 아니
삼순 : 아님. 또 이성을 잃었어? 실수야?
진헌 : 아니
삼순 : (제 정신이 든다) ..그럼 뭐야. 민현우 그 자식처럼 너도 나랑 바람피고 싶니?
진헌 : 그딴 자식이랑 비교하지마
삼순 : 너도 똑같애, 아니 더 악질이야
진헌 : (버럭) 아니라니까!
삼순 : 그럼 뭔데!
진헌 : 당신이 좋아졌어!
삼순 : ???!!!!
진헌 : 당신이 좋아! 자꾸 생각나서 미치겠어! 왜 내 머릿속에 들어와서 자꾸 날 괴롭혀 왜!
여기서 당신을 만난게 저주스러워! 차라리 꺼져버리든가
삼순 : !!
진헌 : (흥분 가라앉히는)...
삼순 : 알았어. 꺼져줄게 (돌아서는)
진헌 : (얼른 잡고는) 마지막 말은 취소야
삼순 : (손을 확 뿌리치며 울먹울먹) 니가 뭔데 소릴 질러 이 나쁜놈아
진헌 : ?!
삼순 : 내가 니 머리뚜껑 열었니? 내가 일부러 널 괴롭혔어? 뭘 잘했다고 소릴 질러 뭘 잘했다고
진헌 : (아) !... (툭 내뱉듯) 미안
삼순 : (훌쩍훌쩍 운다)
진헌 : ?...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만 울어
삼순 : (아이처럼 잉잉잉 운다. 좋아서, 옛날 생각에 서러워서)
남자가 들어오다가 놀라서 나간다
진헌 : (그 남자를 힐끔 보고는) 그만해. 여기 남자화장실이야
삼순 : 그러니까!
진헌 : ?...
삼순 : 왜 하필 여기야, 나 여기에 한 맺힌거 몰라? 무드는 바라지도 않아. 그래도 기본이라는 게 있지.
왜 하필이면 여기냐구
진헌 : (그러고보니 그렇다. 뻘쭘해서) ..알았어. 미안해
삼순 : 뭐가 이렇게 어렵니
진헌 : (이번엔 또 뭐야) ?...
삼순 :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거지. 뭐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냐고, 힘들어. 힘들어 죽겠어 정말
진헌 : (진짜 미안해진다.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준다)
삼순 : (보며) ?...
진헌 : (다정하게 닦아주며 미소) 오늘은 검은 눈물이 아니네?
삼순 : (마음이 녹는다) ..그럼 이 밤중에 화장하고 나오니?
진헌 : (살포시 안아준다)
삼순 : (아직도 믿기지 않고 어리둥절하다)
진헌 : (힘을 준다)
삼순 : (어설프게 손을 뻗어 등을 감싸안는다)
두 사람 모두 흐믓한 미소가 감돈다. 진정한 화해모드! 그러나 산통 깨는 삼순
삼순 : 유희진씨는 어떡할거야?
진헌 : !...(이제야 현실을 깨우친다)
삼순 : 응?
진헌 : (떨어져나간다)
삼순 : ???
진헌 : (시선 돌리며 난감한 표정)
삼순 : (이건 무슨 뜻) ?... 표정이 왜 그래?
진헌 : ....
삼순 : 유희진씨 어떡할 거냐구
진헌 : (똑 부러지게) 생각중이야
삼순 : !...그럼 생각도 안하고 일부터 저질렀니?
진헌 : 아직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삼순 : !...니가 모르면 누가 얼어, 꿀꿀이 삼숙이가 알어?
진헌 : ? 지금 농담이 나와?
삼순 : 숨막혀서 그런다. 너무 긴장돼서
진헌 : 그렇게 내가 좋아? 숨막힐만큼?
삼순 : 재롱을 떤다. 재롱을 떨어
S#3.삼순 집 앞 & 차 안
달려오는 차. 집에 다다르기도 전에 갑자기 끽 선다
S#4.차 안
진헌 : (놀라서 쳐다보는) 뭐? 개명신청을 했다고?
삼순 : 응, 김희진으로
진헌 : 누구맘대로
삼순 : 내 맘대로, 엄마도 허락하구
진헌 : 그거 신청만 하면 되는거야?
삼순 : 아니, 심사하는데 한달쯤 걸려. 기각될 수도 있고,
진헌 : 당장 취소해
삼순 : (뭐? 보는)
진헌 : 당장 취소해. 난 삼순이가 좋단 말야
삼순 : 니가 뭔데?
진헌 : ? 지금까지 뭘 들은거야
삼순 : 양다리 청산하기 전엔 꿈도 꾸지마 (차에서 내린다)
진헌 : (어? 얼른 내린다) 당장 취소해. 안그럼 내가 가서 취소할거야
삼순 : 니가 삼식이로 개명해. 그럼 취소할게
진헌 : 내가 좋아하는 건 김희진이 아니라 김삼순이라구
삼순 : 이름이 바뀌면 사람도 달라지니?
진헌 : 그러니까 뭐하러 바꿔. 그냥 김삼순으로 가
삼순 : 싫어. 개명은 내 인생의 첫번째 목표였다구. 그리고, 양다리 청산하기 전엔 내 일에 참견마 (간다)
진헌 : (아. 정말)...(뒤에다 대고 소리친다) 뭐가 그렇게 복잡해! 왜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거야 왜!
삼순 : (대문 앞에서 돌아서서 소리친다) 나처럼 단순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복잡한 건 너야!
삼순, 초인종을 누른다. 곧 열리자 들어간다
진헌, 짜증스럽다. 뭐가 이렇게 어렵고 힘든건지. 그때
이영 : 야 현사장
진헌 : (휙 돌아본다)
이영 : (썩 다가가며 독사처럼 노려본다) 나랑 얘끼좀 하지?
진헌 : ?!...
S#5.근처 골목
가로등 밑에 선 진헌과 이영
이영 : 삼순이 만나지 마
진헌 : ?!...
이영 : 만나지 마
진헌 : 싫은데요
이영 : 뭐?
진헌 : 이유가 뭡니까. 왜 만나면 안되는데요
이영 : 몰라서 묻니?
진헌 : 모르겠는데요
이영 : 나, 너같은 부류를 잘 알거든, 너, 삼순이가 특별해보이지?
진헌 : ...네
이영 : 그렇겠지. 니들 세계엔 그런 애 없으니까
진헌 : ?...지금 신분 같고 역차별 하시는 겁니까?
이영 : 비난하는거 아냐. 차이를 말하는 거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좀 달라보인다고 관심 갖지 말란 얘기야. 그 관심 6개월도 못가
진헌 : (답답한) ...누님
이영 : 어따대고 누님이야?
진헌 : (아 정말) ...어쨋든 누님. 삼순이랑 저, 둘만으로도 복잡하거든요?
누님까지 나서서 이렇게 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이영 : 너한텐 희진씨가 딱이야
진헌 : !...
이영 : 희진씨, 비행기 안에서 만난게 전부지만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가.
많이 아팠다며, 그렇게 강한여자 드물어..
진헌 : ...
이영 : 너같은 사람한텐 희진씨가 딱이라구, 그러니까 이쯤에서 관둬.
난 내동생이 또 상처받는 꼴 못봐. 알아들었어?
진헌 : (불만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이영 : 못알아들었으면 한마디 더할께. 나, 너 재수없어. 딱 오천만원만큼 재수없어
진헌 : !...
