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향기에 취해 복사꽃의 고장 영덕으로 성큼 들어선다.지난밤 심술캺은 비바람에 복사꽃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더니 오십천 맑은 물도 온통 물감을 풀어놓은듯 연분홍으로 물들었다.산굽이를 돌고 돌아 거대한 꽃길인 34번 국도를 달린다.차창밖으로 보이는 산과 들,그리고 그 사이에 아담하게 둥지를 튼 산골마을이 온통 복사꽃으로 가득하다.
복숭아나무는 활처럼 휘어지다가 꺾어지면서 옆으로 퍼지는 가지가 흡사 조각품을 보는 듯 신기하다.하늘을 떠받치듯 양팔을 벌린 모습의 검은 가지에 열을 맞춰 탐스럽게 매달린 복사꽃은 살아있는 예술작품이다.
관광버스와 승용차에서 쏟아져 나온 상춘객들이 복숭아밭 사이를 뛰어다니며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고,‘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캔버스와 필름에 담아내기 위해 과수원 주변에 진을 친 우산속의 화가와 사진작가들은 되레 풍경화 속의 소품이 된다.
영덕은 청도와 함께 국내 최대의 복숭아 산지다.산과 들의 과수원은 물론 한뼘 자투리 땅에 이르기까지 386㏊의 광활한 지역에 복숭아나무가 빽빽히 심어져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복숭아밭은 꽃길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34번 국도의 27㎞ 구간(황장재∼영덕읍)에 밀집되어 있다.
영덕이 복숭아밭으로 유명해진 것은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산비탈 경작지가 온통 황폐화되자 대체작물로 복숭아나무를 심으면서부터.실의에 빠져 있던 영덕 사람들에게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복숭아나무는 새로운 꿈과 희망이었다.농민들의 땀과 눈물을 먹고 자란 복숭아나무는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땅을 아름답게 수놓기에 더욱 사랑스럽다.
복숭아밭은 예로부터 유토피아의 대명사로 여겨졌다.중국 진나라때 무릉에 살던 어부가 길을 잃고 헤매다 발견한 마을도 복사꽃이 만발해 있었고,몽유도원도의 소재 역시 복숭아밭이다.
오십천 폭이 넓어지는 만큼 점점 면적을 늘려가던 복사꽃 물결은 지품면 일대에서 절정을 이룬다.
지품면 오천1리 마을은 일제때부터 복숭아를 재배한 꽃동네.복숭아밭이 끝나면 하얀 배꽃밭과 새싹을 틔운 사과밭이 교차한다.꽃동네가 한눈에 보이는 오천솔밭에 서면 오른쪽 산중턱도 왼쪽 산중턱도 모두 복사꽃밭이다.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고향이 아니라도 ‘고향의 봄’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복사꽃 피는 4월 중순이면 이곳 아낙들은 무척 바빠진다.복숭아 씨알을 굵게 하려면 일일이 손으로 복사꽃을 솎아내야 하기 때문이다.수건을 머리에 두른 수십명의 아낙들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꽃잎을 따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장관이다.
영덕읍에서 안동방향으로 10㎞ 떨어진 신양에서 옥계유원지로 가는 69번 지방도의 달산면 일대도 온통 복사꽃 천지다.
오십천 지류인 대서천을 거슬러 오르면 옥계계곡 조금 못미쳐 옥산리가 나타나는데 이곳의 복숭아밭도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복숭아밭 한가운데 함석으로 지붕을 이은 원두막이 서 있고 밭 중간 중간에 복숭아나무보다 키가 큰 바위 몇개가 꽃잎으로 치장을 한채 한껏 멋을 부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떨어지는 꽃잎이 더 아름답다.초록 풀밭에 떨어진 꽃잎을 즈려 밟고 서면 어느새 마음조차 은은한 연분홍으로 물든다.복사꽃은 4월중순에 피기 시작해 열흘정도 온 세상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다 서서히 진?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평년보다 열흘정도 빠른 4월초에 꽃망울을 터뜨려 중순께 절정을 이룬다.
연초록 화선지에 연분홍 물감을 풀어놓은 곳?.지금 영덕에 가면 한폭 풍경화의 주인공이 된다.
