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잉어 '군하미'
최근 <전북 완주군 '물고기 마을'에서 국내 토종 잉어와 비단잉어를 교배시켜 생산한 신품종 비단잉어(`블랙엔젤`이라 부름) 한 마리를 3,000만원을 받고 수출한 적이 있다.>는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이는 지난 6월 서울 양재동 aT센터(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열렸던 '생명산업 D.N.A전'(Design Nature & Agriculture) 행사가 끝난 후 보도된 내용이었기에 '자연과 농업을 새롭게 디자인하자'는 취지로 열린 '생명산업 D.N.A전'의 과장된 홍보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명산업 D.N.A전'은 국내 최초로 산업체 대학과 정부연구기관 등 91개 기관이 참가하여‘생명자원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생명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곤충, 토종견, 토종물고기, 관상어 등 다양한 체험섹션을 마련했던 대규모 행사였기에 관심을 두고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블로그(http://blog.daum.net/sciensea) '바다야 사랑해'에 의하면,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 '물고기 마을'(대표 류병덕)은 국내 최대의 관상어 양식단지로 80여 종의 물고기 200여만 마리를 양식하고 있는 물고기의 요람이다. 물고기 마을은 단순히 관상어 전시 뿐 아니라 뗏목 타기와 물고기 잡기, 탁본 뜨기, 물고기 주말 농장 등의 체험활동도 함께 선보이고 매년 5월이면 1주일간 '물고기 마을' 축제를 개최함으로서 관람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필자는 비단잉어 한 마리 값이 3,000만원이란 것이 왠지 믿어지지 않아 '물고기 마을'의 류병덕 대표에게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물고기 마을 사장님이시죠? 저는 아파트에서 수족관으로 비단잉어를 키우고 있는 사람입니다."하고 자기소개를 한 후, "인터넷으로 사장님께서 개량하신 신품종 잉어를 잘 봤습니다만, 비단잉어 신품종 `블랙엔젤` 한 마리를 3,000만원 받고 외국에 수출했다는데 사실입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런 적이 있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러나 어느 나라에 수출했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대답해 주지 않았고, 생면부지의 사람이 핸드폰으로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 싫은 눈치여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며 핸드폰을 끊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비단잉어 1마리가 3,000만원이라니 이게 도무지 믿을 수 없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1억원 짜리 비단잉어에 관한 정보를 새롭게 알게 됐는데,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세상에 관상용 비단잉어 한 마리 값이 1억원 짜리가 있다니…(인터넷 검색정보임)
필자는 19년 전,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하면서 대형수족관을 마련하여 비단잉어 5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1년 전 '꽃순이'가 세상을 떠난 후 '군하미'라는 녀석 1마리만 남아 홀로 살아가고 있는데, 신장 55cm '군하미'의 몸값은 얼마일 것인가. 어디까지나 가상적이지만 '군하미'의 몸값을 한번 생각해보니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정신이 번뜩거렸다. 설령 억만 금을 준다 해도 19년 간 애지중지 정들며 함께 살아왔던 '군하미'의 몸값을 돈으로 계산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몸집이 크고 담대하기가 해군 함정을 닮았다하여 '군하미'라 이름 지어 불러오면서 함께 살아 온 19년의 세월! 하찮은 미물인 것 같아도, 그동안 '군하미'는 주인을 알아보고 언제나 잘 따랐다. 그렇기에 때로는 가끔씩 대화를 하면서 어루만져 주기도 했다.
요즘에 필자는 수족관 유리벽에 입술을 대고 '군하미'에게 뽀뽀를 해주고 있다. 며칠 전 수족관 청소를 하던 중 '군하미'가 수족관에서 점프하여 바닥에 떨어져 하마터면 저 세상으로 갈 뻔했던 대형사고가 있었기에 더욱 사랑스러워 한참동안 '군하미'의 거동을 살피는 것이 일과가 된 것이다. 높은 곳(수족관1.5m+30cm점프)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유혈이 낭자한 채 펄떡펄떡 뛰던 '군하미' 의 모습이 아직까지 눈앞에 선하다. 어린애를 포옹하듯 조심스럽게 '군하미'를 껴안고 수족관에 넣으려다가 놓친 바람에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군하미'는 더욱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녀석의 운명은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물갈이 한 수족관 구석진 곳에서 정신을 차리고 큰 입을 벌렁거리며 움직였을 때, 잠시 눈을 감고 "하나님! 감사합니다."하고 기도를 올렸다.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사람의 피와 같은 선혈은 '군하미'의 아가미 안에서 흘린 피였다. 다음날, 먹이가 넘어가지 않아 몇 번씩 토하다 벌컥 벌컥 삼키는 '군하미'의 질긴 생명력과 씩씩한 모습은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호남매일신문 편집 논설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