이영 : (찬바람나게 돌아서서 간다)
진헌,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른다. 결국 애꿎은 가로등을 걷어차고는 아파서 절절맨다
S#6.삼순네 화장실(동 밤)
삼순, 세수 마치고 물 묻은 얼굴을 들어 거울을 본다. 손바닥으로 물기를 쓸어내리고 거울을 빤히 본다.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보듯. 마치 화답하듯이 거울이 말을 걸어온다
거울 : (삼순의 목소리) 이유 한심한 것, 좋아하는 남자한테 고백 받고 초치는 여자는 너 밖에 없을거다
삼순 : (부어서)...신경질 나잖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양다린데
거울 : 이 바보야. 사람 마음이 옮겨가는게 그렇게 쉬운 일 인줄 알어?
현우 그 자식처럼 아침 다르고 저녁다르고 그랬으면 좋겠니?
삼순 : (뚱)...아니
거울 : 지금이야. 이럴 때 확 붙들어야 돼
삼순 : ?...
거울 : 기회는 아무때나 오는 줄 알어? 삼식이는 지금 너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고. 확 잡아버려
삼순 : ...그럼 유희진씨는
거울 : 아우 이 곰탱이. 니가 지금 남 걱정할때야?
사람마음 훔치는 건 범죄가 아니야. 못 훔치는게 등신이지
삼순 : (그런가?)...(곰곰 생각하는) 어떻게 꼬시지?
S#7.보나뻬띠 홀(상상. 밤)
어두운 홀에 피아노 반주가 흐른다
진헌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진헌, 고개를 들어 무언가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반주에 맞춘 삼순의 노래가 시작된다
섹시한 드레스를 입은 삼순이 피아노 위에 교태스런 자태로 누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영화 '사랑의 행로'에서 MY FUNNY VALENTINE을 부르던 미셀 파이퍼처럼...
이윽고 피아노 위에서 내려와 진헌에게로 다가간다
진헌의 눈길에 사랑이 가득하다
삼순, 피아노 의자에 앉으며 교태롭게 비비적대며 노래를 부른다
황홀하게 바라보는 진헌
무척 섹시한 삼순... 노래도 섹시하게 부르고.. 자태는 우아하고..
그러나 어느 한 순간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가라앉는다!
의자 다리가 부러져 널부러진 삼순. 삼순을 깔고 엎어진 진헌
진헌 : (짜증) 그러니까 살 좀 빼라 그랫잖아
삼순 : 뱃살 좋다며! 3중 베게 버리고 목침 베고 잘래? 아 비켜 니가 더 무거워!
S#8.삼순네 화장실
끔찍한 결말에 으~ 고개 젓는 삼순.
삼순 : 이건 아니야. 아니야. 진정해 (그러다가 문득) ...맞어, 헨리가 있었지?
S#9.게스트하우스 룸(낮, 상상)
삼순, 트렁크에 헨리의 짐을 마구 우겨넣고 있다
헨리 : (황당해서) 소피?... 소피
삼순 : 소피마려우면 화장실 가든가, 왜 그렇게 불러대
헨리 : (말리며) 소피, 이건 실례야. 이러지마
삼순 : (뿌리치며) 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 다 너 좋자고 하는 거니까 (계속 짐을 싼다)
헨리 : (화가 난다. 우리말) 내가 봉이냐
삼순 : (뭐? 돌아본다)
헨리 : (우리말) 내가 봉이냐 (하더니 트렁크를 빼앗는다)
삼순 : !...짜식 어디서 그런건 배워가지고... 헨리.
헨리 : (짐을 도로 꺼내다 말고 보는)
삼순 : 너 희진이 사랑하잖아. 그럼 희진이 집에 있어야지 왜 여기서 달라는 축내고 있어.
너 부자야? 너희 집 달라장사해?
헨리 : (못알아들으니) ??
삼순 : 아우 답답해. 음... 유 러브 희진
헨리 : ?
삼순 : 유! 희진을 러브러브 하잖아. 오케이 안오케이
헨리 : (피식 웃는다)
삼순 : 짜식이 잘 생긴 게 그렇게 웃으면 어쩌자는 거야. 노처녀 가슴에 불을 질러라 질러
헨리 : (삼순이가 재밌다는 듯 그저 웃는다)
삼순 : 허... 삼식이 줘버리고 그냥 여기서 확 자빠져?
헨리 : (웃는)
삼순 : 헨리, 너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보기만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플라토닉? 오 노우! 아이 앰 낫 플라토닉! 노! 네버!
헨리 : (웃는)
삼순 : 얘가 자꾸 실실 쪼개네? 야, 니가 지금 젊어서 그렇지 좀만 있어봐.
내 맘에 딱 드는 사람이 아무 때나 오는 줄 알어?
헨리 : 소피?
삼순 : 왜.
헨리 : 희진이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야. 난 희진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어
삼순 : ?... 뭐라는 거야. 희진이 뭐 어쨋다구?
S#10.삼순네 화장실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삼순
삼순 : 아니야. 이것도 아니야. 무슨 말이 통해야 말이지
S#11.오피스텔(동 밤)
진헌이 들어온다. 불 켜진 걸 보고 의아한데
앞치마 두르고 짠 나타나는 희진.
희진 : 짜잔~
진헌 : (놀라는)
희진 : 놀랬지. 어머, 진짜 놀랬나봐
진헌 : (당황스런) 왠일...이야?
희진 : (곱게 흘기며) 왠일은? 내가 못올데 왔어? 청소도 하고 빨래도 좀 하고 (팔 잡아끌며) 이리와봐.
안그래도 방금 끝났거든?
희진, 식탁으로 진헌을 끌고 온디
김치 담근 흔적들.. 막 완성된 김치가 아직 볼에 담겨있다.
희진 : 예행연습으로 일단 한포기만 담아봤어, 한번 먹어볼래?
(1회용 비닐장갑 끼고 김치를 쭉 찢어 내민다)
진헌 : (어정쩡하게 받아먹는다)
희진 : 어때? 맛있지? 안맵지
진헌 : (눈도 못맞추고 대충) 응 괜찮아, 맛있어
희진 : 흐흐 그럴 줄 알았어. 처음인데 어쩜 이렇게 잘 담그냐? 나 타고났나봐
진헌 : (픽 웃고는 오디오로) 음악 들을래? 뭐 틀어줄까
희진 : 아무거나 (김치를 김치통에 담는다)
진헌, CD고른다. 꼭 음악들을 작정은 아니다. 희진을 대하기가 불편해서이다
진헌 : 앞으론 이러지마. 청소하고 빨래해주는 사람 있어
희진 : 그냥 예행연습인데 뭐..
진헌 : (건성으로 계속 고르는)
희진 : ...진헌아
진헌 : 응?
희진 : 우리 처음 손 잡던 날 기억나?
진헌 : (갑작스런 말이라 돌아보는)
희진 : (피식 웃으며) 너무 뜬금없나? 어쨋든 너 그날 되게 웃겼어.
조조영화 보자고 불러내서는 하루종일 걸어다니면서 괜히 짜증만 부리고
진헌 : (그래, 그랬지)...
희진 : 손은 잡고 싶은데 용기는 안나고, 사실 나 눈치 챘었는데
니가 어떡하나 볼려구 모른 척 하고 있었다? 결국 열두시간 사십분만에 잡더라?
진헌 : (맞어, 그랬어)...
희진 : 가끔.. 그때가 그리워
진헌 : ...
희진 : 우리 새파랬잖아. 모든 게 처음이고 설레이고..
진헌 : (어두워진다)
희진 : 할아버지 할머니 되서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진헌 : ...(보며) 희진아
희진 : (보는) 응?
진헌 : (몹시 망설이는)
희진 : ?...
진헌 : (그래도 망설이는)
희진 :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진헌 : ...응
희진 : (웃으며) 할말 있으면 하면 되지 새삼스럽긴...
진헌 : (빤히 본다)...
희진 : (이상한 느낌이 온다)!...
