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楞嚴經, 산스크리트어 Śũraṅgama-sũtra)
원제는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大佛頂如來密印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이라는
긴 이름이지만, 줄여서 대불정수능엄경(大佛頂首楞嚴經),
더 줄여서 <수능엄경>, 더 줄여서 <능엄경>이라 약칭하고 있다.
<능엄경>은 인도의 나란다사(那爛陀寺)에 비장된 이후로 인도 안에서만 유통시키고
타국에는 유출하지 못하도록 왕명으로 금지돼 있었기 때문에
당나라 이전까지는 중국에 전래되지 못하다가 당(唐) 중종(中宗) 때인 705년
인도 승려 반랄밀제(般剌蜜帝)에 의해 전래되고 방융(房融)과 함께 한역됐다고 한다.
그러나 내용으로 봐서 중국에서 많이 가필돼 오히려 중국에서 성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AD 720년경 중국 선종에서 찬술한 위경(僞經)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 경이 우리나라에 언제 전래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에서도 존숭돼,
고려 및 조선 시대에 걸쳐, 한문본과 언해본이 여러 차례 간행됐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판본도 아주 다양하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고려 고종 때 간행한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에 수록돼,
해인사에 그 목판이 전하고 있으며, 조선 초기에는 세조의 불경간행 사업에 의해
간경도감본(보물제1515호)를 비롯해 여러 언해본, 한문본 등 10개의 판본이 전래되고 있다.
<능엄경>은 우리나라 불교 신행(信行)에 크게 영향을 미쳐왔으며,
현재 우리나라 전문 강원에서는 <금강경>, <원각경>, <대승기신론>과 함께
4교과(四敎科) 과목으로 채택돼 있다.
• 경의 의미는, 무한히 큰 절대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님이 되기 위해 닦는
보살들의 완전무결하고 견고한 육도만행(六度滿行 - 육바라밀을 원만하게 수행하는 일)
수행법을 설한 경이란 말이다.
• 원래 경 이름에서 대불정(大佛頂)의 대(大)는 바탕이 크고 두루 하다는 의미이고,
• 불정(佛頂)은 마지막 깨달음을 뜻하며,
밀인(密因)은 비밀하게 숨어 있는 원인 또는 종자를 말하는 것이다.
• 수증(修證)은 그 밀인을 수행해 증득한다는 뜻으로 55단계 보살행을 닦아서(修)
마지막 깨달음을 성취함(證)을 말한다.
• 요의(了義)란 진리를 끝까지 사무치게 추구해
그 열매를 거두어들여 걸림 없는 경지에 이름을 말하며,
• 제보살만행(諸菩薩萬行)은 보살이 55단계의 과정을 통과하고
깨달음을 증득(證得)하기 위해 수억 겁의 긴 기간 동안 수많은(萬) 이타행(利他行)을
수행(修行)해 보리를 성취한다(行)는 뜻이다.
• 수능엄의 수능(首楞)은 산스크리트어 수랑가마(Śũraṅgama)를 음역한 것으로서,
온갖 일이나 이치를 다 통달해서 구경(究竟-최종의 극치)을 성취함을 뜻하고,
엄(嚴)은 지극히 견고함을 뜻하므로, 수능엄(首楞嚴)이란 온갖 일을 다 끝내서 견고히 성취함,
온갖 삼매의 깊고 낮은 갖가지 진리를 다 성취해서 안다는 의미가 된다.
이와 같이 모든 것에 구경이고, 견고한 것이 수능엄인데,
이것은 바로 불성(佛性), 여래장성(如來藏性)을 의미한다.
• ‘능엄(楞嚴)’이란 용맹스러운 행위, 또는 아주 건전한 행위, 건사한 분별,
건전한 분별력, 이런 뜻이다. 이와 같이 아주 건전한 사상을 가진
사람의 분별력을 ‘능엄(楞嚴)’이라고 한다.
이 경은 밀교계통 경전이며, 부처님 말씀을 머릿속으로만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경험해 얻는 것을 주요사상으로 하고 있다.
