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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리하르트 바그너
초연 1868년 뮌헨 궁정 오페라 극장
배경 16세기 중반 뉘른베르크
<1995 베를린 도이체 오퍼 공연 / 266분 / 한글자막>
베를린 도이체 오퍼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라파엘 프뤼벡 데 브루고스 지휘 / 괴츠 프리드리히 연출
한스 작스.................뉘른베르크 구두장이 길드 장인가수.....볼프강 브렌델(베이스)
파이트 포그너...........뉘른베르크 금세공사 길드 장인가수.....빅토르 폰 할렘(베이스)
식스투스 베크메서.....뉘른베르크市 서기, 장인가수..............아이케 빌름 슐테(베이스)
발터 폰 슈톨칭..........프랑켄 출신의 젊은 기사....................외스타 빈베르이(테너)
에바........................파이트 포그너의 딸...........................에바 요한손(소프라노)
다피트.....................한스 작스의 도제..............................우베 페퍼(테너)
막달레네..................에바의 보모.....................................우테 발테르(메조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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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베를린 도이체오퍼의 저력을 확인시켜주는 강력한 무대
과거 <마이스터징거> 영상물의 주요 레퍼런스로 여러 바그네리언들의 사랑을 받았던 베를린 도이체오퍼의 1995년 실황이다. 명연출가 괴츠 프리드리히의 전통적인 연출을 담은 본 프로덕션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쟁쟁한 실력파 가수들의 자연스런 연기와 뛰어난 가창을 가득 담고 있다. 뮌헨 출신의 실력파 바리톤 볼프강 브렌델은 이 프로덕션을 통해서 처음 한스 작스를 노래하였지만, 바그너 오페라의 다른 주요 바리톤 배역을 통해 다져졌던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펼쳐보이고 있으며, 지난 2002년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던 스웨덴 출신의 테터 외스타 빈베르이의 매력적인 슈톨칭, 당시 괴츠 프리드리히의 강력한 후원 아래서 도이체오퍼의 인기스타로 각광받았던 덴마크 소프라노 에바 요한손의 건강미 넘치는 에바, 노련한 바그너 바리톤 아이케 빌름 슐테의 베크메서가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당시 도이체오퍼의 수장을 맡고 있었던 스페인 출신의 거장 라파엘 프뤼벡 데 브루고스의 안정된 지휘도 훌륭하다.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는 1868년 뮌헨에서 초연되었던, 희극적인 내용을 담은 바그너 유일의 오페라다. 16세기 중반 남부독일의 자유도시 뉘른베르크를 배경으로 하며, 각 직업 길드의 장인가수(마이스터징거)들이 펼치는 노래경연대회가 드라마의 중심소재가 된다. 기사 발터는 첫눈에 반한 에바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노래경연대회에 참석할 것을 결심한다. 에바를 짝사랑하던 서기 베크메서 역시 같은 목적을 위해 발터와 경쟁하게 된다. 위대한 마이스터징거 한스 작스의 도움과 우여곡절의 소동 끝에 마침내 발터는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뉘른베르크의 시민들은 독일 문화의 우수성을 소리 높여 노래하면서 이 장엄한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의 주인공인 한스 작스는 실존 인물이다. 1494년 뉘른베르크에서 태어났으며, 1576년 같은 도시에서 사망하였다. 당시를 대표하는 마이스터징거였으며, 시인이자 희곡작가였다. 또한 오페라에 나오는 것처럼 구두공이기도 했다. 일생에 걸쳐 6000곡 가까운 노래를 남겼다고 하나 현존하는 것은 약 4200여 편이다. 비극과 희극 몇 편도 함께 전해져온다.