진헌 : ,,,나 말야...
희진 : ?...(조마조마하다. 무슨 말이 나올지 두렵다)..하기 힘든 말이면 나중에 해
진헌 : ...실은...
희진 : (가슴이 두근댄다)
진헌 : 김치가 좀 싱거워
희진 : (에?)
S#12.엘리베이터 안(동 밤)
희진, 진헌의 엉뚱한 말을 생각하며 피식 웃는다.
그러나 곧 웃음이 가신다. 혹시 다른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S#13.오피스텔
진헌, 김치통을 열어본다
김치가 맛깔스럽게 담겨있다
뚜껑을 닫으며 착잡해하는 진헌
S#14.삼순네 뜰(낮)
삼순, 꽃밭에 물을 주고 있다. 핸드폰이 울리자 주머니에게 꺼내 액정 확인하고는 갸웃하며 받는다
삼순 : 여보세요 (대답없자) 여보세요
희진 : 저에요. 유희진
삼순 : ?!...
S#15.커피숍(동 낮)
마주앉은 삼순과 희진
희진 : 죄송해요, 또 보자고 해서
삼순 : 아뇨 괜찮아요. 어차피 백순데요 뭐.
희진 : (잠시 망설이다가) 긴 말 안할게요. 진헌이, 더 이상 흔들지 마세요
삼순 : !...
희진 : 아실거예요. 걔 지금 흔들리고 있는 거
삼순 : !...
희진 : 그냥 놔두세요. 너무 힘들어해요
삼순 : (성질이 나기 시작한다. 후 숨 몰아쉬고는) 유희진씨
희진 : 네
삼순 : 난 흔든 적 없거든요? 그리고 댁이 나더러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잖아요
희진 : !...죄송해요. 난 그냥.. 직접 말씀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서..
삼순 : (덩달아 미안해지는) !... (좀 누그러진) 그리고 저기..
난 남의 물건 탐낸적은 없어요. 뺏을 생각도 없구요. 하지만,
희진 : (하지만?)
삼순 : 나한테 오겠다 그러면 받아줄 생각은 있어요
희진 : !... 언니
삼순 : (헉 놀라는) !... 내, 내가 왜 언니예요? 난 댁같은 동생 둔 적 없어요
희진 : 봉우리만 보면서 거기 오를려고 기를 썼는데, 봉우리가 없어지면 난 어떡해야 돼요?
삼순 : !...
희진 : (간절하게 쳐다보는)
삼순 : (당황해 말이 막 나온다) 희, 희진씬 젊잖아요
희진 : ??...
삼순 : 젊고 예쁘고 돈도 많고, 거기다 북어대가리처럼 삐쩍 마르고,
여기 잇는 사람들한테 다 물어봐요. 누가 낫나
희진 : (생뚱맞아서) ???
삼순 : 난 나이도 많고 예쁘지도 않고 뚱뚱하고, 희진씬 기회가 많지만 난 아녜요.
내 인생에 진헌씨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구요
희진 : (황당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
삼순 : (목이 타는 듯 음료를 마시는데)
희진 : 언니는 건강하잖아요
삼순 : (마시다가 사레 걸린다)
희진 : 먹고싶은거 마시고 싶은거, 그거 맘대로 못먹는게 얼마나 큰 고통인줄 알아요?
(정말 서러워 눈물까지 난다) 난 언니처럼 통통해졌으면 좋겠어요.
언니처럼 혈색도 좋고 건강해 보이고 할기차고, 그랬으면 좋겠다구요
삼순 : (벙-)...
희진 : (얼른 눈물을 훔친다)
삼순 : (미안해져서는) 울지마요. 누가 보면 내가 때린 줄 알겠네
희진 : (마저 닦아내는)
삼순 : ..(안스럽지만 단호한) 그런다고 내가 봐줄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희진 : ?...
삼순 : 나, 그쪽이 아프다고 양보할 만큼 착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희진 : !...
삼순 : 페어플레이 하자구요. 선택은 진헌씨가 하게 나두구요
희진 : !...
삼순 : 그리고 오늘은 그쪽이 내요. 나 백수라 돈 없어요, 양심적으로다가 제일 싼 거 시켰어요
(일어나 나간다)
희진 : ...
삼순이 돌아서서 다가온다
희진 : ?
삼순 : (정색하고) 방금 한 말 농담 아녜요. 나.. 그 사람이 정말 마지막인거 같애요 (간다)
희진 :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으로) !...
S#16.삼순집 골목(동 낮)
그렇게 큰소리 치고 나온 삼순, 마음이 불편해 잔뜩 부어서 걸어오다가 문득 멈춘다
피아노 학원 앞이다. 아이들이 띵똥거리는 피아노 소리도 흘러나온다
삼순, 다가가 슬쩍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본다
S#17.피아노학원 안
원장과 마주앉은 삼순
삼순 : 악보도 전혀 못보고요, 할줄 아는건 젓가락행진곡 뿐이거든요? 저같은 사람도 받아줘요?
원장 : 그럼요, 성인도 한 열명쯤 되는 걸요
삼순 : 그래요? 그럼.. 저기 제 목표는 그거거든요? CAN'T HELP FALLING IN LOVE
그거 칠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원장 : 사람마다 다르죠. 그것만 집중적으로 열심히 하시면 몇 달 밖에 안걸릴 수도 있구요
삼순 : (끄덕뜨덕) 아.. 그럼 당장 배우고 싶은데. 참. 수강료는 얼마예요?
S#18.동 학원
피아노 건반이 띵띵띵
삼순, 초보용 악보를 치며 어설프게 건반을 치고 있다. 참 어슬프다
진헌 : 발로 쳐요?
S#19.홀(회상)
삼순 : 이렇게 긴 발가락 봤어요?
진헌 : (손을 흘깃 보더니) 손도 못생겼네
삼순 : (흘기며) 10년 가까이 말가루 반죽하고 오븐 만져봐요. 손이 남아나나
진헌 : 이번엔 잘 해요? (다시친다)
삼순 : (따라서 친다)
이제 얼추 맞는다 점점 잘 맞는다
삼순 : 어 된다 된다! 와 이렇게 하는거구나!
진헌 : (피식 웃는다)
S#20.피아노학원
어설프지만 참 열심인 삼순, 어서 배워서 그에게 들려주고 싶다
S#21.게스트하우스 룸(동 늦은 오후)
헨리가 기타를 치며 간단한 팝을 부르고 있다
기분 좋게 바라보는 희진
필 받아 신나게 부르는 헨리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자기 생각에 빠지는 희진
한참 노래 부르던 헨리. 문득 그런 희진을 보고는 노래를 멈춘다
희진 : ...
헨리 : 무슨 생각해?
희진 : (제 생각에 빠진 채) 요즘 비가 자주 와서 그런가 기분이 그러네..
왜 사람들은 날씨에 따라서 기분이 달라질까?
헨리 : 난 어릴 때 말야, 지렁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줄 알았어
희진 : (찡그리며) 뭐?
헨리 : 비만오면 지렁이들이 기어다니니까
희진 : (푸하하 웃는다) 너무해. 너 엉뚱한 아이였구나?
헨리 : (으쓱하며) 좀
희진 : 헨리.
헨리 : 응?
희진 : 니가 나라면 어떡했을 것 같애?
헨리 : 뭐가?
희진 : 3년전에 말야. 니가 나라면 그렇게 말없이 떠났을까?
헨리 : 음... 아니
희진 : (다음말을 기다리는)
헨리 : 나라면 같이 견뎠을거야,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서로 위로해주면서
희진 : (후회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나도 그래, 나도 3년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헨리 : (무슨 일이 있었구나 짐작하는)...