【여행메모】
◇찾아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안동 진보를 거쳐 황장재 고개를 넘으면 영덕까지 복사꽃 길이 이어진다.포항이나 강릉에서는 동해안을 달리는 7번 국도를 타고 영덕읍에서 34번 국도로 갈아탄다.시외버스는 울진 포항 대구 부산 안동에서 영덕까지 수시로 운행된다(영덕시외버스터미널054-732-7673).포항(포항역 054-273-7788)이나 안동(안동역 054-857-7788)까지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가볼만한 곳=오는 13일부터 18일까지 ‘영덕대게축제’가 열리는 강구항이 최대 볼거리.축제기간중 대게요리 시식회,닷줄 던지기,대게 깜짝경매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영덕군청 054-734-2121).동해안을 따라가며 경보화석박물관(054-732-8655),삼사해상공원,해맞이공원,괴시리 전통마을,신돌석장군 유적지 등도 둘러 볼 만하다.7번 국도를 벗어나 강구와 축산을 잇는 20㎞ 남짓한 강축해안도로는 동해를 바싹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특히 영덕대게의 효시로 알려진 차유포구의 정취가 그림같다.여름철에는 기암괴석의 옥계계곡과 은어로 유명한 오십천,고래불해수욕장에 인파가 몰린다.
◇ 강구항 풍물거리 야경.
◇별미와 숙박=강구항 대게거리에 영덕대게 전문집 100여곳이 성업중이다.게살이 쫄깃하고 맛이 담백한 1월부터 4월까지가 제철.삼사해상공원 바닷가의 청산대게회타운(054-733-3926)은 주인이 직접 대게를 잡아서 요리하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다.게요리 후에 나오는 게장밥도 별미.청정해역에서 채취한 영덕돌미역도 유명하다.삼사해상공원내의 동해해상호텔(054-733-2222)과 삼사해상테마랜드(054-734-3430)의 통나무집(평일 3만원,휴일 5∼6만원)이 운치가 있다.이밖에도 해안을 따라 모텔과 여관 민박집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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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단지
경북 영덕의 지품면 일대는 복사꽃으로 소문난 복사꽃단지다. 영덕읍에서
지품면 원전리까지 50여 리에 걸쳐 펼쳐지는 34번 도로변이 온통
복숭아밭인데, 그 중에서도 화개리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복숭아
집단생산단지로 손꼽힌다. 전국 생산량의 10%나 차지하고 있다는 화개리
복사꽃밭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곳은 오천솔밭 어귀다.
「복사꽃밭」
대개 복사꽃 여행은 영덕과 청송을 잇는 황장재에서부터 시작된다. 옛날
같았으면 호랑이 한 마리쯤은 나올 법한 이 고개를 넘기가 무섭게,
군데군데에서 배밭과 복숭아밭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복숭아밭은
황장재 바로 아랫동네인 원전리를 지나 지품리, 복곡리, 수암리, 낙평리,
신안리, 눌곡리, 신양리를 거쳐 영덕 가까이에 있는 화개리까지 이어진다.
4월이면 강 자락, 밭고랑 어귀는 물론, 나직
한 산비탈 겨드랑이에서까지
복사꽃이 피는데, 마치 무릉도원 같다. 사실 다른 지역에도 복사꽃밭은
많다. 하지만 다른 지역보다 이곳 영덕군 지품면 일대가 각광받는 이유는
큰 규모의 복사꽃밭과 어우러진 오십천 때문이다. 은어가 서식한다는
오십천은 흘러 강구항으로 드는데, 그 맑고 푸르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십천」
「복사꽃」
그런 복사꽃밭이 이곳 영덕에 조성된 것은 40여 년 전의 일이다. 59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사라호에 논과 밭이 폐허가 된 다음, 먹고살기가
수월치 않았던 이 지역 사람들이 하천 변에 복숭아나무를 심기 시작해,
하천에서 밭고랑으로 복숭아밭을 하나 둘씩 늘려가 얼추 1백만 평이 넘는
지금의 복숭아밭을 형성한 것이라고 한다. 다른 곳보다 모래가 많이
섞이고 물이 잘 빠지는 토질 때문에 복숭아도 단맛이 아주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연분홍 복사꽃밭에 희고 작은 배꽃과 사과나무의
앙증맞은 꽃이 섞이기 시작했다. 농민들이 복숭아보다 수익성이 좋은
배나무를 심으면서 복사꽃의 고장 영덕이 연분홍과 백색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꽃마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복숭아밭이 지천이던 예전에 비해
꽃불을 켠 듯 오십천변 일대가 환하지는 않지만 ,흰색과 연분홍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내는 또 다른 영덕의 꽃세상도 가히 절경이다.