아난(阿難陀) 존자가 점심 공양을 받으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등가(摩登伽)’라는 처녀에게 물 한잔을 얻어 마시게 되는데,
그녀는 아난 존자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바라문 여인 마등가는 집에 돌아와 주술을 잘하는 어머니를 졸라서
결국 아난 존자로 하여금 집으로 오게 만들어버린다.
그때 붓다께서는 천안통(天眼通)으로 아난 존자가 마도(魔道)에 걸려서
위기에 처한 것을 아시고 ‘능엄주(楞嚴呪)’를 외워서 구출해 내었다.
그 후 아난은 마등가의 유혹에 홀린 것이 자신의 수행부족임을 알고,
세존께 도를 닦는 방법을 여쭙게 됐는데,
그때 세존과 아난 존자와의 문답이 <능엄경>의 주요내용이다.
선정의 힘과 백산개다라니(白傘蓋陀羅尼)의 공덕력을 찬양하고,
이 다라니에 의해 모든 마귀장을 물리치고 선정에 전념해
여래의 진실한 경지를 얻어 생사고뇌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후 목적임을 밝혔다.
이 경은 밀교사상이 가미돼 밀교적인 색채가 짙지만 선정(禪定)이 역설돼 있기 때문에
밀교 쪽보다는 선가에서 환영을 받아 중국에서 이 경의 주석은 모두 선문에 의해 이루어졌다.
<능엄경>은 천태, 화엄, 유식, 밀교, 선종, 정토 등
여러 불교사상을 수행의 입장에서 회통시킨 경전이며,
그 내용이 붓다가 여러 경전에서 설한 것을 총정리한 것이기에
다른 경전에서보다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며 총체적인 수행서라 할 수 있다.
전체 10권으로 이루어졌는데, 제7권에서 능엄신주(楞嚴神呪)를 설명하고 있으며,
제8권에서는 보살의 수행단계로 57위(位)를 설하고, 제10권에서는 오음(五陰)의 근원을 설하고,
경을 마친 뒤 이 경의 공덕에 관해 부언하고 있다.
<능엄경(楞嚴經)>을 바탕으로 공부하는 참선수행법에 능엄선(楞嚴禪)이 있다.
<능엄경>에서 설하는 25가지 수행방법인 이십오원통(二十五圓通) 중,
25번째 관음보살의 이근원통(耳根圓通) 수행법이 그 핵심 내용이다.
‘이근원통(耳根圓通)’이란 안ㆍ이ㆍ비ㆍ설ㆍ신ㆍ의(眼耳鼻舌身意)
6근 가운데 이근(耳根, 귀, 청각), 즉 귀로 듣는 소리를 자각하는 수행법이다.
소리를 들을 때 듣는 자, 즉 무엇이 듣는지 그 자성(본성)을 깨닫는 이치로,
이것을 반문문자성(反聞聞自性) 또는 반문문성(反聞聞性)이라고 한다.
들은 것을 되돌려서(反聞) 자신의 자성, 자신의 본성이 듣게 해(聞自性)
자각함으로써 번뇌를 잊고 불성을 발현시키는 것이다.
<능엄경>에서는 이근(耳根) 하나가 원통해지면
나머지 5근도 모두 원통해져서 해탈을 이루게 된다고 하는데,
이것이 원통(圓通)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안근(眼根)이나 비근(鼻根)이 아닌 이근이어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눈은 담장 밖의 것을 보지 못하고, 입과 코도 마찬가지며,
몸은 접촉하는 대상과 합해야 앎이 생기고, 마음과 생각은 분잡해서 단서가 없지만,
이근은 담장에 막히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모두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오직 이근만이 전체를 통하는 진실한 것이다.
이근이 탁 트여서 원통해지면 나머지 5근도 모두 원통해져서
각각 자성을 반조해 불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근원통 수행은 바깥에서 나는 소리(外耳聲)와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소리(內耳聲)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바깥의 소리란 바람소리, 물소리, 또는 타인이 염불, 독경하는 소리 등에 집중하는 것이다.