이 공연에서 한스 작스를 열연한 바리톤 볼프강 브렌델은 1947년 뮌헨에서 태어났다. 비스바덴 음악원에서 루돌프 사르토리우스를 사사했으며, 1971년 카이저슬라우텐의 팔츠 테아터에서 <코지 판 투테>의 굴리엘모 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를 주 무대로 활발한 무대활동을 펼쳤는데, 1977년에는 최연소로 이 극장의 캄머쟁거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함부르크 슈타츠오퍼, 베를린 슈타츠오퍼, 바이로이트, 드레스덴 슈타츠오퍼 등의 독일 내 주요 무대를 섭렵했으며, 라 스칼라, 빈 슈타츠오퍼, 메트, 파리 국립오페라 등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 주요 등장인물 === <불멸의 오페라2, 박종호>
한스 작스 역사 속의 실제 인물이다. 제화공의 마이스터로서 뉘른베르크에서 구두를 만들면서 살았다. 특히 노래에 능한 최고의 마이스터징거로 명성을 날렸는데, 그가 만든 노래는 6천여 곡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나이 많고 점잖으면서도 위트 넘치는 홀아비로서, 에파를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갈등 속에서도 에파와 발터의 사랑을 도와준다. 그는 베크메서를 제지하고 그에게 핀잔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서, 여유와 유머 그리고 깊이를 함께 지닌 이상적인 장인의 품격을 보인다.
파이트 포그너 금세공사 마이스터징거로서 여주인공 에파의 아버지이며 작스의 건너편에 사는 이웃이다. 그는 뛰어난 금세공 기술로 많은 재산을 모았으며, 외동딸 에파를 끔찍이 사랑한다. 그는 작스와 같은 뛰어난 위트와 센스는 없지만, 교양을 갖춘 점잖은 사람으로 가끔은 답답하다.
식스투스 베크메서 시청 서기 마이스터징거로서 책상물림답게 꼼꼼함과 세심함이 장기다. 그는 섬세한 성격과 실력으로 노래시합에서 심사위원인 기록계를 주로 맡는다. 그는 에파를 흠모하여 그녀의 짝이 되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장벽에 부딪히고 그것을 잔꾀로 풀려고 한다. 실력보다는 여유와 위트가 부족한, 한마디로 꽁생원이다. 이 역은 바그너가 자신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당시 비평가 에두아르트 한슬리크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에파(혹은 에바) 포그너의 딸로 유복하게 자랐으며, 미모와 매력을 겸비하고 있어 남자들의 눈길을 끈다. 작스, 베크메서, 그리고 외지에서 온 발터까지도 모두 그녀에게 매료되어 있다. 사랑에 떨고 흥분하는 건강하고 낭만적인 처녀인데, 잔머리도 쓸 줄 알고 임기응변에도 능하다.
발터 폰 슈톨칭 뉘른베르크에서 멀지 않은 프랑켄 지방에서 온 젊은 귀족(혹은 기사)이다. 그래서 특별히 하는 일은 없고, 오직 사랑과 낭만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에파가 마음에 들자 그녀를 차지하기 위하여 노래도 배우는 적극적인 젊은이이며, 실력과 재능을 보여준다. 귀족인데도 마이스터들의 사회에서 활동하니 장인들은 그를 경계한다. 다만 작스만이 그의 순수함을 돕는다.
=== 줄거리 === <게르만신화.바그너.히틀러 : 안인희> 부록
<제1막> 뉘른베르크 카타리나 교회 안
좌석 맨 뒷줄에 부유한 금세공사 파이트 포그너의 딸인 에바가 보모 막달레네와 함께 앉아 있다. 그 뒤로 젊은 기사 발터가 기둥에 기대 서 있다. 발터는 영지를 팔고 뉘른베르크에서 시민으로 살아가려 한다. 그는 바로 전날 뉘른베르크에 도착했지만 포그너 집안과는 벌써 인사를 텄다. 발터와 에바 두 사람은 이미 첫눈에 서로 반한 사이다.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이 교회를 떠날 때 발터는 재빨리 에바에게 말을 걸어 그녀가 아직 아무와도 약혼하지 않았음을 알아낸다. 막달레네는 에바가 내일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지만 누가 신랑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그것은 내일 열릴 장인가수 경연대회의 우승자가 신랑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알려준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발터에게 에바는 얼른 장인가수가 되어 내일 경연대회에 나가라고 말한다.