희진 : 그럼 그렇게 바보같은 짓은 안할텐데..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그냥 옆에 있는건데..
그냥.. 같이 견디는건데..
헨리 : 이미 지나간 일이야
희진 : 알아.... 그래서 화가나...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화가 나 죽겠어
헨리 : 미스터 현하고 무슨 일 있어?
희진 : ...
헨리 : 내가 혼내줄까?
희진 : (보는) ?..
헨리 : 호이짜! (화상고 흉내를 낸다) 다 죽여버리겠다~ 호이짜~
희진, 언제 그랬냐는 듯 자지러지게 웃는다
그녀가 웃자 헨리도 좋아한다
S#22.홀(동 밤)
현관쪽으로 가던 진헌, 불빛을 보고 멈추어 본다
S#23.홀 내 빠
빠로 다가오는 진헌
혼자 술 마시고 있는 현무가 돌아본다
현무 : 어? 아직 퇴근 안했어?
진헌 : 혼자 뭐하세요
현무 : 뭐하긴, 술 마시지, 잘 됐네, 잔 갖고 와
진헌 : (안에서 잔을 꺼내 옆에 앉는다)
현무 : (술을 따라주며) 베이커리는 어떡할거야, 아주 조마조마해 죽겠어
진헌 : 내일부터 호텔에서 파티쉐가 파견나올 겁니다
현무 : 그래? 새 사람 안구하고?
진헌 : 당분간은요
현무 : 근데 도대체 삼순씨랑은 어떻게 된거야? 사생활이라 그냥 모른 척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그런거야?
진헌 : (그저 멋적게 웃는)
현무 : 하긴 뭐.. 삼순씨가 여자로선 좀 잼병이지
진헌 : (거슬려 쳐다본다)
현무 : (모르고 계속한다) 여자가 말야, 안으면 품 안에 쏙 들어와야 제맛이지.
덩치는 산만하지 성미 거칠지, 거기다 입은 또 어떻구
진헌 : (심기 불편해서) 이부장님
현무 : (돌아보고 얘 왜 이래? 하는 표정)
진헌 : 김삼순씨, 품안에 쏙 들어와요
현무 : (황당) ?..허 짜식.. 말이 그렇단 거지 (생각할수록 기본 나쁘다는 듯)
이 자식보게? 어디다 눈을 부릅 뜨고, 야. 너 칼있으마? 나 칼없으마. 됐냐?
진헌 : (피식 웃으며 술을 마신다)
현무 : 근데 현사장, 혹시.. (아무도 없는 주위를 괜히 둘러보고 낮게, 실은 이걸 물어보고 싶어서
삼순이 얘기를 꺼낸 것이다) 삼순이 언니에 대해서 뭐 좀 아는 거 있어?
진헌 : ? 네?
현무 : 아 삼순이 언니 말이야. 김이영
진헌 : (언니? 그날의 기분 나쁜 대면이 생각난다) ..잘 모르는데요
현무 : 그래? 그럼됐고
진헌 : (궁금해져서) 삼순씨 언니는 왜요?
현무 : 어? 어 아냐.. 그냥 뭐.. 근데 그 집 여자들은 왜 그래? 전생에 다 투견이었나 왜 그렇게들 사나와?
무슨 마녀들도 아니구
진헌 : (술을 마시고 곰곰 생각한다)
S#24.골목 (회상)
이영 : 너 같은 사람한텐 희진씨가 딱이라구. 그러니까 이쯤에서 관둬,
난 내 동생이 또 상처받는 꼴 못봐. 알아들었어?
진헌 : (불만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이영 : 못알아들었으면 한마디 더할께. 나, 너 재수없어 딱 오천만원만큼 재수없어
S#25.달리는 차 안(동 밤)
뒷좌석에 혼자 앉아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진헌
운전석에는 대리운전 기사
진헌, 이영과의 그 일이 자꾸 걸린다. 생각할수록 불쾌한데..
스릴러 영화처럼 팔이 쑥 튀어나와 진헌의 목을 확 감싼다
진헌, 깜짝 놀라 쳐다보면
현무 : (눈이 해롱헤롱, 완전 혀 꼬부라진) 여기 어디야.. 어이 현사장 뭐해, 3차 가야지
진헌 : (팔을 떼어내며) 오늘은 그만하세요, 너무 많이 드셨어요
현무 : (머리통을 부비부비) 야 이놈아 힘 빼고 살어, 쪼그만게 쯧.. 넌 반숙도 아냐 임마.
메추리알이 어디서 까불고 있어 (하더니 우욱 올리는)
진헌 : (사색이 된다) !... (외친다) 차 세워요! 빨리요!
차가 끽 선다
그러나 이미 올리고마는 현무
진헌, 허벅지가 뜨끈해지는걸 느끼며 으~~~~
S#26.복덕방 (오전)
중개사가 매매 계약서에 인감을 꾹꾹 찍는다
보고 있는 삼순과 이영
중개사가 인감을 이영에게 건네고 돈봉투도 건넨다
중개사 : 확인해보세요, 말씀하신 대로 오천만원은 수표를 따로 끊었습니다.
이영, 봉투를 열고 수표들을 꺼내 확인한다
삼순도 목 빼고 넘겨다본다
S#27.커피전문점
이영, 오천만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건넨다
이영 : 지금 당장 가서 갚어, 싹 갚아버리고 삼식이 그 자식도 확 끊어버리는 거야
삼순 : (받으며 썩 달갑지 않은 표정)...
이영 : ? 표정이 왜 그래? 갚기 싫어?
삼순 : 언니
이영 : 왜
삼순 : 삼식이가 나 좋대
이영 : ???
삼순 : (진헌의 마음을 반신반의 하는 만큼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좋아졌대
이영 : (등짝을 따악!)
삼순 : 아! 왜 또 때려어! 내가 니 북이냐!
이영 : 오천만원으로 사람 사는 놈이야. 그 말을 믿어?
삼순 : 믿고싶어
이영 : 몇 번씩이나 널 갖고 장난 친 놈이야. 그래도 믿고 싶어?
삼순 : 그래 믿고 싶어, 그리고 앞으로 삼식이 욕하지마. 욕만해봐 언니든 엄마든 가만 안둘거니까
(휙 돌아서서 가는데)
이영 : (기막히게 쳐다보다가 소리친다) 유희진이랑은 정리했대?
삼순 : (멈칫)...
이영 : 거봐, 안했지? 그놈은 그런 놈이야. 돈 갚아버리고 집문서나 찾아와 이 한심한 기집애야!
삼순 : (흥! 마음 독하게 먹고 간다)
S#28.사장실 (동 오후)
책상에 수표봉투를 놓는 삼순
진헌, 이게 뭐냐는 듯 봉투와 삼순을 번갈아본다
삼순 : (잘해보자고 작정을 했다. 살짝 애교스런 미소를 띄고) 오천만원이에요. 확인해보세요
진헌 : ?!...
삼순 : 오늘 언니 아파트가 팔렸거든요
진헌 : (아)...
삼순 : 집문서 주세요
진헌, 중요문서가 담긴 서랍을 키로 열고 그 안에서 집문서를 꺼내어 내놓는다
삼순, 집문서를 집어 가방 안에 넣는데
진헌, 수표봉투를 집어들고 쫙쫙 찢는다
삼순 : ???!!!! 너 미쳤어?
진헌 : (쓰레기통에 버린다)
삼순 : 야 이 미친놈아! 그게 어떤 돈인데!
진헌 : 내 돈이야
삼순 : ? 뭐?
진헌 : 당신은 돈을 갚았고, 난 받았고, 그리고 내 돈을 찢은 거라고. 난 정말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든.
