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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63코스 역방향 제1부
망동마을-덕흥마을 입구-대강천방죽-죽암방조제-옹암마을-죽동마을-죽림마을-범등고개
20220413
1.망주산, 푸르른 목초지와 은목서의 희망
남파랑길 64코스를 역방향으로 걸은 데 이어 곧바로 63코스를 역방향으로 이어간다. 망주삼거리 망동마을회관 앞에서 망월로를 따라 조금 오른 뒤 왼쪽 망월로 918번길로 들어섰다. 밭가에 무꽃들이 연분홍 빛으로 맑게 피어 길손을 반긴다. 올들어 처음 보는 무꽃이다. 환하게 웃는 맑은 모습이 청초하여 길손의 마음은 활짝 열린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나무숲에 잎 가장자리에 가시톱니를 두른 아담한 나무가 눈에 띄어 호랑가시나무인 줄 알았는데, 마을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이 나무는 은목서라고 알려주시면서 은목서는 호랑가시나무와 많이 닮았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금목서까지 가리키면서 은목서는 흰꽃, 금목서는 노란 꽃을 가을에 피우는데 아주 아름답다고 덧붙여 주신다. 마을 주민의 친절에 길손은 마음이 풍성해지고 은목서와 금목서의 꽃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불탔다.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목서는 한자로 나무木, 무소뿔犀, 목서(木犀)라고 한다. '나무무소뿔', 이렇게 불리는 것은 무소뿔 같은 가시톱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마을 아주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씨는 길손에게 한 가지라도 더 가르쳐 주시려고 그밖에도 다른 나무 이름을 더 일러주셨다. 고운 마음씨의 마을분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길손은 가야할 길을 재촉한다. 시멘트 농로는 산모퉁이를 돌고 또 돌아가고 농부들은 밭에서 농사일에 분주하다.
길은 드넓은 목초지를 빙 돌아서 대강천 방죽으로 나간다. 이 드넓은 목초지는 아마도 갯벌일 가능성이 높다. 앞에 보이는 조그만 숲은 예전의 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곳을 매립하고 목초지로 가꾸어 가축의 사료 재배지로 이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대형 축사들이 이어지고 축사에서는 한우와 젖소들이 봄날의 기운을 얻어 봄의 흥취를 쏟아내는 구슬픈 소리를 내고 있었다. 생명체들의 운명이 목초지 푸르른 들판에서 너울거리는 듯 길손의 운명은 하늘을 맴돌고 있다.
드넓은 목초지를 바라보며 산굽이를 돌아서니 세 개의 작은 숲이 나타난다. 이 세 개의 숲 또한 섬이었을 것 같다. 남파랑길은 오른쪽 망주산 북쪽 자락의 덕흥마을을 지나 섬 모양의 숲 2개를 왼쪽으로 우회한 뒤 마지막 섬 모양의 숲에서는 오른쪽으로 돌아 대강천 화담양수장으로 나간다. 이 세 개의 숲을 삼형제섬이라 생각하며 걸었는데, 집에 돌아와 마을 지명의 유래를 읽어 보니, 덕흥마을의 옛 이름은 '부도마을'이었다고 한다. 부도마을이라고? 앞 바다에 오리 모양의 섬이 떠 있는 것을 보는 마을이라 하여 오리 '부(鳧)', 섬 '도(島)', 부도마을이라 헀는데, 이후 현재의 덕흥마을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방금 보며 지나쳐온 세 개의 섬 모양의 숲은 삼형제오리섬, 삼부도(三鳧島)가 되는 것이다. 삼부도를 거쳐 대강천 방죽으로 나와 방죽길을 따라 간다. 앞에는 대강천을 가로막은 죽암방조제와 죽암배수갑문, 그 오른쪽에 고흥반도 끄트머리에 솟아오른 망주산이 순천만과 여자만을 내려보고 있다. 언제 망주산에 올라서 고흥반도를 에워싼 바다와 바다의 섬들을 조망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죽암방조제 입구 월정포구에서 바다를 조망하였다. 그동안 순천만과 여자만을 걸으면서 끊임없이 눈에 들어온 장도와 지주도가 가까이서 손짓한다. 장도와 지주도를 가운데 두고서 여수 장수만, 여자만, 순천만을 돌아 고흥 망주산 아래서 다시 그대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감개무량하다. 월정포구에서 수문식당과 은혜식당 앞을 지나 방조제로 올라와 방조제를 넘었다. 이제 고흥군 남양면 월정리에서 동강면 죽암리로 넘어왔다.
옹암교차로 해안에 쉼터정자와 나무 한 그루 그리고 그 사이의 돌, 고흥 앞 바다를 배경한 그 풍경은 길손의 마음을 울린다. 삶의 사색에 잠기게 하려는 듯, 어차피 삶이란 고독하고 쓸쓸한 것임을 더 뼈저리게 새겨주려는 듯, 삶의 강렬한 실존적 고독을 느끼게 한다. 그 풍경은 삶의 생명력을 더 북돋워주는 실존적 고독의 풍경이지 결코 애상적 풍경은 아니다. 길손은 애상에 빠지지 않고 국토 순례의 실존적 고독을 즐긴다.
