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쉽게 배우는 방법
김중양 자문위원
‘이번 주의 사자성어’를 풀이하다보니 어느새 70회를 넘어서고 있다. 사자성어를 통하여 인생의 지혜를 일깨우고, 한자도 익히고자 함에 있다. 그런데 한자는 어떻게 배우는 것이 가장 손 쉬울가? 한자 익히는 비결은 어던 것인가?
사람들은 한자 익히기가 어렵다고 한다. 옛날 방식대로 무작정 ‘하늘천~ 따지~’하고 천자문을 암송하는 것은 지루하고 잠만 올 뿐이다.
그런 방식은 오늘날과 같은 스피드시대에 통용될 수도 없다.
한자 익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부수를 통해서 한자를 익히는 것이다.
필자는 한문교실을 통해서 10여년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문을 재능기부를해 오고 있다. 한자를 얼마 모르는 사람에게 부수를 통한 한자를 습득케 한 결과, 불과 2년만에 한자1급 최고급수를 획득하는 것을 보았다. 한자 1급자격을 취득하려면 3,500자 정도를 알아야한다.
강희자전(康熙字典)에 실려있는 한자총수는 6만여개로 추산되고 있다 . 그많은 한자를 다 알 필요는 없다. 논어·맹자 등 사서삼경과 고전들을 읽고 해석하는 데는 6,500자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면 부수를 통해 한자를 익히는 요령을 예를 통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우선 부수(部首)란 한 묶음의 글자 집단을 대표하는 글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인(仁)', '신(信)', '임(任)', '속(俗)'과 같은 글자에는 모두 부수자인 사람'인(亻)' 자가 들어 있다.
또 '화(花)', '초(草)', '원(苑)' 등의 글자에는 모두 부수자인 '초(艹)' 자가 들어 있다.
이 부수자들은 글자의 의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자 구성의 기본이 되는 글자로서 214개로 되어있다. 수만 자에 대한 한자를 찾으려면 이 부수를 통하여 옥편에서 편리하게 찾을 수 있게 된다.
부수자를 보면 뜻을 짐작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① 손 수[手]가 붙는 글자는 손과 관계되는 뜻을 지닌 글자들이다.
손수변 또는 재방변 이라고 부르며, 재[才]자로 쓰인다. 손과 관련되는 부위를 나타내는 글자로는 손벽치다 박(拍), 엄지손가락 무(拇), 손가락 지(指), 주먹 권(拳), 손바닥 장(掌)등이 있고, 손재주와 재능 등을 나타내는 재주 재(才), 기술 기(技), 졸열한 졸(拙)등이 있다.
손으로 던지다 투(投), 치다 타 (打), 꺾다 절(折), 지휘하다 휘(揮)등도 손과 관련된 글자이다. 또한 잡다 파(把), 구속하다 구(拘), 누르다 억(抑), 체포하다 포(捕), 껴안다 포(抱) 등 역시 손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행위들이다.
뿐만 아니라 저항하다 항 (抗), 물리치다 배(排), 갈다 마(摩)등 역시 손과 관련된 글자이며, 손으로 돕는 동작과 관련된 돕다 부(扶), 주다 수 (授), 구원하다 원(援), 접촉하다 접(接)등의 글자가 이루어진다.
또 손으로 걸다 괘(掛), 게양하다 양(揚), 묘사하다 묘(描), 찾다 적 (摘),선택하다 택(擇)등도 손과 관련된 글자들이다.
강릉에 가면 괘방산(掛榜山)이 있다. 과거에 급제하면 급제자의 이름을 쓴 두루마기 방(榜)을 이 산에 걸어놓았다고 한다. 푸른 동해바다를 바라보면서 등산하는 것이 일품(逸品)이다. 그 경치가 절경(絶景)이라 필자는 즐겨 괘방산을 찾아가곤 한다.
② 눈 목(目)자나 볼 견(見)자가 들어간 글자는 대부분 ‘보는 것’과 관련된다.
눈[目] 위에 손[手]을 얹은 볼 간(看)은 눈 위에 손을 얹고 먼 곳을 보는 것이고, 살필 성(省)은 눈을 작게[少] 해서 찬찬히 보는 것이다.
볼 첨(瞻)은 올려다보는 것이요, 굽어볼 감(瞰)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그래서 별을 올려다보는 곳은 첨성대(瞻星臺)이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건물 그림은 조감도(鳥瞰圖)이다.
권(眷)은 돌아보는 것이고, 도(睹)는 사람을 보는 것이다. 조(眺)는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높은 산에서 경치를 바라보는 것을 조망(眺望)이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③ 볼 견(見)자가 들어간 볼 시(視)는 살펴보는 것이다.
관(觀)은 주의 깊게 보는 것이고, 구멍 혈(穴)자 밑에 규(規)를 쓴 글자는 구멍을 뚫고 본다는 뜻의 엿볼 규(窺)자이다. 손톱 조(爪) 아래 볼 견(見)을 쓴 글자는 찾을 멱(覓)자이다. 윗사람을 뵙는 것은 근(覲)이다.
두루 보는 것은 람(覽)이다. 도서관에 가서 여러 책을 열람(閱覽)하고, 미술관에 가서는 전시된 작품을 전람(展覽)한다.
④ 여자 녀(女)자가 들어가면 대부분 여성의 활동과 관련된다.
