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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존뉴스 |
| 깊은 산속에 위치한 사찰 주위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이것은 절에 들어 올때 흐르는 물에 속세의 모든 것을 씻고 오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 시냇물을 건너 속세의 모든 것을 털고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라는 뜻의 불이문(不二門)을 지나 사찰에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이 시냇물이 바닷물이라면 어떨까?
경남 기장군에 위치한 해동용궁사는 바다위에 지어져 산속의 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산 속 깊은 곳의 절을 찾으면 마음이 평온해 지는 반면 이곳은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는 달리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시원하다. 간간히 들려오는 불경소리는 파도소리와 어울어져 기막힌 화음을 연출한다.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 속에 위치한 용궁사는 이미 한폭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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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사의 일주문, 일주문은 사찰의 가장 바깥쪽 입구를 뜻한다.ⓒ 프리존뉴스 |
| 용궁사는 고려 우왕 2년(1376년)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 혜근(惠勤)이 창건하였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당시 큰 가뭄 때문에 나라 인심이 몹시 흉흉했다. 그 때 동해 용왕이 나옹의 꿈에 나타나 봉래산 끝자락에 절을 짓고 기도하면 국태민안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푸른 바다를 굽어보는 이곳에 절을 지었고 그 이름을 보문사라고 했다고 한다.
근세에 들어 정암 스님이 1974년 부임하여 관음도량으로 복원할 것을 발원하면서 백일기도를 하였고 스님이 흰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꿈을 꾸게 된 후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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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와는 달리 신식건물이 많다. 그래서 이곳은 사찰이라기 보다 경치좋은 산책로 같다는 느낌이다.ⓒ 프리존뉴스 |
| 정동진역이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철도역이라면, 해동 용궁사는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이다. 용궁사에 처음 들어서면 이곳이 사찰이라기 보다 좋은 산책로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위에 있다는 특이함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중에는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도 많다고 한다. 연인들에겐 데이트장소로도 인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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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교를 지나면 ‘참 좋은 곳에 오셨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보인다. 열반의 세계를 이렇게 간단하게 표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프리존뉴스 |
| 일주문과 불이문을 지나면 다리가 나온다. 사찰 가람형식에서 보면 이것은 피안교(彼岸橋)다. 이 피안교를 건너면 세속을 초월한 이상의 세계가 펼쳐져 있음을 의미한다.
다리 건너편 팻말에 ‘참 좋은 곳에 오셨습니다’라는 글자가 쓰여져 있다. 보통 절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인간적인 문구다. 용궁사가 극락세계라는 것을 표현하는 문구지만 한폭의 그림같은 이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라는 따뜻함도 베어있다. 춘원 이광수는 이곳에 와서 ‘바다도 좋다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 곳에 뫼단 말가’라 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경치에도 경치거니와 지극히 인간적인 절에 춘원도 마음을 빼앗겼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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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교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세속의 시름이 싹 달아난다.ⓒ 프리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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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파도가 어울어져 한폭의 그림같은 해동용궁사.ⓒ 프리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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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바위는 새해첫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프리존뉴스 |
| 용궁사는 바다와 가까운 절인만큼 일출로도 유명하다. 새해가 첫날이 되면 이곳은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용궁사에는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해수관음상이 있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 사람들은 해수관음상을 보며 새해 소원을 빈다고 하니 이곳에 떠오르는 새해 첫해는 다소 서운할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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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남불의 배를 문지르면 아들을 얻는다는 민속신앙이 있다. 코를 만지면 딸을 얻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제 코도 까맣게 변했다.ⓒ 프리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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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사는 바다에 인접한 절답게 민간신앙적인 요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용왕당과 굴법당이 대표적인 민간신앙이 반영된 건물이다. 특히 굴법당은 자손이 없는 사람이 기도하면 자손을 얻게 해준다고 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찰 입구에 위치한 득남불은 수많은 사람들이 문질러 배 부분이 까맣게 변해버렸다. 자세히 보니 배 뿐만 아니라 코도 까맣게 변했다. 종무소 보살에게 물어보니 코를 만지면 딸을 얻는다는 소문이 퍼져 문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용궁사는 꼭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한번 쯤 가볼만 하다. 그저 경치를 즐기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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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번6월에 간만에 가족이랑 댕겨왔지요.한번쯤은 갈만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