흔히 물가 바위 위에서 스님들이 좌선을 하는 것도 이에 연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소리란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
즉 다라니나 나무아미타불 등 염불소리, 독경소리를 자신의 본성이 듣는 것이다.
즉, 자기 목소리를 자기가 들음으로써 ‘누가 이 소리를 내고 누가 이 소리를 듣는가?’,
‘듣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자각을 통해 번뇌를 단절하고
자성이 곧 불성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능엄선 수행법은 처음에는 소리에 집중(觀)하고,
그 다음에는 ‘돌이켜서 듣는 그 놈을 자성이 듣는(반문문성)’ 것인데,
중국 명ㆍ청(明淸) 대에 형성된 염불시수(念佛是誰-염불하는 자는 누구인가?) 화두도
‘반문문자성(反聞聞自性)’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인가라는 반문을 통해 본래면목을 깨닫는 것이다.
<능엄경>에서는 ‘이근원통 반문문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아난아! 소리도 사라지고 메아리도 없어지게 되면 너는 들은 것이 없다고 말하는데,
만약 참으로 들은 것이 없다면 듣는 성품(자성)이 이미 없어져서 고목과 같을 것이니,
종(鐘)을 다시 친들 네가 어떻게 들을 수 있겠느냐?
있음과 없음을 아는 것도 그 소리가 ‘있었다 없었다’ 하는 것이지,
어찌 너에게서 그 듣는 성품 자체가 ‘있었다 없었다’ 하겠느냐?
듣는 것이 참으로 없다고 한다면 무엇이 있어 그 없다는 것을 알겠느냐?
그러므로 아난아! 듣는 가운데 저절로 소리가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것이지,
소리가 생겼다가 없어짐이 너의 성품으로 하여금 ‘있었다 없었다’ 하는 것은 아니니라.”
선불교에서 <능엄경>을 중시한 것은 중국 송(특히 남송) 대부터로
선원에서 선승들이 능엄주를 외우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능엄주를 외우면 보다 쉽고 빠르게 능엄삼매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불교에서 <능엄경>을 강조한 이는 고려 중기 청평거사 이자현(李資玄)이 있으며,
근ㆍ현대에는 용성(龍城) 스님과 성철(性徹) 스님께서도 <능엄경>을 중시해
제자들에게 능엄주를 외우라고 강조하셨다.
능엄주(楞嚴呪)에 마음을 집중시켜 능엄삼매를 얻어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이루게 하기 위해서이다.
※ 백산개다라니(白傘蓋陀羅尼) - 백산개는 흰 비단으로 덮개를 만든 양산으로서
왕위를 상징하는데, 불지공덕(佛智功德)이 수승함을 전륜성왕에 비유한 것이다.
※능엄신주(楞嚴神呪)---원명은 대여래불정능엄신주(大如來佛頂楞嚴神呪)인데,
줄여서 대불정능엄신주(大佛頂楞嚴神呪), 더 줄여서 능엄신주 혹은 능엄주라 한다.
<능엄경> 10권 중 제7권에 능엄신주가 실려 있다.
능엄경과 능엄신주 관계는 천수경과 신묘장구대다라니 관계와 비슷하듯이 경의 핵심이다.
특히 성철 스님이 선방에서 참선하는 수좌들과 신도들에게 능엄신주 기도를 시켜서 유명해졌고,
지금도 성철 스님이 주석했던 해인사 백련암에서는 새벽기도 때 능엄신주를 독송하고 있다.
능엄주(楞嚴呪)에서 능엄이란 말이 ‘용맹’이라는 의미여서
능엄주가 좋지 않은 것, 내가 살아가는데, 또 공부하는데 장애가 되는
그런 마(魔)의 요소들을 쳐부순다든지, 항복을 받는다든지 하는 그런 의미가
이 ‘용맹’이라고 하는 뜻 속에 포함이 돼 있다.
[출처] 블로그 아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