근데 난 지금 오천만원보다 당신이 더 좋아. 이제 믿어져?
삼순 : !!!...
진헌 : 아. 내친 김에 개명신청도 취소하지?
삼순 : 너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너 소꿉장난하니? 돈 오천만원이 장난인줄 알아?
집 한 채 넘어갈 돈이 장난이야?
진헌 : 내 마음이라구
삼순 : 그럼 차라리 레스토랑을 팔지? 팔아서 그 돈을 다 태워버리지?
진헌 : (단호히) 할 수 있어. 그만큼 당신이 좋다구!
삼순 : 돈으로 마음 사는게 좋아하는 거야?!
진헌 : 아니라니까! 복잡하게 꼬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
삼순 : (흥분으로 씨근덕대며 노려보는) ...
진헌 : (지지 않고 쏘아보는)...
삼순 : 진작부터 알아봤지만 이렇게까지 제멋대로인 줄은 몰랐어.
이기적이고 유아적이고 세상물정 모르고. 너 같은 놈, 우리 아버지한테 보여주기 싫어 (간다)
진헌 : .........
성큼성큼 나오던 삼순, 멈칫한다
마악 들어오던 희진도 놀라서 멈칫!
진헌도 보고 놀라는!
삼순 : !...
희진 : !... 또 뵙네요
삼순 : 네.. 볼 일이 좀 있어서
희진 : 저두요. 오늘 영화 보기로 했거든요
삼순, 진헌을 돌아본다 그래, 너 아직 정리 못했지? 넌 그런 놈이야. 하는 눈빛
진헌, 시선을 피한다. 왜 이렇게 꼬이는건지
희진,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기류를 짐작한다
삼순, 희진을 지나쳐 나간다
희진, 나가는 삼순을 보고 진헌을 본다
진헌, 희진의 시선을 피하며 책상정리를 한다
희진 : (보며)...
S#29.사장실 앞
문 앞에 다닥다닥 붙어 엿듣고 있는 인혜와 여직원들과 영자,
벌컥 문 열리며 삼순이 나오자 비명 지르며 도미노처럼 쓰러진다
삼순 : ?...
아이들, 일어나면서 몹시 민망해한다
삼순, 아이들을 흘겨보고 나간다
인혜가 얼른 따라간다
나머지 여직원들은 금새 문에 달라붙는다
S#30.베이커리실
나오던 삼순이 멈칫.
호텔에서 파견나온 파티쉐가 일을 하다가 삼순을 힐긋본다
직접 목격한 삼순, 이 상황이 몹시 서운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인혜 : (다가와 안타깝게) 언니
삼순 : (나온다)
인혜 : (따라나온다)
삼순 : (멈칫)...새로 구했니?
인혜 : 아녀라. 임시로 호텔에서 파견 나왔어라
삼순 : ...내 노트 주라
인혜 : !... 나중에 돌려주면 쓰겄는디. 보고 배울게 많은디
삼순 : 미안해. 지금 줘
인혜 : 야 (얼른 들어간다)
삼순, 굳은 표정으로...
인혜, 재빨리 들고나온 노트를 건넨다
삼순 : (받고는 어깨를 툭툭치며) 잘 배워라 (간다)
인혜 : (안타깝게 보는)
S#31.사장실
진헌, 외출하려고 책상 정리를 한다
희진 : 김삼순씨, 무슨 일로 왔어?
진헌 : (책상정리하느라 눈 안맞추는)....돈문제
희진 : ....다 해결 된거야?
진헌 : 응.
희진 : ...다행이다....나가자
S#32.피아노학원(동 오후)
띵똥띵똥 거칠게 피아노를 치는 삼순. 점점 거칠어지다가 제멋대로 마구 쳐댄다
S#33.스파게티집(동 오후)
진헌가 희진, 마주앉아 스파게티를 먹고 있다. 어쩔수 없이 어색한 분위기
그만큼 먹는 것도 시원치 않다
희진, 먹기를 포기하고 포크를 좀 거칠게 내려놓는다
진헌 : ?... 왜
희진 : (지나가던 웨이츄리스를 붙잡는) 잠깐만요. 혹시 여기 주방장 바꼈어요?
웨이츄 : 아닌데요 왜요?
희진 : 아녜요 됐어요 (웨이츄 빠지자) 옛날 맛이 아니야 넌?
진헌 : 글쎄...
희진 : 근데 왜 먹는게 그래
진헌 : 그냥 입맛이 없어서
희진 : 아냐, 맛이 바꼈어, 바껴서 그래. 나가자
진헌 : ?...
희진 : 나가자고. 딴 데 가, 우리가 다니던 데가 한두군데니? (일어나는데)
진헌 : (잡아앉히며) 이왕 온거 그냥 먹어
희진 : (뿌리치며) 싫어, 기분 나빠서 못먹겠어. 빨리 나와 (나간다)
진헌 : 희진아 (희진이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자 갸웃하며 따라나간다)
S#34.강남의 대로변 & 차 안
희진의 차가 달려온다
운전석의 희진, 굳은 얼굴이다.
진헌 : (힐끔 보고는) 오늘 굉장히 예민하다?
희진 : 맨날 먹던 맛이 아니잖아. 사람들 참 이상해. 왜 장사만 잘 되면 음식맛이 바뀌는거야?
난 그런 집 싫어. 좀만 기다려.. 다 왔으니까
차가 멈춘다
그러나 창 밖을 보던 희진의 표정이 굳는다
진헌도 창 밖을 보고 갸웃
유료 주차장이다
희진이 내린다. 진헌도 내려 옆으로 다가온다
희진 : 없어졌어
진헌 : .....
희진 : (중얼거리듯) 없어졌다구..
진헌 : 그래
희진 : (휙 돌아보는) 근데 아무렇지도 않아?
진헌 : ?...
희진 : 아까 그 집이랑 여기, 너 스파게티는 두 군데 아니면 먹지도 않았잖아
진헌 : 별 것도 아닌 것 같고 왜 이래 오늘
희진 : 별 게 아니라구? 우리가 맨날 다니던 데가 없어졌는데 별 게 아냐?
진헌 : ? 희진아
희진 :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가 있어? 없어졌잖아. 없어졌다구
진헌 : 너 왜 그래
희진 : 헨리같으면 안그래. 추억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데!
진헌 : ?!...
희진 : (아!..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스스로도 놀라는) !...
진헌 : (방금 뭐라 그랬어?하는 표정으로)
희진 : (휙 고개 돌린다)
그 순간 지나가던 차가 물이 고인 웅덩이를 지나가며 흙탕물이 촤악!
제대로 뒤집어쓴 진헌과 희진, 얼이 빠진다
S#35.피아노학원(동 오후)
삼순, 제멋대로 엄청난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스츄어까지 오바하며 괴팍한 예술가처럼
아이가 다가온다
아이 : 아줌마
삼숨 : (못듣고 계속)
아이 : 아줌마아.
삼순 : (멈칫, 돌아본다)
아이 : 시끄러워요
삼순 : (무시하고 친다)
아이 : (옆에 다가와 건반을 탁 치며) 시끄럽단 말예요. 피아노는 그렇게 치는 거 아녜요
삼순 : 야! 너까지 날 무시하는 거야?
S#36.삼순집 앞 (동 오후)
터덜터덜 걸어오는 삼순. 집 앞에 멈추어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집배원 : 여기 감삼순씨 댁이죠
삼순 : (돌아본다)...네 맞는데요
집배원 : 등기 왔습니다 (등기물 수령증과 볼펜을 내민다) 싸인해 주세요
삼순, 싸인해주고 등기물을 받는다. 돌아가는 집배원에게 '수고하세요'하고 등기물을 본다.