그날 저녁 에바와 막달레네는 발터가 구두장이 한스 작스의 도제인 다피트로부터 장인가수의 노래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주선해 준다. 곧 교회에서 장인가수회의가 열릴 예정이고 발터는 그 자리에서 장인가수의 자격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험은 후보가 노래를 틀릴 때마다 심사관이 석판에 표시를 하고, 여덟 번 틀리면 탈락하게 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회의가 시작되어 장인들이 입장하고, 포그너는 내일 축제일에 우승한 장인가수를 자기 딸과 결혼시키겠노라고 선포한다. 이어서발터의 장인가수 자격시험. 그는 봄과 사랑을 노래한다. 심사관인 베크메서는 부지런히 석판에 발터의 오류를 표시하고, 발터는 제2절을 시작하기도 전에 탈락한다. 그의 노래방식이 새로웠기 때문인데, 오직 한스 작스만이 그것에 관심을 보인다. 작스는 베크메서가 너무 성급하게 판단했다고 비난하고, 베크메서는 작스에게 자기 일이나 잘하라고 대꾸한다. 장내에 소동이 일어난다. 발터는 노래를 계속하고, 베크메서는 점수를 깎고, 다른 장인들은 못마땅하게 여기고, 작스는 노래를 경청한다. 결국 발터는 합격하지 못한다. 모두들 화가 나 교회를 떠나고 작스만 혼자 남아 생각에 잠긴다.
<제2막> 뉘른베르크의 거리
무대 양쪽에 포그너의 집과 작스의 집이 마주 보고 서 있다. 도제들이 내일의 축제를 기대하는 노래를 부른다. 포그너는 에바에게 발터가 시험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내일 경연대회의 우승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청혼을 거절해도 된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이미 딸과 발터 사이를 눈치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들이 집으로 들어간 뒤 작스는 다피트의 도움을 받아 작업도구들을 집 앞 커다란 나무 아래에 있는 벤치에 내놓는다. 그는 벤치에 앉아 발터의 아름다운 노래를 생각한다. 그때 에바가 집에서 나온다. 그녀는 베크메서가 경연대회의 우승을 노리는 것을 알고 작스에게 경연대회에 참가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그는 거절한다. 자신은 그녀에게 구혼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고 또 그녀가 발터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스가 친절하게 대하지 않자 에바는 화가 나서 가버리고 작스도 집으로 들어간다.
에바는 막달레네에게서 베크메서가 오늘 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세레나데를 부르러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녀는 박달레네더러 자기 대신 창가에 앉아 있으라고 한다. 곧 발터가 화가 난 모습으로 나타나 자기는 장인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그녀와 결혼하기는 글렀다고 말한다. 결국 그들은 함께 도망치기로 한다. 이를 안 작스는 어떻게든 그것을 막기로 마음먹는다.
에바는 막달레네와 옷을 바꾸어 입고 집에서 나온다. 그러나 작스가 길을 훤히 비추도록 램프를 겨놓은 타에 발터와 에바는 집 앞의 나무 뒤로 몸을 숨긴다. 이때 베크메서가 등장한다. 도망갈 길을 잃은 연인들은 별 수 없이 그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베크메서는 에바의 옷을 입고 창가에 앉은 막달레네를 에바인 줄로 착각하고 세레나데를 부르려 한다.
그러자 작스도 베크메서가 전에 주문했던 신발을 만들기 위해 망치질을 하며 노래를 한다. 노래에서 작스는 에바의 이름을 들먹인다. 그녀가 아담과 함께 낙원을 떠나려 하기 때문에 자기는 험한 세상으로부터 그녀의 발을 보호할 신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자기가 이렇게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녀의 탓이다. 그러나 어쨌든 자기는 시인이니까 이 순간을 낙원으로 바꾸고 있다. 작스 때문에 자꾸 방해를 받자 화가 난 베크메서가 작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작스는 내일 베크메서가 신을 신발을 완성해야 하므로 노래는 몰라도 망치질은 계속 해야겠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기가 심사관이 되어베크메서가 틀릴 때마다 망치질로 판결을 내리겠노라고 말한다. 베크메서는 동의할 수 밖에 없다.
베크메서가 노래를 시작하자 작스의 망치 소리는 점점 더 잦아지고 커진다. 뉘른베르크의 밤거리의 평온이 깨진다. 베크메서가 더 큰 소리로 노래하면 작스의 망치질 소리도 따라서 더 커진다. 이웃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해서 나오고, 다피트도 깨어났다가 창가에 앉은 막달레네를 발견한다. 질투가 난 그는 막대기를 집어 들고 베크메서를 때린다. 그러자 모두가 싸움에 끼어들어 거리가 온통 난장판이 된다. 이때 야경꾼의 나팔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은 순식간에 모두 도망친다. 작스는 에바를 붙잡아 그녀의 아버지에게 넘겨주고, 다피트와 발터를 한 팔에 한 명씩 잡고 집으로 끌고 들어간다. 야경꾼은 그렇게 시끄럽던 거리가 쥐죽은 듯 조용한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다.
