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거룩함
3월 8일 부터 4월25일 까지의 미주 초청일정 직전에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갔었다.
1년에 한 두 번쯤 초대되어 수용자들과 함께 노래와 삶을 나누는 시간인데
그곳에 수용된 미결수와 기결수 중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원하면 함께 할 수 있다.
여사가 따로 있어서 여사에서도 종종 초대를 하게되는데,
지난 해 여사에 갔을 때는 마침 그곳에 수감중인 박근혜(율리아나) 여사도 초대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독방에 있는 분들은 참석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ㅋㅋㅋ
수용자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마치고 함께 했던 교정 봉사자들과 담소하는시간에
'이민 가방 구함' 이라는 깜짝 광고를 했다.
미주 여행을 할 경우 23Kg 짜리 수하물 2개를 가져갈 수 있는데
음반과 책을 가지고 갈 때 꼭 필요한 것이 이민가방이다.
지퍼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부피를 늘릴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유용하다.
해외여행이 잦기 때문에 2~3개 가지고 있는데
최근 두 딸들이 번갈아 해외를 드나드는 바람에 새로 사야할 판인데
이번 한 번만 사용할테니 사는 것 보다는 빌려쓰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서였다.
마침 군포에 사는 봉사자 자매께서 집에 여러 개가 있으니 선뜻 빌려주겠다고 하셨다.
고마운 도움으로 잘 사용했고, 5월 25일 여사에 가는 날 돌려드렸다.
"고맙게 잘 사용했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바닥이 헤져서 제가 사용하기 전에 한 번 꿰맸습니다만
오래 사용했기 때문이겠지만 또 다시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낡을 때 까지 안 버리고 사용하신 정신이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가족들과 TV를 보며 담소하는 시간에 잠시만 수고하면 버리지 않고 다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보시다시피 아랫 부분이 헤졌을 뿐, 위는 멀쩡하잖아요.
그러니 자매님께서도 버리지 말고 꼭 꿰매어 쓰시면 좋겠습니다.
수선 여부를 확인검사하러 올 수 없으니 인증샷으로 보내주세여~~"
마침 일 주일 후에 온 가족이 유럽여행을 하기 때문에 다시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뒤로하고
새로 나온 내 책과 음반을 선물하고 돌아오는 발길에 행복이 머물렀다.
조금 수고한다면 기쁜 삶을 공유할 수 있다는~~~
바로 다음 날인 오늘 아침
카톡으로 보내온 행복충전 인증샷~~
며칠 전 여사에 초대되어 갔을 때
마침 시인이신 이해인 수녀께서 함께 하셨기에
수녀님의 시로 만든 노래 '바다의 노래'를 불렀다.
시가 주는 서정성 때문에 수용자들과 봉사자들이 모두 진한 감동을 나누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
첫댓글 덕분에 유익한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당
저는 너무 안버려서 집이 온통 쓰레기통입니다. ~버리고나면 홀가분해질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은. 그동안 안버리고 쌓아두고 쓰진 않던 것들을 버리려고요 ~~^^
이글을 잘아는 동생에게 보내주어야겠어요
올해 인도여행계획을 아는 동생이 저보고 자신의 여행가방을 사면 좋겠다고...
넌 필요없냐고 하니 자신은 요즘 새로운 트렌드로 나온 신상을 구입하고 싶다는 거예요
저도 좀 낡았지만 물려받은 큰 가방이 있어 필요가 없다며 진정시켜놓았는데
이글을 보내주고 싶네요~^^
그 가방은 다시 생명력을 가지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답니다
이번 여행에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고,오래도록 사용할겁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