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을 위한 올바른 한자 교육
전북익산 이리백제초등학교 교사 홍삼성
1. 머리말
21세기는 지식․정보화 사회이며, 고등정신기능과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입니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를 거쳐 이제는 골드칼라 시대가 되었습니다. 머리 속에서 무한한 황금을 캐내는 골드칼라 시대에는 세계화․국제화에 더불어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지식과 정보 및 적응력을 필요로 합니다. 기존의 자유시장경제 논리는 더 이상 절대적인 지위를 누릴 수 없으며, 정치․경제․문화 모든 것들이 빠르게 급변하고 있습니다.
미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수 십 년 안에 현재의 20.000개의 직업 중에 80%이상의 소멸되고, 지식․정보분야에는 새로운 직업이 더욱 창조되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서구의 언어학자에 의하면 앞으로 100년 안에 현재의 2,000개 언어의 90% 이상이 소멸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많은 나라들이 지역을 중심으로 단일 경제블럭화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한자 교육이 왜 필요하냐? 하고 반문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 저와 함께 이번 시간에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할 것입니다.
혼란과 혼돈의 시대, 급변하는 이 시대에 우리들의 사랑스런 자녀들이 어떻게 성장․발달하여야 21세기의 주역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봅시다. 또한 진부하게만 느껴지는 한자교육이 요즘 왜 새롭게 인식되어지고 있는지도 알아봅시다. 이번 시간에는 일반적인 한자교육의 필요성과 방법들을 유아들을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2. 한자교육의 실태와 필요성
올해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3년도에는 만5세 아동의 의무무상교육이 전면적으로 실시된다고 합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유치원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그 뒷받침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6차 유치원 교육과정이 정말 시대적인 필요성과 학습자와 학부모의 요구를 잘 수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현행의 유치원의 교육과정의 5개 영역[ 건강생활, 사회생활, 표현생활, 언어생활, 탐구생활]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한자교육에 관한 내용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해방이후 급격한 서구화에의 물결 속에서도 한자교육은 정규교육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제외되고 말았습니다. 최근의 신문․방송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고의 명문대인 서울대학교의 학생들조차 한자로 일(一),이(二),삼(三),사(四),오(五)를 쓸 줄 모르며, 과거에는 중학생이면 쓸 수 있었던 민족(民族), 국가(國家), 사회(社會)... 등의 한자를 쓸 수 없을 뿐더러, 읽지도 못하는 학생이 많다고 합니다. 전공서적의 한자를 읽을 수 없고, 한자가 들어있는 신문을 읽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한자․한문을 배우고 싶어도 지금의 중․장년층이 한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성장하였기 때문에 제대로 한자 교육을 시킬 수가 없는 것입니다.
중국에서조차 번체자를 버리고 간체자를 수 십 년 간 써온 까닭에 지금의 중국인들은 번체자로 된 사서삼경 원문을 읽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그럼 왜 한자 교육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한자는 우리 민족의 얼과 전통을 담고 있으며, 아름다운 미풍양속과 윤리․도덕 규범을 담고 있습니다. 父生我身 母鞠吾身 (부생아신 모국오신) 아버지는 내 몸을 낳으시고 어머니는 내몸을 기르셨도다. 腹以懷我 乳以哺我 (복이회아 유이포아) 배로써 나를 품으시고 젖으로써 나를 먹이셨도다. 사자소학-효행편의 첫 구절을 외우기 시작하면 효심은 그 만큼 빨리 깨치지 않을까요?
