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날씨가 마지막 피치를 올리던 1월 하순,동문 소백산 등산일에 우리는 상하의 열대 섬, 싱가폴을 다녀왔다.
항상 여행이란 새 관광지에서의 기대,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또 다른 즐거움이 있으나 이번은 달리 아이들과의 가족 여행이었으니..
사연인즉, 내 1남 2녀. 세 아이들이 무척이나 우애들이 있어 잘들 지나고 있던 중 이번에 막내가 드디어 장가를 들어 싱가폴에서 살림을 시작하였는바,
“누나들이 되어서 한번 인사차 안 가볼 수 없다.”는 지론에 남편이 또 대학교수이고 큰 손녀가 학교에 다니니 “방학 때 밖에 기회가 없다..!” 는 주장으로 소위 시누이격의 두 딸들이 서둘러 싱가폴 여행 스케쥴을 마련하였으니...
그래도 명분은 얼마 전에 지나간 “엄마의 회갑기념여행”으로 한 것은 이제 살림을 막 시작한 새댁, 올케한테 미안한 마음에서 한 핑계일 뿐이었다.
1월 25일 금요일, 두 딸네 식구들 중 치과의사 맏사위만 빠졌고 어린 외손자들 3명을 포함한 대거 8명이 싱가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니 항상 당뇨로 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불안한 와이프도 오랜만의 가족 해외여행이라 그런대로 마음은 두둥실 부풀어 있었다.
한 겨울옷을 입고 인천공항에서 오후 4시비행기에 올라 6시간여를 날아 밤 10시경에 떨어진 常夏의 나라 싱가폴은 한국의 더운 기운을 채 벗어나지 못한 늦여름정도의 기온이었고, 공항에 마중 나온 아들은 그새 열대지방에서 약간 검게 다져진 피부로 체격이 제법 탄탄해 보였고 환히 밝은 얼굴의 새 신랑이라 누나들의 장난 끼 섞인 농담도 여유롭게 받아넘기는 모습이 꽤나 믿음직스러워 정말 이제 사회에서 한 몫을 하는 듯, 대견스럽다.
공항 면세점에서 아들의 선물용 부탁으로 담배2보루를 샀으나 술, 담배, 껌 등은 반입금지 품목이라고 기내방송까지 하여 꽤나 신경이 쓰였지만 다행히 검색대에서는 별로 검사를 하지 않았고 후에 알고 보니 시중에는 담배를 피우는 이도 더러 많았고 술과 함께 꽤나 값이 비쌌다.
아마 많은 세금으로 환수하여 건강과 공중위생에 해를 주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근원을 차단시키고자 하는 싱가폴 정부의 강력한 조치의 일환인 것 같았다.
“길거리에 침을 뱉으면 처벌, 마약을 거래하면 사형..”이라니 으스스한 기분이었으나 막상 길거리에 침을 뱉는 사람도 없거니와 이를 사실 단속하는 경찰관 모습은 볼 수 없었으며, 봉고를 타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그저 토막 상식으로만 알고 있던 대로 잘 정돈된 시가지와 활기찬 밤 풍경이 아들의 설명과 함께 싱가폴은 무척 좋은 인상을 풍겨준다.
와르르 쏟아진 시댁 식구들!
이제 갖 시작한 새살림의 며느리에게는 역시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웠겠으나 반가이 맞아주었고 신혼살림집 치고는 꽤나 괜찮아, 30평 쯤 되어 보이는 아파트가 시가 15억, 월 300만원의 집세를 회사에서 마련해 준 것이라니, 조그마한 월세 방에서 시작하였던 나의 신혼 생활과 비교하니 격세지감이었고, 그저 말로만 듣던 서울의 최고급 아파트에 설치되어있다던 철저한 외래 방문객 차단 시스템과 수영장이 딸린 콘도형 고급 아파트 타운이 이곳에서는 그저 중산층 정도 수준이라니 역시 싱가폴의 생활수준을 짐작케 해 주는듯하여 다소 부럽고 한편 주눅이 들었다.
어딜 가나 쾅쾅 쏟아져 나오는 에어컨 바람 때문에 싱가폴은 두 가지 기온이 있다고 하니 실내기온과 실외기온! 그만큼 에어컨 설비가 잘 되어있어 가정에도 각 방마다 천정에어컨 설비가 따로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여행이란 관광, 먹거리, 그리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난 여유가 중요한 것이라 이튿날부터 이러한 스케쥴들을 하나씩 펼쳐나갔으니, 아침 식사 후 수영장에서 떠들썩한 즐거운 환호성들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수영과 뜨거운 온천수를 하고 휴식을 취하니 한국에서의 그 바쁘던 하루하루가 먼 과거의 꿈결처럼 느껴지고, 역시 그래도 오기를 잘했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아들의 안내로 "Singapore Zoo"에 들러 세 손자들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내부 순환 트랙킹 카를 타고 밤에는 환상의 “나이트 사파리 쇼”를 즐길 수 있었고, 가는 곳 마다 여러 인종이 구별 없이 어울려 함께 붐비는 특유한 분위기이나 편안한 치안으로 불안감이 전여 없으며 언어의 소통만 원활하면 스스럼없이 잘 어울릴 수 있는 곳처럼 느껴진다.
챠도르를 두른 아랍계 관광객들도 흔했고 4백만의 인구라고 하나 전체 상주인원의 반은 항상 외국 관광객으로 채워지니 교통과 무역, 관광의 도시로서 그 힘찬 활기가 다른 관광도시들과는 많이 달랐다.
다음 날은 “Duck tour”라는 수륙양용의 시티투어차를 타고 싱가폴 항구를 오르내리며 관광을 하였으나 빠른 영어로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재치 있는 퀴즈를 두 딸들은 알아듣고 모두 맞춰 경품을 받았으니, 사람은 젊고 영어는 잘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2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