바닷가에 홀로 솟은 독암(獨岩)에서 유래한 옹암마을로 들어섰다. 둥글게 돌아가는 넓은 갯벌 해안 안쪽에 마을이 길게 형성되어 있고 고개를 넘어 죽동마을로 이어진다. 옹암마을은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옹암마을 고개에서 옹암마을 내려보면, 우뚝 솟은 망주산과 바다로 내민 독암이 서쪽에서, 마을 뒤쪽의 낮은 구릉이 북쪽에서, 옹암마을 고개가 남쪽으로 내리벋으며 동쪽에서 지켜주는 형국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옹암마을에서는 평안함이 느껴진다.
옹암마을 고개를 넘으면 죽동마을과 그 오른쪽 언덕으로 죽림마을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두 마을도 옹암마을과 대동소이한 형국을 하고 있지만 마을 앞 드넓은 습지에 갈대군락이 아름답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서쪽에 죽동복지회관, 동북쪽 언덕 아래에 죽림복지회관이 자리하는데, 죽동마을과 죽림마을 전체는 이미 죽림마을로 통합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마을 앞 해선정 준공비를 읽어보면 뚜렷하게 어느 마을을 지칭하는 게 없으니 죽림마을 큰 범위 속에 작은 구성체 죽동마을이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동마을과 죽림마을을 동쪽으로 감싸는 언덕이 바다 쪽으로 벋어 있다. 이 내리벋는 구릉 형국을 호랑이 모양으로 보아서인지 고개 이름이 범등고개이다. 범등고개는 두 마을의 동쪽을 지켜주는 고개이며 동시에 동쪽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고개를 오르는 길 오른쪽에 은목서 가로수들이 단정히 조성되어 있다. 늘푸른나무 은목서는 사계절을 푸른 빛을 뿜어낸다. 그 푸르름은 어떤 고난에도 희밍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늠름한 자세이다. 잎의 톱니가시는 어쩌면 고난을 이겨내려는 의지의 자극제처럼 보인다. 길손의 마음도 싱싱하게 푸르러진다.
범등고개로 올라갔다. 범등고개에는 남파랑길 63코스 고흥 구간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고, 죽림마을 표석이 세워져 있다. 이 범등고개가 고흥군과 보성군의 경계가 되는 지점으로, 고흥군 동강면 죽암리와 보성군 벌교읍 대포리가 나뉘는 곳이다. 고개에서는 고흥반도 서쪽에서 망주산이 동쪽을 향하여 우뚝 서서 순천만과 여자만 바다를 내려보고 있는 모습이 조망된다. 망주산은 고흥반도의 명산으로 손꼽힐 듯하다.
2부에서 이어짐
2.걸은 과정
망동마을회관 앞 남파랑길 64코스 안내도가 세워져 있고 그 옆 전봇대에 시작점 표지가 붙어 있다. 뒤쪽에 팔영농협 농산물간이집하장, 팔영농협 명주지소, 팔영농협 명주지소 하나로마트가 있다.
남파랑길 64코스의 시작점이자 63코스의 끝지점 표지물이다.
남파랑길 64코스 안내도 맞은편 왼쪽에 망동마을회관 그 오른쪽에 망주학구경로당이 있다.
망동의 옛 지명은 '골몰' 혹은 '동편'이라고 불렀는데 골몰이라 함은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라 해서 골마을 즉 '골몰'이라 했으며, 동편이라 함은 망주리의 동쪽에 있다하여 '동편(東便)'이라 부르다가 일제감점기인 1914년 지방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망주리(望珠里)의 동(東)쪽 마을이라 하여 '망동(望東)'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흥군청 지명유래)
남파랑길은 위 왼쪽 망월로를 따라가다가 왼쪽 망월로 918번길로 꺾어 진행한다.
뒤쪽에 보이는 산은 소망주산인 듯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나 있다. 가을에 흰꽃이 핀다고 한다.
가을에 노란 꽃이 핀다고 한다.
마을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나무와 꽃 이름을 알려 주셔서 고맙게 배울 수 있었다. 소망주산이 뒤에 있다.
이곳은 바닷물이 들어왔던 곳이라 생각한다. 앞의 외따로 자리한 작은 숲은 예전에 섬이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남파랑길은 오른쪽으로 빙 돌아 축사 두 곳을 지나 왼쪽 끝 산 모퉁이를 돌아 나간다.
오른쪽 끝에서 빙 돌아 축사를 지나쳐 왔다. 왼쪽에 새 축사를 짓는 기초공사가 끝나 있다.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나간다.
돌아나오면 세 개의 섬이 매립지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남파랑길 63코스 시작지점을 두 가지로 표시하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상관 없지만 파란색 표지 방향을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직선 농로 방향으로 남파랑길 63코스 시작지점 3.8km 58분이라고 표시된 이정표는 남파랑길 63코스 전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63코스 고흥 구간의 시작지점을 알리는 것이다.