「배밭」
「사과밭」
어느 한 군데를 복사꽃 감상명소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표적인 복사꽃
감상장소는 지품면 오천솔밭과 신양 삼거리다. 오천솔밭은 특히 복사꽃과
배꽃 속에 파묻힌 농촌마을(오천1리)의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감흥이 깊다. 이밖에 영덕읍을 벗어나자마자 나타나는 농업기술센터 앞이
복사꽃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며, 송천1리부터는 복사꽃보다 늦게 피어
곳곳에서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고 있는 사과꽃을 만날 수 있다.
찾아 가는 길
< 자가운전 >
영덕은 안동을 거쳐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중부고속도로 음성 IC에서 나온 다음 충주~수안보~문경~예천~안동을
거쳐 영덕으로 가는 게 가장 편하다. 또는 영동고속도를 타고 남원주
IC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탄 다음 제천~(5번 국도)~단양~영주를 거쳐
안동으로 가는 길도 있다. 안동에서는 34번 국도를 타고 임하댐을 건너면
청송땅을 거쳐 영덕에 이르게 되는데, 영덕이 시작되는 언저리(지품면
원전리)부터 복사꽃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한다. 영덕에 가까워질수록
복사꽃은 더 많아지는데, 구미리농협(복숭아창고) 앞 오십천변에서 절정을
이룬다. 소요시간은 5~6시간. 한편 영덕은 동해안을 따라 가도 되는데,
서울에서 강릉까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7번 국도를 이용해 삼척~
죽변~울진~영덕으로 가는 길도 짧지 않은 5~6시간이 걸린다.
< 대중교통 >
서울에서 영덕으로 가는 방법은 1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포항에 가서
영덕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하지만 만만찮은 비용 때문에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버스,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동서울터미널에서 영덕으로 가는 직행버스(6시간 소요)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나, 하루 한 차례(2시 10분) 밖에 없으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동까지 기차(청량리역 1일 9회)나 버스
(동서울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를 이용해 간 다음, 안동에서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영덕행 버스를 이용한다. 대구나 포항, 울진에서 15분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영덕행 직행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오십천변
복사꽃 군락지는 안동에서 영덕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지품면에
서 내려도 되고, 영덕 시내버스터미널에서 달산.지품 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구미리 농협 앞에서 내려도 된다. 영덕에서 강구로
가는 시내외버스는 수시로 운행되고 있다. 영덕 시외버스터미널
054―732―7673, 영덕 시내버스터미널 054-732―7374.
숙박시설
영덕읍이나 삼사해상공원 주변에 깨끗한 여관이 많다. 강구에서
영해면까지 이어지는 해안을 따라서는 어촌마을이 계속 있고, 곳곳의
해수욕장에는 민박집도 많다. 강구항에도 여관이 몇 있으나,
동해해상모텔(054-733-2222), 삼사파크(054-733-3001), 그랜드비치
(054-733-6030), 글로리모텔(054-733-6450), 로얄파크(054-733-6451)
등 깨끗하고 시설 좋은 여관은 삼사해상공원 주변에 몰려 있다.
영덕읍내에 있는 삼미장모텔도 이용할 만하고, 가까이에 있는 칠보산
자연휴양림(054-733-5470)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음식점
영덕의 별미인 영덕대게를 먹어보기 위해서는 강구항으로 가야 하는데,
대게는 강구항에서도 풍물거리가 가장 싸다. 강구항을 끼고 있는
부둣가와 강구대교 아래 풍물거리에 대게집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데,
지난 97년에 조성된 풍물거리에 있는 대게집들이 세금이 없어 부둣가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100여 개 식당마다 값이
천차만별이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데, 최상품인 박달게는 1마리에
8만~10만원을 호가하지만 4~6만원대의 영덕대게면 3명 정도가 먹을 수
있다. 값이 싼 홍게는 1만~2만원 정도. 강구수협 옆에 있는
산호식당(054-733-8023)을 비롯한, 삼다도횟집(054-733-1174), 오대양식당
(054-733-5555), 덕성식당(054-733-9934), 무진장횟집(054-732-8287),
삼사회식당(054-733-1008) 등이 유명하다. 한편 대게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강구항에 있는 횟집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물회를 권할
만하다. 오징어, 숭어, 우럭 등을 잘게 토막내 배, 오이, 당근 등을
고추장 양념에 비빈 후 물을 부어 먹는 물회는 생각보다 맛이 시원하고
감칠맛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