낮은[卑] 여자는 계집종 비(婢)요, 여자를 취해[取] 오는 것은 장가들 취(娶)다. 여자가 다른 집[家]에 가면 시집 갈 가(嫁)가 된다. 시집 간 여자가 밤낮 생각[思]하는 것은 시집 시(媤)이고, 자식[息] 같은 여자가 며느리 식(媳)이다. 여자가 오래[古] 되면 시어미 고(姑)가 된다.
좋아할 호(好) 역시 여자가 아이(아들子)를 좋아하여 떼어놓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루어진 글자이다. 이 밖에 질투할 투(妬), 간사할 간(姦), 예쁠 연(姸), 즐거워할 오(娛), 아첨할 미(媚), 아리따울 교(嬌) 등의 글자는 모두 여성의 특성과 관련되어 나왔다.
⑤조개 패(貝)자가 붙어 있으면 대부분 경제 활동과 관련되는 글자이다.
조개는 과거에 화폐 대신으로 썼다. 재물 재(財), 물건 팔 판(販), 살 구(購), 가난할 빈(貧), 재화 화(貨), 탐할 탐(貪), 쌓을 저(貯), 빌릴 대(貸), 쓸 비(費), 장사할 무(貿), 품삯 임(賃), 세금 부(賦) 등이 그렇다.
⑥개 견(犭, 犬)자가 들어간 글자들은 대부분 개과나 원숭이과에 속한 동물들이나 이들 동물의 속성과 관련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개 구(狗), 개 오(獒), 여우 호(狐), 이리 랑(狼), 사자 사(獅), 원숭이 저(狙), 원숭이 유(猶), 원숭이 원(猿), 성성이 성(猩), 고양이 묘(猫),산돼지 저(猪), 노루장(獐),수달 달(獺), 사나울 맹(猛), 미칠 광(狂), 시새울 시(猜), 교활할 활(猾), 오랑캐 적(狄) 등이 그렇다.
개 견(犭) 부수의 홀로 독(獨)은 개견(犭)과 촉나라 촉(蜀)의 합성어이다. 촉나라의 개들은 유난히 사나워서 둘이 같이 있으면 싸워서 다치기 때문에 따로따로 기르기 때문에 결국 ‘홀로’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유(猶)란 원숭이는 의심이 하도 많아서 조그만 소리에도 놀라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간다. 올라가서는 겁이 나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마냥 있는다. 여기에서 ‘망설인다’는 뜻이 나왔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 법 집행을 잠시 보류하고 망설이는 것이 집행유예(執行猶豫)이다. 이 때 유(猶)가 바로 망설인다는 뜻이다.
⑦비 우(雨)자가 포함된 글자는 거의가 날씨와 관계된 말들이다.
눈 설(雪), 구름 운(雲), 우박 박(雹), 번개 전(電), 천둥 뢰(雷), 천둥 벽(霹), 천둥소리 진(震), 장마 림(霖), 서리 상(霜), 안개 무(霧), 이슬 로(露), 갤 제(霽), 벼락 벽(霹), 가랑비 삽(霎), 안개 분(雰)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노을을 하(霞)라고 한다. 서울의 자하문 고개는 원래 지는 노을이 자주빛깔로 무척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래서 자주빛 자(紫),노을 하(霞)를 엮어서 자하문(紫霞門)고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시적(詩的)인 정감이 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⑧ 사람 인(人)자를 부수로 삼는 글자들은 대부분 인간과 관련이 있다. 사람은 말과 글, 그리고 도구 따위를 만들어 쓰는 만물의 영장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인류사회를 구성한다. 따라서 人자부수를 가진 한자는 무수히 많다. 기초한자 1,800자 중에도 人자부수를 쓰는 한자가 120여자에 달하고 있다.
선비 유(儒), 부처 불(佛), 나 여(余), 맏 백(伯), 짝 반(伴)등은 명사류이고, 거만할 거(倨), 검소할 검(儉), 사치할 치(侈), 어질 인(仁),등은 사람의 품성을 나타내는 형용사들이며, 바랄 기(企), 엎드릴 복(伏), 칠 벌(伐), 쉴 휴(休), 지을 작(作)등은 인간의 동작과 관련된 동사류이다.
⑨ 이 밖에 옷 의(衤, 衣)자가 포함된 글자는 거의가 의복과 관계 깊고, 말씀 언(言)이 들어가면 대개가 인간의 말과 관련된다.
글자로 점을 치는 것을 파자점(破字占)이라고 한다. 파자점술가가 임신한 여인의 점을 치는데, 초(初)자를 짚어보라고 한다. 임신한 여자가 왼족 부분인 옷 의(衤)를 짚으면 딸이라고 하고, 오른쪽 부분인 칼 도(刀)를 짚으면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했다. 여아들은 옷을 가지고 놀고, 사내아이들은 칼을 가지고 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스개 소리이기는 하지만, 뜻글자인 한자의 묘미를 살린 이야기다.
이처럼 한자는 부수를 통하여 그 의미를 대충 짐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글에 실린 한자만 해도 150여자에 달하고 있다
모르는 한자를 알기위해서는 자전(字典)을 찾게 되는 데 자전은 이 부수들로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자전을 찾으려 해도 그 한자의 부수가 과연 무엇인지를 알아야하는데 복잡한 한자는 그 부수 자체를 아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그래서 한자가 어렵다고 초기단계에 염증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부수도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면 결코 어려운 것은 아니다. 평소에 작은 포켓용 한자사전을 가지고 다니면서, 시간 있을 때마다 한번씩 들쳐보는 것도 훌륭한 한자습득 방법이 될 수 있다. 대신가족들의 한자습득을 위하여 ‘부수를 통한 한자습득방법’을 소개하는 것입니다.(20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