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화궁터는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일까요?”
뮤지엄교육연구소 권남희 대표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질문하자 아이들이 고개가 갸우뚱한다. “순화궁터는 헌종의 후궁인 경빈 김 씨 사당인 순화궁이 있던 자리예요” 권 대표의 설명이 이어지자 어린이들이 눈을 반짝이면 수첩에 받아 적었다.
4월의 완연한 봄 날씨 속에 초등학교 5~6학년으로 구성된 20명의 어린이들이 수업이 없는 토요일 인사동을 찾았다. ‘2012년 문화예술기관 토요문화학교’ 일환으로 마련된 토요예술작업장 ‘인사동 빙글’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2012년 문화예술기관 토요문화학교’는 올해부터 시작된 ‘주5일 수업제’에 따라 아동,청소년 중심으로 가족의 창의, 인성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예술교육 활성화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주말 문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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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의 숨은 유적지 ‘순화궁터’ |
주말 문화 프로그램은 서울문화재단이 직접 기획, 운영하는 ‘아우름 프로그램’과 서울문화재단이 선발한 총 12개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가 운영하는 ‘차오름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지난달 31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뮤지엄교육연구소는 ‘차오름 프로그램’ 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 2000년 10월에 설립된 뮤지엄교육연구소는 국내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기반 시설의 교육활동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하는 곳이다.이번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로 진행하는 ‘인사동 빙글’은 인사동의 숨은 유적지와 전통을 찾아 구석구석을 누비며 인사동의 문화예술을 느끼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권 대표로부터 인사동 순화궁터설명을 들은 어린이들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서울 중심점 표지돌이었다. 인사동 지도를 펼쳐든 어린이들이 서울의 한복판 중심지점을 표시한 표지돌을 금세 찾아냈다. 이곳은 건양원년(1896) 당시 서울의 한복판 중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지번의 중심 지점이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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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빙글’ 에 참여한 신혜선(초6)양이 인사동 곳곳을 누비며 문화예술 체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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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예술작업장 ‘인사동 빙글’ 에 참여한 강현우 군(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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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기둥의 화강암을 둘러싸고 그 모서리에 마치 연필을 세워 놓은 것과 같은 8각 기둥의 화강암 4개가 세워져 있다. 서울이 북악, 인왕, 남산, 낙산 등 4개의 산이 있어 4개의 8각 기둥 돌은 4산을 의미하고 가운데의 네모기둥 돌은 한성의 중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토요예술작업장 ‘인사동 빙글’ 에 참여한 강현우 군(초5)은 “인사동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다리를 다쳐 도보가 다소 불편해 선생님과 친구들의 쉬라는 권유에도 인사동 숨은 유적지를 찾겠다는 의지가 굳건하다.
“주말에는 주로 집에 있었어요. 가끔 산에 가거나요. 이렇게 토요일에 새로운 친구들, 선생님과 인사동의 숨겨진 흔적을 찾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깊게 눌러쓴 모자 밑 강 군의 얼굴에 봄 햇살 닮은 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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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 뮤지엄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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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교육연구소 ‘인사동 빙글’ 수업을 마친 뒤 교육장에 다시 모인 아이들 |
이곳에서 권 대표는 어린이들에게 각자 인사동의 가보고 싶은 장소를 지도에 표시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곳의 특징을 그림으로 그려오라고 했다. 어린이들이 힘찬 발걸음으로 인사동 유적, 갤러리,박물관, 미술관, 상품점 등을 찾아 거리로 흩어졌다.
신혜선 양(초6)은 특이한 건물과 갤러리 등을 찾았다. 신 양에게 건물을 찾은 이유를 묻자 “특이해서요.”라며 빙긋 웃는다. “건물 창문에 솟아나온 나무토막이 재미있어요. 건물도 크고 멋져요.”
건물을 모습을 그림으로 담은 신 양은 지도를 보고 갤러리 앞에 섰다. 한참이나 그림을 바라보던 신 양이 “‘저 그림이 나타내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요. 작가의 감정을 느껴볼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했다. 조금은 무표정했던 신 양의 얼굴이 다양한 그림을 바라보며 색색의 표정으로 물들여졌다.
“주말에는 가족이 바빠 같이 잘 나오지 못해요. 언니도 고등학생이라바쁘고요.한 달에 두 번 산에 가는 것이 다였죠. 앞으로도 이러한 주말 야외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자전거도 타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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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진(초5)군과 봉사활동을 나선 김정연(고3)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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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자신이 그린 OH 필름으로 인사동 지도를 만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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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양을 비롯한 어린이들은 저마다 인사동의 인상 깊은 장소를 그림으로 담아 뮤지엄교육연구소 교육장으로 모여들었다.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하고자 다른 학교에서 모인 친구들이지만 다른 친구들은 무엇을그려왔을까 호기심 가득한 표정에서 왁자지껄한 이야기꽃이 핀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지만 마음의 거리는 없어 보였다. 어린이들은 교사의 지도아래 각자 그려온 그림 위에 OH필름을 대고 네임 펜으로 따라 그려나갔다. 그리고 교육장 유리벽에 그려진 인사동지도 위에 자신이 그린 OH 필름을 붙여나갔다.
김이진(초5)군은 “특이한 인테리어의 식당을 그려왔다.”며 “내가 그린 곳과 친구들이 그린 곳을 비교해보고 인사동 거리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봉사활동을 나온 김정연(고3)양은 “어린이들이 활동을 통해 주체적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며 마음에 억눌린 생각을 풀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말 프로그램이 더 많이 마련되고 홍보가 잘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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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문화학교 ‘아우름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학생들 |
뮤지엄교육연구소 권남희 대표는 “인사동에서 만나는 전통과 역사를 나와 친구의 눈으로 확인하고 서로 못 봤던 것을 발견하는 한편,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다.”며 “이런 활동을 통해 너와 나의 다른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로그램 첫 날 학부모님과 함께 토요예술작업장 ‘인사동 빙글’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의 취지를 공감하고 반응이 아주 좋았다.”며 “정부 지원으로 좋은 주말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해 감사해 한다.”고 전했다.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이은혜 씨는 “청소년의 인성 교육이 날로 중요해짐에 따라 관람, 강의, 체험형 등의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은 사회와 삶을 이해하고 감수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학교폭력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문화재단이 직접 기획, 운영하는 아우름 프로그램은 서울지역 중학생 각각 40명씩 총 120명을 대상으로 건축, 문화, 국악, 연극, 애니메이션 총 다섯 가지를 융합해 구성된 장르융합 프로그램이다. 다음 모집 일정은 6월 18일~24일, 9월 3일~9일 각 총 7일간, 40명 모집한다. 신청방법은 서
울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www.e-sac.or.kr) 회원가입 후 프로그램 신청하기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