놀라는 표정!
법원에서 날아온 공문서
삼순, 얼른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펼쳐 읽는다. 점점 놀라는 표정..
삼순 : 엄마! 언니!
S#37.마루
봉숙과 이영, 개명허가통지서를 보고 잇다
이영 : 신청인 삼순을 희진으로 개명하는 것을 허가한다?
삼순 : (흥분해서 왔다갔다, 앉았다 일어났다. 두서없이) 김희진이야 김희진, 우하하하.
엄마 이젠 희진이라고 불러야 돼? 언니두? 우하하하하, 가만. 근데 어떡하지?
주민등록증이랑 신용카드랑 그거 다 바꿀려면. 아참, 은행통장도 다 바꿔야 되네, 어머. 여권도,
아~ 보통일이 아니네. 그럼 어때 김희진인데 우하하하하 (하다가 갑자기 울음으로 바뀐다)
흑.. 흑..
봉숙과 이영. 저건 또 뭐야? 하는 표정이고
삼순 : 흐흐흐 흑.. 난 이제 김희진이야 흑 김희진..
봉숙과 이영, 모노드라마를 펼치는 삼순을 황당하게 본다
봉숙 : 그렇게 좋니?
삼순 : (끄덕이며 엉엉)
이영 : 그래도 어째 좀 심하다?
삼순 : (엉엉 울어댄다) 어엉 어떻게.. 어어엉... 난 이제 김희진인데 엉엉...
삼순, 허가서를 핑계 삼아 펑펑 울어댄다. 이제 정말 마지막인것만 같아서
S#38.삼순네 주방 (동 밤)
식탁에 마주앉아 맥주 마시는 삼순과 이영
이영 : 진짜야? 진짜 끝낸거야?
삼순 : (마음은 아니지만 담담한 척) 응
이영 : 아까 낮에만 해도 안그러더니 뭐가 갑자기 뒤틀렸어?
삼순 : 묻지마. 얘기해봤자 내 얼굴에 침 뱉는 꼴이니까
이영 : 호호 얘가 몇시간만에 사람됐네? 왜, 오천만원 주니까 태도가 싹 달라지디? 이젠 볼 일 없대?
삼순 : 아 묻지 말라구!
이영 : (침 튀기셔 얼굴 닦으며) 아우 알았어 알았어
삼순 : 언니, 나 성형이나 해볼까
이영 : 개명도 모자라 성형을 해? 관둬라 관둬, 견적 안나와
삼순 : (확 째린다)
이영 : (정색하고) 솔직히 말하면 너 괜찮아
삼순 : ?...
이영 : 키 크잖아. 그 키에 살만 좀 빼면 얼마나 훌륭하냐? 그리고 넌 얼굴도 뎅글뎅글, 눈도 뎅글뎅글,
귀여워서 어른들이 좋아할상이야. 나중에 시어른들 사랑 받을 거니까 걱정마
삼순 : (좋긴하다) 치- 구박할 땐 언제구
이영 : 그거야 니가 자꾸 속을 뒤집어 놓으니까 그런거구. 그리고 너한텐 '삼순이네 케익'이 있잖아
삼순 : ? 뭐?
이영 : 샵 내기로 했잖아. 이름을 '삼순이네 케익'으로 짓는거야
삼순 : 으이씨.. 희진이네 케익이지 왜 삼순이네 케익이냐?
이영 : 이 맹충아. 요즘 복고가 뜨는 거 몰라?
희진이네 케익하고 삼순이네 케익하고 나란히 있다고 생각해봐. 어디에 먼저 눈길이 가겠냐?
삼순 : (잠깐 생각하다가. 뚜해서) 삼순이네
이영 : 그래 바로 그거야, 하도 촌스러워서 (얼른 정정) 아니 하도 정겨워서 한번 더 돌아보는 게
삼순이라니까?
삼순 : 그래도 싫어, 삼순이도 싫고 희진이도 싫고 딴걸로해
이영 : 그건 천천히 생각하고, 남자 땜에 괜히 기운 빼지마.
요즘 같은 세상에 결국 남는 건 일이고 실력이니까, 알았어? (나간다)
삼순 : (뚜해서)...
S#39.게스트룸(동 밤)
구식 선풍기가 탈탈 돌아간다
헨리의 티셔츠를 입은 희진, 감은 머리를 말리고 있다.
헨리 : 헤이
희진 : (돌아보면)
헨리 : (빗을 던진다)
희진 : (호흡이 잘 맞는 콤비처럼 두 손으로 착 받는다)
헨리 : 나이스!
희진 : (피식 웃고는 선풍기를 끄고 머리를 빗는다)
헨리 : 오늘 데이트는 어땟어?
희진 : 보면 몰라? 흙탕물 뒤집어쓰고 끝났지
헨리 : 그럼 집으로 가지 왜 여기로 왔어
희진 : 왜, 내가 지겨워? 그만 올까?
헨리 : (장난끼) 나 보고 싶어서 왔지
희진 : (피식 웃는다)
헨리 :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지 빙긋빙긋 웃는다)
희진 : (그 표정을 힐긋 보고는) ...난 가끔 니가 무서워
헨리 : ?...
희진 : (담담하게) 나를 길들이는 것 같아서 무서워
헨리 : ?...(앙!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
희진 : (씁쓸하게 웃는다)
S#40.나사장 거실 (동 밤)
윤비서가 열어준 문으로 진헌이 들어온다. 흙탕물을 뒤집어쓴 그대로.
윤비서 : (놀라서) 이게 뭐야? 왜 이래
진헌 : (피식 웃고 들어간다)
윤비서 : (따라들어가며) 자고 갈려구?
진헌 : 네
S#41.미주 방
깨끗이 씻은 진헌, 미주와 함께 침대에 나란히 기대여 앉아 모모를 읽어주고 있다
진헌 : 모모는 자기 앞을 기어가는 거북을 따라 긴 복도를 지났다.
복도 끝에 이르자 거북은 조그만 문 앞에 멈춰 섰다.
모모도 몸을 구부려야 겨우 들어설 수 있는 작은 문이었다
미주 : (쫑긋해서 듣는)
진헌 : <다왔어>거북의 등에 글자가 나타났다.
모모는 몸을 굽혀 바로 코 앞 작은 문 위에 걸려 있는 문패를 보았다. 시간, 분, 초의 박사
진헌, 거기까지 읽고 생각에 잠긴다
미주가 쳐다본다. 다음이 궁금하다
진헌, 골똘하다
(플레쉬백) 아까 사무실에서 희진과 삼순이 마주쳐서 서로를 의아하게 바라보던 모습
미주가 진헌을 흔든다. 더 읽어달라고
진헌 : (정신차리고)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자야지
미주 : (싫다고, 더 읽어달라고 떼를 쓴다)
진헌 : 삼촌이 피곤해서 그래.
마주 : (그러자 조그만 손으로 팔을 조물락조물락 해준다)
진헌 : (웃음이 난다) ...머리도 아픈데
미주 : (머리도 조물락)
진헌 : 마음도
미주 : (무슨 뜻인지 몰라 갸우뚱)
진헌 : (가슴에 손을 대며) 여기 있는 게 마음이야
미주 : (가슴을 손바닥으로 쓸어준다. 엄마의 약속처럼)
진헌 : (흐뭇한) ..미주는 나중에 커서 삼촌 같은사람 만나지 마라?
미주 : (뭘 아는지 모르는지 끄덕끄덕)
진헌 : (뭐? 삐져서는) 임마, 이럴 땐 그래도 삼촌이 제일 멋있어요, 삼촌같은 사람이랑 결혼할 거예요.