<제3막> 작스의 집안. 이어서 뉘른베르크 성문 앞 축제 장소
아침이다. 작스는 작업대 앞에 앉아 책을 들여다본다. 다피트가 나타나 지난 밤의 일을 사과한다. 그를 내보내고 작스는 다시 우울한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어쨌든 축제일이다. 발터가 나와 아주 멋진 꿈을 꾸었다고 말하자, 작스는 그에게 그것을 노래로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발터의 노래에 작스는 깊은 감명을 받고 그것을 받아 적는다. 처음 두 연에서 발터는 천상의 정원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는 이야기를 노래한다. 이어서 작스가 세 번째 연을 들려주길 부탁하지만 발터는 거절한다. 두 사람은 축제일을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간다.
간밤에 두들겨 맞은 베크메서가 절룩거리며 들어온다. 책상 위에서 작스가 적어 놓은 발터의 노래 가사를 발견한 그는 작스가 노래 경연대회에 나가 자기를 누르고 에바를 차지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작스가 다시 들어와 자신은 전혀 그럴 의사가 없음을 확인해 준다. 그는 그 노래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는 밝히지 않은 채 베크메서에게 그 노래를 써도 좋다고 말한다. 베크메서는 기뻐하며 가사를 들고 돌아간다.
신발이 조인다는 핑계를 대며 에바가 찾아온다. 발터는 에바에게 좀 전에 부른 노래의 세 번째 연을 들려준다. 에바는 어젯밤의 일이 작스가 자기를 위해 해준 일임을 깨닫고 그의 품에 안긴다. 그리고 발터만 아니었다면 작스를 남편으로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작스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마르케 왕역할은 하기 싫다고 대답한다.
온갖 사람들이 뉘른베르크 성문 앞의 널찍한 풀밭으로 모여들고 도제들은 아가씨들과 춤을 춘다. 이어서 장인가수들이 화려한 열을 지어 등장한다. 한스 작스는 사람들의 영접을 받으며 경영대회의 시작을 알린다. 베크메서가 첫 번째 후보로 나선다. 하지만 그는 작스가 준 가사를 형편없이 뒤섞는 바람에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산다. 약이 오른 베크메서는 그 시가 작스의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작스는 그것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며, 자기는 그 시를 쓴 사람을 안다고 반박한다. 그리고 그가 나와서 노래를 부른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장인의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발터가 노래를 시작한다. 그의 노래에서 천상의 정원은 낙원이고, 그곳의 아름다운 여인은 에바이다. 사람들과 장인가수들은 모두 깊은 감명을 받는다. 마침내 발터가 우승자로 결정되고 에바는 그에게 월계관을 씌워준다. 그리고 포그너가 나서서 그에게 장인가수 자격을 증명하는 황금 목걸이를 걸어주려 한다. 발터가 이를 거절하려 하자 작스가 그의 손을 잡고 만류한다. 작스는 긴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은 장인들의 노래 솜씨를 찬양하고 발터의 마음을 움직여 그를 장인가수로 만든다. 도이치 예술의 위대성을 찬미하는 합창과 함께 극이 끝난다.
3. 감상 포인트
바그너 작품중 유일한 희극이다. 원래 바르트부르크에서의 노래 경연대회를 다룬 <탄호이저>에 대한 일종의 풍자극 형태로 기획되었다. 게르비누스(G.G. Gevinus)의 <도이치 문학의 역사>와 호프만의 단편소설, 그리고 괴테가 쓴 한스 작스에 대한 시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또한 구부러진 길이 있는 무대 장면과 밤에 벌어지는 난장판은 1835년에 바그너가 뉘른베르크에서 실제로 경험한 것을 되살린 것이다.