둘째, 동북아 중심의 아시아-태평양 시대에 한자문화권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중국과 일본이 간체자를 사용하여 우리의 한자인 번체자와 그 모양이 많이 다르다고 하여도 여전히 한자는 한자문화권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번체자를 배우고 익힌 후, 간체자를 만든 규칙은 알면 간체자 또한 쉽게 익힐 수 있으며,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신흥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힘을 보면 한자는 세계 언어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 한자는 인류에게 중요한 언어문화 유산입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언어들이 나타났다 사라졌으며, 한자 또한 그 모양과 뜻이 오랜 세월동안 많이 바뀌어 왔습니다. 하지만 한자는 설령 그 쓰임이 점점 약해진다고 해도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 배우고 읽힐 만한 언어문화유산입니다. 유태인들은 지금도 그들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공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넷째, 한자는 우수한 표의문자이며, 표음문자인 한글의 단점을 극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한자는 표의력, 이해력, 독서력, 조어력, 사고력, 응용력, 축약력이 한글에 비해서 우수합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조어(造語)력이 매우 우수하여 새로운 낱말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 낱말의 70% 이상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자를 배우고 익히는 것은 우리나라 말을 쉽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한자를 배우면 다른 교과 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한자를 배우고 익혀, 우리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자어를 쉽게 알면, 많은 교과에서 쉽게 그 뜻을 알 수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낱말 뜻을 찾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수학시간에 평행(平行),과 평행선(平行線)에 대해서 교사가 낱낱이 개념 정의를 하지 않는다 해도 한자를 아는 학생이라면 쉽게 그 뜻을 알 수 있습니다. 평행(平行)의 경우에는 한자 또한 매우 간단한 것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수학만 보더라도 직선, 선분, 각 등의 어려운 한자어들이 수두룩 합니다. 혹은 3학년 사회에는 隣近(인근), 附近(부근), 近處(근처)라는 말 등이 심심치않게 나옵니다.
여섯째, 고등사고력과 창의력을 위해서 한자교육이 필요합니다. 고등사고력과 창의력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아동들의 사고과정의 수단이 되는 낱말과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애매하다면 올바른 사고과정과 개념 습득에는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한자를 충실하게 배우면, 사고의 수단이 언어와 그 언어를 통해서 정의하는 여러 개념을 명확하게 배워, 나아가 창의력과 고등사고력의 밑거름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한자 교육에 필요한 꾸준한 반복과 암기 또한 고등사고력과 창의력의 신장에 필요합니다.
3. 유치원 한자교육의 방향
유치원 교육은 창시자인 프뢰벨(1782~1852)은 유치원 교육의 목표와 방법으로 놀이와 자기활동의 원리 등을 중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6차 유치원 교육과정과 유치원교육과정과 연계활동을 고려한 초등학교 1,2학년의 교육과정을 보면 놀이와 자기 활동의 원리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따라서 유치원생에게 있어서 한자 교육은 반드시 놀이와 자기활동의 원리를 수반해야 합니다.
그럼 어렵게만 느껴지는 한자를 어떻게 하면 유아로 하여금 즐겁고 재미있는 것으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요?
첫째, 그 모양이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교육하여야 합니다.
일(一)을 익힌 후 이(二)를 익히고 그런 연후에 삼(三)을 익혀야 합니다.
둘째, 그 뜻이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교육하여야 합니다. 어머니[母(모)], 아버지[父(부)]를 익힌 연후에 하느님이[神(신)]을 익혀야 합니다.
셋째, 그 쓰임이 빈번한 것에서 드문 것으로 교육하여야 합니다.
손[手(수)], 발[足(족)]을 배운 후에 잔[盃(배)]을 익혀야 합니다.
넷째, 쓰기가 쉬운 것에서 어려운 순서로 교육하여야 합니다.
一(일), 二(이), 三(삼), 등을 배운 후 上(상), 下(하), 左(좌), 宇(우)를 익혀야 합니다.
다섯째, 아동들의 놀이와 자기 활동을 통해서 익혀야 합니다.
유아로 하여금 직접적인 체험학습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山(산)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아동 셋이 서서 산을 만들어 보는 활동, 개천[川(천)]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아동 셋이 엎드려서 물이 흐르는 모양을 흉내내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 더불어 좋은 한자 교재와 멀티미디어 자료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4. 맺음말
교육의 효과는 금세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육이 환경과의 끝임없는 상호작용이라고 본다면 한자교육환경에 아동들을 노출시키는 것과 한자 학습의 기초를 유아기부터 착실하게 다지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한자교육의 중요성과 교육방법을 몰라서, 한글전용과 서구화만이 최고라는 신념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한자교육을 외면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유아에게 맞는 한자교육방법과 교육내용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조직하여 유아들에게 투입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새로 시작된 21세기의 주역으로 살아가는 자랑스런 우리들의 아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 온고지신하는 마음으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마음으로 유아들의 한자교육에 앞장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홍태희(2002), 그림으로 익히는 상형한자80 , 자유지성사
신림편집부(1999) 신림명심보감. 신림출판사
황용득,(1996),한문입문, 홍신문화사
이영․조연순 공저(1991), 아동의 세계, 양서원
교육부(1998), 제6차유치원교육과정과정, 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