이래야지
미주 : (히히 웃는다)
진헌 : 웃기는? 너 세상에 삼촌 같이 멋있는 남자가 있는 줄 알어?
미주 : (그저 웃는다)
진헌 : (볼 꼬집으며 웃고는) ...이제 그만 자자
진헌, 스탠드 불을 끄고 미주를 끌어안고 이불을 여민다
진헌 : 삼촌이 자장가 불러줄까?
미주 : (끄덕뜨덕)
진헌 : (섬집아기를 부른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화면 어두워진다
S#42.삼순 방
침대시트를 벗겨내는 삼순, 이불과 함께 들고 나간다
S#43.뜰
커다란 고무 대야에서 이불을 밟고 있는 삼순, 착잡한 마음을 씻어내려는 듯 참 열심이다
S#44.베이커리실 (동)
노트를 찾아 여기저기를 뒤지는 진헌. 이상하다. 어디갔지?
인혜가 들어오다가 보고는 갸웃
인혜 : 사장님
진헌 : (깜짝 놀라는)
인헤 : 뭐 찾으셔요?
진헌 : 예? 아, 아녜요 (얼른 나간다)
S#45.사장실
들어오는 진헌, 책상에 닿자 쓰레기통부터 집어들다가 사색이 된다
비어있는 쓰레기통
진헌, 쓰레기통을 던지다시피 하고 뛰어나간다
S#46.홀
뛰어나오는 진헌, 영자를 다급하게 붙잡는다
진헌 : 오늘 사무실 청소 누가 했어요?
영자 : (요염하게) 제가 했는데요 사장님
진헌 : 쓰레기 어딨어요
영자 : 네? 쓰레기요?
진헌 : 쓰레기통 비웠잖아요. 어딨어요
영자 : ? 당연히 쓰레기장에 있죠
진헌 : (뛰어나간다)
영자 : (갸웃하더니) 어쩜 뒷모습도 예술이야~
S#47.쓰레기장
쓰레기 봉지를 뜯는 진헌, 안의 내용물을 바닥에 흩어놓고 찾는다. 없는지 다음 봉지를 뜯는다
S#48.뜰
이불과 시트를 빨래줄에 너는 삼순
S#49.삼순 방
힘주어 빡빡 걸레질을 하는 삼순, 힘이 드는지 멈추어 후- 숨을 몰아쉬다가 멈칫
벽에 붙어있는 달력의 그림, 한라산이다. 7월 7일에는 my birthday라고 표시되어 있고
삼순, 한라산을 빤히 쳐다본다
진헌 : 한라산에 가본 적 있어?
S#50.호텔룸(회상)
진헌 : 구름을 뚫고 정상에 서니까 발밑에 구름이 깔려서 꼭 구름을 밟고 서 있는 것 같았어.
그때 그랬지. 이젠 됐다... 그만하자... 자책도 원망도... 그리고 결심했어.
희진이가 돌아왔을때 적어도 무기력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고...
S#51.삼순 방
아직도 한라산을 보고 있는 삼순. 서서히 어떤 결심이 선다
S#52.쓰레기장
찢어진 쓰레기봉지가 너댓개 널려있다
진헌, 잔뜩 우그러진 얼굴로 여태 찾고 있다. 잠시 후, 표정 변하더니 쪼가리 하나를 집어든다.
좋아서 얼른 다른 조각들을 찾는다. 곧 나온다
S#53.홀
수표조각을 들고 들어오는 진헌, 덥고 지쳐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며 사장실로 향하는데
노랫소리가 들린다. 진헌, 멈칫 선다
<아름다운 사람 - frist 1st folk festival 버전이면 어떨지>이 흐른다
직원들이 노래를 들으며 런치타임을 준비하고 있다
멍해지는 진헌, 노래가 점점 진헌의 가슴 속을 파고든다
삼순의 목소리로 겹쳐진다
S#54.홀 (회상)
진헌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그 노래를 부르던 삼순
술 취한 삼순, 참 멋없게도 부르던 삼순.
S#55.홀
진헌, 가슴이 뭉클해진다. 밀려오는 뜨거움.. 그녀의 모습들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S#56.몽타쥬(회상)
호텔 화장실에서 검은 눈물을 흘리던 그녀
면접을 보러온.
술취해서 캐쉬로비에서 귀염을 떨던.
천역덕스럽게 어머니 앞에서 하트를 날리던.
dvd방에서 눈 감던
배째, 하던.
홀에서의 첫 키스
채리와 싸우며 뒹굴던
배를 빌려주던
희진과 대적해 너도 딴 여자랑 눈 맞추지 말라던.
해안도로에서 니가 좋아졌다고 고백하던.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천만원으로 마음을 살 수 있냐고 하던 모습들
S#57.달리는 차 안(동 밤)
핸즈프리에 붙어있는 핸드폰을 열고 단축버튼 누르는 진헌, 삼순의 번호다. 받지 않는다.
진헌의 굳은 얼굴. 소리샘으로 넘어가자 탁 덮고 악셀을 밟는다
S#58.삼순 집 앞
이영이 대문 열고 나와 본다
차 앞에 서 있던 진헌이 다가선다
이영 : (퉁명스레) 삼순인 왜 또
진헌 : 할 말이 있습니다
이영 : 다 끝난 걸로 아는데
진헌 : 아직 안 끝났습니다.
이영 : !.. 너 지금 기어오르니?
진헌 : 죄송하지만. 전 지금 삼순이 빼고는 무서운게 없습니다.
이영 : !...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 내가 전해줄게
진헌 : 직접해야 됩니다
이영 : 글쎄, 나한테 하라구. 없는 애를 어떻게 불러
진헌 : 어디, 갔습니까?
이영 : 그건 알 필요없고
진헌 :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후회하실지도 몰라요
이영 : 허, 이젠 협박까지?
진헌 : 누님!
이영 : 어머머머! 어따 대고 누님이야?
진헌 : 너무 그러지 마세요, 혹시 알아요? 처형제부 사이가 될지?
이영 : ???!!! 기가 막혀 세상에! 말조심해! 누구 혼삿길 막을 일 있어?!
봉숙 : 밖에 누구왔니?
이영 : 허???
진헌 : (역시 놀라는)
봉숙 : (나오는 소리와 함께) 누군데 이 밤중에 시끄럽게 굴어
이영 : (숨죽여) 뭐해 안숨고. (이미 끌고가며) 엄마한테 맞아 죽고 싶어?
이영, 진헌을 끌고 잽싸게 차 꽁무니로 숨는다. 진헌도 끌려가는게 아니라 함께 숨는.
순간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공범이 되는 심리
대문 열리고 봉숙이 나온다. 이영이 안보이자 갸우뚱
봉숙 : 방금 소리 났는데? (차를 보고는 다가온다) 누가 여기다 주차를 해놨어?
이영과 진헌, 흡 놀라 긴장한다
봉숙 : (차를 요리조리 살피며) 아유 양심없는 것들, 남의 집 대문 앞에다 이게 뭐야?
이영과 진헌, 봉숙의 발을 보며 초긴장!
봉숙 : 또 이러기만 해봐 그냥, 확 견인차 부를테니까 (타이어를 발로 뻥 차고 간다)
이영,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어난다
진헌도 일어나며 갸웃한다
진헌 : 누님도 저 좋아하시나봐요
이영 : 뭐, 뭐??
진헌 : 그러니까 숨겨줬잖아요
어머 세상에! 내가 왜 숨겨줬지? 스스로도 당황해하는 이영
진헌 : (방긋 웃는다)
이영 : (창피해서 괜히 흘기며) 허 기가막혀, 너 진짜 미지왕이구나? 너 같은 놈한테 우리 삼순이 못줘!