이 작품에는 여러모로 바그너 자신의 모습이 등장한다. 한스 작스가 에바를 체념하는 부분에는 마틸데 베젠동크에 대한 그의 체념이 반영되어 있다. "예술적으로 생산적인 민중의 정신이 마지막으로 발현"된 존재인 한스 작스는 물론 바그너 자신의 모습이다. 그리고 베크메서에게는 그의 적대자의 모습이 들어 있다. 베크메서라는 인물속에는 온갖 비도이치적인 특성, 낯선 것, 무능한 것 등이 구현되어 있으며, 또한 그가 비웃음을 사는 장면은 매우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이 작품은 뒷날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당대회에서 축제의 오페라로 선택되었다. 1866년에 바그너가 한 말에 따르면, 예술에 대한 그의 꿈은 "독일이 원래 예정된 크기"에 도달하면 비로소 실현될 것이었다. 이 작품은 대단히 정치적인 작품으로, 이를 통해 바그너는 도이치 민족의 오페라 방향을 확정하려 했을 뿐 아니라 거기서 벗어나는 모든 요소를 극복하고자 했다.
도이치 르네상스 전성기의 대표적인 문화도시였던 뉘른베르크의 장인가수들을 작품의 인물로 선택했다는 것은 예술가로서 바그너가 '도이치 예술'에 대해 가졌던 꿈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바그너의 다른 작품 <탄호이저>에서는 기사이며 동시에 가수인 사람들이 등장했다. 기사 가수와 장인 가수는 도이치 문학사에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들이다. 특히 중세의 기사가수 시대는 찬란한 중세 도이치 예술이 꽃핀 시대다. 기사가수가 문무를 겸비한 인재라면, 장인가수는 생산계층이면서 시인가수라는 점에서 전인적인 예술가 이상(理想)이라 볼 수 있다.
=== 작품 해설 === <2011년 5월 16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
바그너 후기의 작품으로는 유일한 희극인 독특한 작품
1868년 뮌헨 궁정 오페라극장에서 초연
저마다의 인생 스토리를 지닌 채 생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 날 스타 가수로 탄생하는 프로그램.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죠. 15세기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답니다. 이름하여 ‘장인가수(匠人歌手)’. 중세 유럽에는 ‘미네젱어(Minnesänger)’ 또는 ‘트루바두르(Troubadour)’라고 부르는 음유시인의 전통이 있었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제목 '트로바토레'도 음유시인이라는 뜻이죠. 중세 독일의 세속음악 미네장(Minnesang)을 작사, 작곡하고 연주했던 음유시인들의 전성기는 1180-1250년이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기사 또는 귀족이었지만, 중세 후기에는 평민 출신의 음유시인도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이 미네젱어의 전통을 계승하여 15-16세기에는 마이스터징어(Meistersinger. 匠人歌手)라는 명칭의 시인 겸 음악가들이 독일에서 활동했습니다. 이들은 제화공, 재단사, 피혁공, 제빵사, 대장장이 등 본업이 따로 있는 수공업자들로, 동업조합인 길드의 엄격한 계급과 규율을 지키며 예술적 기량을 연마했답니다. 요즘도 독일에는 제조업 분야의 마이스터들이 있는데요, 마이스터가 되려면 우선 도제(徒弟)로 출발해 직인(職人)이 된 다음 마이스터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후기 중세의 마이스터징거들은 대개 A-A-B 형식의 비교적 자유로운 단선율 악곡을 만들었고, 곡의 내용은 정치적 풍자나 성서 해석을 둘러싼 우화적 소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직업이 따로 있고 노래는 부업이었기 때문에 예술적 수준이 크게 높지는 않았지만, 이 마이스터징거의 시대가 열리면서 비로소 음악은 귀족예술에서 서민의 예술로 내려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업은 제화공, 부업은 가수
대체로 북유럽 신화에서 소재를 취한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의 오페라들은 신비롭고 장중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희가극인 이 작품만은 경쾌하고 익살스런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바그너 작품 중에서는 대단히 독특한 성격을 지닌 악극이죠. 바그너 자신이 쓴 대본으로 1868년에 뮌헨 궁정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했고, 극의 배경은 16세기 뉘른베르크입니다.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마이스터징거)] 전주곡은 연주 시간이 10분 정도 됩니다. 대단히 장중하면서도 경쾌하고 화려한 곡이어서 콘서트에서 자주 연주됩니다. 테너 주인공 발터 폰 슈톨칭은 원래 기사였지만 가문을 떠나 시민이 되려고 뉘른베르크로 옵니다. 그는 이곳에서 마이스터징거인 포크너의 딸 에파를 보고 사랑에 빠져 교회 전례 시간에도 뒤에서 몰래 에파를 지켜봅니다. 두 사람은 교회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발터는 뉘른베르크의 노래 경연대회, 즉 마이스터징어 선발대회에 출전하기로 합니다. 마이스터징어로 뽑히는 사람에게 딸을 주겠다고 포크너가 약속했기 때문이죠. 에파의 유모 막달레네는 한스 작스의 도제인 다비트를 시켜 발터에게 노래경연대회의 규칙을 가르쳐주라고 합니다.