앞쪽 세 개의 숲은 섬이었으리라 추정. 삼형제섬 방향으로 진행하여 왼쪽 맨 끝의 섬 오른쪽으로 돌아 나간다.
새로 생긴 마을이라 하여 '새터(신기, 新基)'라고 부르다가 그 후에 마을 앞 바다에 있는 자그마한 섬이 물에 떠있는 오리와 같다하여 오리鳧, 섬島, '부도(鳧島)'라 고쳐 불러 오다가 주민들의 건의로 2007년 10월 '덕흥(德興)'으로 변경하였다.(고흥군청 지명유래)
그렇다면 추정한 세 섬은 오리섬이 되는 것 같다. 오리 삼형제섬이 친근해 보인다. 지금도 '부도교(오리섬다리)', '부도재(오리섬고개)'라는 지명이 있는 것을 보면 이 마을과 섬 이름이 실감나게 들어온다.
해안지역에서 염수에 의한 지하수 오염을 감시하고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설치한 관측시설물
삼형제섬 셋째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나오면 화담양수장이 있다.
전남 고흥군은 올해 환경부가 주관하는 통합·집중형 오염하천 지원사업 공모사업에 동강면 대강천이 선정됐다고 12일 밝혔다.대강천은 고흥군 동강면 유둔리 상류에서 죽암리 하류까지 이어지는 지방하천으로 하천 수계 일대에 10개 마을과 4천397ha의 농경지 등이 있어 이곳에서 유출되는 생활쓰레기, 농약, 축산분뇨 등으로 수질 악화가 심각한 상태이다. 고흥군은 이번 공모사업 선정으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모두 16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대강천의 수질을 개선하는 생태계 복원사업을 시행한다.(연합뉴스. 2014.4.12)
삼형제섬 셋째 섬 앞으로 나와 화담양수장을 거쳐 대강천 방죽길로 나왔다.
이제 남양면 망주리에서 월정리로 넘어왔다. 걸어온 삼형제섬 중 둘째와 셋째가 보인다.
높이 349m의 망주산은, 모양이 왕거미가 줄을 치는 형국이며, 앞 바다에 거무섬이 있으므로 '망주산(網蛛山)'이라 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구슬을 바란다'는 망주산(望珠山)으로 바뀌었다.
고흥군 남양면 월정리에서 동강면 죽암리로 넘어왔다.
망주산 왼쪽 아래는 남양면 월정리 왕주마을인 듯.
옛날 마을 이름은 지형(地形)에 따라 왕(王)거미 머리라 하여 '왕주머리' 혹은 '왕지머리'라 하여 이를 음차하여 '왕주두리(王蛛頭里)' 혹은 '왕지두리(王蜘頭里)'라 하다가 일제강점기 1914년에 지방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왕주(王蛛)'라 하였다. 원래 남서면 이었던 왕주는 남양면으로 편입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흥군청 지명유래)
바다를 바라보는 정자와 나무 그 사이의 돌, 풍경이 아름답다.
해양경찰 인원이 이곳까지 배치되지 않아서인지 건물이 낡아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파랑길은 옹암마을을 빙 돌아 건물이 서있는 언덕길을 넘어간다.
죽암리에 속한 마을로서 마을연안으로 접한 포구(浦口) 남쪽에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 마치 홀로 서 있는 형태(形態)라 하여 독암(獨岩)이라고 불리어 오다가 일제강점기 당시 제방을 막아 마을이 형성되었고 마을전경이 항아리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마을 이름을 “옹암”이라 불렀고, 1956년 분동된 이래 변함 없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흥군청 지명유래)
마을의 유래가 된 독암이 맞을까? 뒤쪽에 망주산과 그 아래 왕주마을이 보인다. 옹암교차로에서 독암을 빙 돌아서 옹암마을로 들어왔다.
죽림마을 입구인 오른쪽 고개를 범등고개라 이르는 듯하며 고흥군과 보성군의 경계를 이룬다. 오른쪽 바다로 향하는 산봉을 범의 머리로 본 듯, 그래서 고개는 '범등'이라 이른 듯하다.
옛날에는 동내 전체가 죽림(竹林)으로 우거졌다 하나 ,마을이름을 한때는 '모랫등목넘개'라 불렀고 또 시누대가 많아 '신죽'이라고도 하였으며 그후 일제강점기에 죽동(竹洞)으로 개칭하여 변함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흥군청 지명유래)
그 왼쪽 아래에 죽림복지회관이 있다.
마을 앞이 강변이므로 모래가 많이 밀려왔기에 옛날 마을 이름을 '모리목'이라 불러 왔으나, 일제강점기 초기에 마을 전체가 대나무로 울창하였으므로 '죽림(竹林)'이라 고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흥군청 지명유래)
남파랑길 63코스 고흥 구간은 이곳에서 시작하여 고흥군 남양면 망주리 팔영농협 앞 망주삼거리까지이다. 이 코스를 역방향으로 걸어 이곳에 이르렀다. 뒤에 우뚝한 망주산이 고흥의 명산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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