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과 광화문에 갔더니
송현(시인. 정신세계 유목민)
그 동안 한일 문화교류회의 박 선생이 노력으로 드디어 오늘 인사동에서 일본인 쯔까모도 선생을 만났다. 박 선생은 우선 식사부터 먼저 하는 것이 어떤지 묻기에 밥 먹는 일보다 비지니스 건을 먼저 말한 뒤에 밥을 먹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인사동 찻집으로 갔다. 내가 프로포즈할 건수가 여러 건 있는데 오늘은 "당신에 남은 찬스가 많지 않다"만 제안했다. 먼저 나를 소개하고 내 책에 대한 주변 설명을 하였다. 일본인 답게 쯔까모도 선생은 내 말을 들어주는 태도가 대단한 고수였다. 내가 그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고수와 하수의 차이 중에 대표적인 것이 남의 말을 듣는 태도였다. 고수일수록 남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데 하수는 그렇지가 않다. 쯔까모도 선생은 참으로 고수였다. --선생님, 오늘 제가 말을 많이 해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 소개와 제가 가지고 있는 상품을 설명하려고 하다보니 말이 많아졌습니다. 다음 기회에는 저는 입을 다물고 선생님 말씀을 경청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오늘 송 현 선생님 이야기가 아주 유익했습니다.
찻집을 나왔다. 인사동 어귀에 들어서면서 내가 말했다. --쯔까모도 선생님, 여기는 제가 노는 무대입니다. 오늘 저녁으로 세가지 메뉴를 추천하겠습니다. 그러니 선생님께서 그 중 마음에 다는 것을 골라주십시오. 셋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메뉴를 2차로 추천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첫째는 인사동에서 잘하는 한정식집입니다. 한정식을 드실 수 있습니다. 둘째는 아주 유명한 비빔밥 집이 있는데 거기 가면 비빔밥을 예술의 경지로 올리려는 유명한 비빔밥을 드실 수 있습니다. 셋째는 120년 전통의 설렁탕집이 있는데 거기 가면 유명한 설렁탕을 드실 수 있습니다. 쯔까모도 선생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설렁탕을 선택했다. 이분은 내 주머니 사정을 알 리 없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그 집을 알고 있었다. 다른 분들과 그 집에 여러번 가 보았다고 했다. 세상에! 과연 120년 전통이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광화문을 잠시 둘러보기로 했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서니 쯔까모도 선생이 나보다 세종대왕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를 줄줄 꿰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에 벌어졌다.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 몇 발자국 옮기고 나서 쯔까모도 선생이 광화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선생님, 광화문 현판을 왜 한문자로 달았습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글로 광화문이라고 달려 있었는데요? 그리고 세종대왕 동상 바로 뒤에다 한문자 현판을 달아놓은 것이 아무래도 바람직해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그 순간 너무나 부끄러웠다. 뭐라고 명쾌하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여나며명 밖에 안되는 주체성 없는 문화재 위원들이 세종대왕을 능멸하고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천불이 났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고 내가 말했다. --쯔까모도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렇게 한문자 현판을 달게 된 것은 우리나라 문화재관리위원이란 얼빠진 것들때문입니다. 멀쩡한 한글 현판을 버리고 門化光이란 한자현판을 달아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세종대왕을 욕되게 하고 나라를 망신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글학회를 비롯한 한글 문화단체와 한글 사랑하는 국민들이 지난 한대 동안 그자들과 싸워왔습니다. 그래서 아마 이번에 한글로 광화문이란 현판을 달것 같습니다. 한때나마 참 민망하고 부끄럽습니다.
내가 마치 큰 죄라도 지은 사람마냥 잘못했다고 하니 쯔까모도 선생이 몸둘 바를 몰라했다. 수도 서울 한 복판 세종로에 세종대왕 등뒤에 한문자 현판을 달아서 세종대왕을 욕되게 하고 나라 전체를 부끄럽게 만드는 몇몇 문화재위원들을 직무유기 혹은 국가 모독죄로 사법 처리를 하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럴 때는 내가 법을 잘 모르는 것이 참으로 한스럽다.(www.songhyun.com) |
출처: 송현시인 행복발견 원문보기 글쓴이: 송현시인
첫댓글 '광화문'이란 한글 현판 한표 찍습니다. 분노를 잘 참으셨습니다. 송현선생님처럼 훌륭한분이 화를 내면,
일본사람이 생각할 때 한국사람은 냄비 정신이 아주 발달되어있구나 생각 할 것도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자유자재로 댓글을 다는 곳이라 생각해서요. 이해 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