(휙 돌아서서 들어간다)
진헌 : (아 피곤하다)
S#59.삼순 방
메모지를 집어들고 보는 이영
삼순 : 언니, 등산복이랑 등산화 빌려간다. 한라산에 갔다 오려고, 갔다와서 다시 시작할거야.
기대해. 사랑해.
이영, 마음이 짠해진다. 메모지를 내려놓다가 옆에 놓인 핸드폰을 본다
삼식이로부터의 부재중 전화가 17통이라는 표시
이영, 놀란다. 열일곱번이나? 그때 문자가 왔다는 신호음이 들리자 흠칫 놀랬다가 열어본다
(인써트) 감히 내 전화를 씹어? 빨리 받어
이영, 탁 닫아버린다
S#60.집 앞
진헌, 운전석에 앉아 또 문자를 찍고 있다.
S#61.삼순 방
그걸 보는 이영
(인써트) 케익에 또 이상한 거 넣은 거 아냐? 사방에서 당신 목소리가 들려
갸웃하는 이영. 정말 좋아하나? 그때 또 문자가 왔다는 신호, 보면,
(인써트) 어디 있는거야.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점점 아리송해지는 이영, 그날밤의 삼순이 생각난다
S#62.뜰(8회)
삼순 : ....보고싶어
이영 : !!!
삼순 : 보고 싶어 미치겠어
S#63.삼순 방
이영, 마음이 안좋다, 그때 또 문자가 온다, 보면,
(인써트) 야! 김삼순!
또 생각에 잠기는 이영
S#64.뜰(8회)
삼순 : (울먹이며) 내 배를 베고 좋아했단 말야..
이영 : ? 배?
삼순 : 나만 보면 웃음이 난다고, 형 얘기도 하구... 울었단 말야...
이영 : !...
삼순 : 내 품에 안겨서 울었다구... 남자가 그러는 건 그 여잘 좋아한다는 뜻이잖아
S#65.삼순 방
이영, 심란하다. 동생이 그렇게 좋아하는 남잔데... 알려줘 말어... 그때 문자가 또 온다
(인써트) 미안해
'미안해' 단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이는 이영
S#66.집 앞
지친 진헌, 또 문자를 꿀꿀 누르다가 대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 든다
이영이 나오고 있다
진헌, 얼른 내린다
이영 : (쏘아보며) 뭐가 미안한데?
진헌 : 네?
이영 : (삼순이의 핸드폰을 보이며) 놓고 갔거든, 뭐가 미안한데
진헌 : .....다요
이영 : 다 뭐
진헌 : 그냥 다...
이영 : (여전히 쏘아보며) ....약속할 수 있어?
진헌 : ?...
이영 : 다신 삼순이 울리지 않겠다고
진헌 : !... 네!
이영 : 사겨도 좋다는 소리는 아냐, 그냥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는것 뿐이야
전헌 : 네!
이영 : 제주도 갔어
진헌 : ? 제주도는 왜요?
S#67.성판악 매표소
표를 받아들고 '수고하세요' 인사하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삼순
S#68.등산로 초입
쭉쭉 뻗은 활엽수림 사이로 난 평탄한 오솔길
씩씩하게 걷는 삼순, 아직은 오를만하다
삼순 : (Na) 그래, 이젠 됐다. 그만하자. 자택도 원망도,
난 겨우 30년을 살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으니까, 먼 훗날에라도 다시 만나게 되면
무기력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 너를 좋아했지만 너 없이도 잘 살아지더라고, 당당하게 말하자
삼순, 호흡을 가다듬는다
삼순 : (Na) 그래,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는거야, 여자 김희진이 아니라 파티쉐 김희진으로...
다시 씩씩하게 걷는 삼순
S#69.중턱
수려한 경관이 펼쳐진다
좀 전과는 달리 할딱대며 올라오는 삼순
삼순 : 아- 죽겟다. 도대체 얼마를 더 가야 되는거야. 으~ 괜히 그놈 말만 믿고.... 다시 여길 오나봐라.
그럼 평생 김삼순이다. (멈추며) 아- 힘들어.
삼순, 생수를 벌컥벌컥 마신다. 손수건에 물을 부어 그걸로 얼굴도 닦고.... 그러다 안내판을 발견한다
삼순 : 어?
(인써트)x시까지 성판악 대피소에 도착해야만 백록담에 올라갈 수 있다는 문구.
삼순 : (얼른 시계를 보고는) 얼레리요? 한시간도 안남았잖아 (후다닥 뛰어간다)
S#70.정상
정상 직전의 바윗길을 끙끙거리며 올라오는 삼순, 다리를 후들거리고, 배낭은 무겁고, 배는 고프고,
땀은 비오듯 하고.. 경사가 가파른 곳에서는 거의 엎드리다시피 엉금엉금 기기도 하면서
삼순 : (이를 갈 듯이) 나쁜 자식.. 뒤로 자빠지다 코나 꺠져라. 뭐? 구름 위에 서 있는 기분이라구?
자기가 손오공이야? 어디서 그런 개뻑다구 같은 소리로 사람을 홀려?
꿈에서라도 만나기만 해봐라. 아주 작살을 낼테니까. 으~ 내 팔자야...
드디어 정상에 올라서는 삼순,
후들거리는 다리로 비틀비틀 걸어와 백록담 능선을 둘러싼 목책에 엎어진다
삼순 : (완전히 지친) 아.. 어떻게 그 다리로 여길 올라왔을까. 독한 놈.... (맹하게 전망을 보며)
니가 백록담이냐? 난 김희진이다. 아... (정신이 좀 든다. 저 아래를 내려다본다) 뭐야 이거.
삼순, 배냥을 저 아래를 조망한다
삼순 : 에게? 겨우 이거야? (날씨에 따라 애드립. 하나도 안보인다든가) 물도 하나도 없잖아
삼순, 실망스런 얼굴로 주위를 둘러본다
백록담 정상의 풍경들..
삼순, 차차 동화되어 표정이 풀어진다. 정상에 왔다는 실감도 나고 흐뭇해진다.
바람이 불어온다. 삼순, 두 팔을 벌리고 두 눈을 감고 바람을 맞는다. 흐음 냄새도 맡아본다
삼순 : 좋다.. (눈 뜨고 다시 주위를 보며) 뭐 백록담은 거시기 하지만 그래도 올라오니까 좋네.
이래서 등산을 하는구만 사람들이
옆에서 사람들이 야호~를 외친다
삼순 : 아차, 중요한 걸 빼먹을 뻔 했네 (두 손을 입에 모으고 외친다) 야~ 호~~~ 야~ 호~~~
김희진이가 왔다아~~~ 난 김희진이다아~~~
삼순, 그렇게 외치고 숨을 가다듬는다. 문득 진헌이 그리워진다. 다시 두 손을 모아 외쳐본다
삼순 : 삼식아~~~~ 삼식아~~~ 이젠 완전 쫑이다~~~~
진헌 : 누구 맘대로!
삼순 : (어? 돌아보면)
이미 올라와 있던 진헌이 여유만만하게 저쪽에서 다가온다
삼순 : !.... 이젠 아주 헛것이 보이네 (고개를 마구 저으며) 안돼 안돼. 탈진하면 안돼
내려갈때까진 견뎌야돼 (배낭을 챙기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휙 돌아본다)
헛것이 아닌 진짜 진헌이 앞에 다가와 선다
삼순 : 뭐, 뭐야 너!
진헌 : 불러놓고 모른 척 하기야?
삼순 : 너 또 무슨 수작이야! 너 혹시 날 밀어버릴려고 온 거 아냐?
진헌 : 누구 맘대로 김희진이야? 난 삼순이가 좋다 그랬지?
삼순 : ???
12회 끝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