견습공들이 등장해 노래경연대회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는 금세공사, 재단사, 제화공, 모피제조업자, 제빵사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마이스터징어들이 대회장에 입장해 회의를 열죠. 그곳에 나타난 발터는 에파의 아버지 포크너에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포크너가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시청 서기 베크메서는 발터에게 은근히 신경을 쓰죠. 구두 장인인 한스 작스는 노래경연대회 심사위원에 일반시민도 포함시키자고 주장하지만 별 호응을 얻지 못합니다. 대회 당일에 발터는 너무나 복잡하고 진부한 대회 규칙을 따르지 못해 예선에서 탈락하죠. 이 극의 주인공인 한스 작스라는 인물은 구두를 짓는 제화공 마이스터였지만,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과 관련된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당대의 유명한 풍자작가이기도 합니다.
2막은 라일락 향기가 진동하는 6월의 아름다운 저녁입니다. 한스 작스의 집과 포크너의 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습니다. 막달레나는 한스 작스의 집으로 가서 도제 다비트에게 발터가 노래경연대회에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죠.
다비트는 그가 예선에서 떨어졌다고 알려줍니다. 에파는 아버지에게 발터의 경연 결과를 묻지만 역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에파는 한스 작스를 찾아가 얘기를 빙빙 돌리다가 발터에 대해 물어봅니다. 작스는 자신도 마음 속으로 오래 전부터 에파를 사랑해왔지만, 에파가 발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을 알고는 이들을 도와주려고 마음먹죠.
집으로 가던 에파는 길에서 발터와 마주칩니다. 발터는 아무래도 마이스터가 되긴 틀렸으니, 둘이 몰래 도망치자고 하죠. 그때 야경꾼이 나타나 밤 10시를 알립니다. 에파는 막달레네 옷으로 변장하고 나타나 발터와 도망가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챈 한스 작스는 이들을 방해합니다. 발터와 에파가 그늘에 숨어 있는데, 베크메서가 포크너의 집 앞에 와서 에파를 위한 세레나데를 부르죠. 작스는 베크베서의 노래를 듣는 동안 노래경연대회 기록원처럼 망치를 계속 두드려대며 감점을 알립니다. 하지만 창가에서 노래를 듣는 사람은 에파의 옷으로 변장한 막달레네입니다. 이를 오해한 다비트가 베크메서에게 달려들어 싸움이 벌어지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달려 나와 이 싸움에 가담하죠. 한바탕 소란이 벌어집니다.
예술의 규율과 자율성의 문제
3막이 열리면 한스 작스가 일터에서 어젯밤 일을 되새겨보고 있습니다. 발터가 작스를 찾아와, 꿈에서 황홀한 풍경을 보았다면서 그 내용을 ‘아침은 장밋빛으로 빛나고’라는 노래에 실어 설명합니다. 작스는 기뻐하면서 노래를 종이에 옮겨 적으며, 이 노래를 마이스터징어 노래경연 결선 때 부르라고 발터에게 말하죠. 발터가 떠난 뒤 베크메서가 작스를 찾아와 ‘아침의 노래’를 보더니, 작스가 에파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하는 시라고 오해합니다. 작스는 베크메서가 몰래 훔쳐가려던 그 시를 그에게 줘버립니다.
에파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작스를 찾아옵니다. 발 한 쪽이 불편하다는 말에 작스는 에파의 구두를 벗겨 고쳐줍니다. 발터가 뒤에서 아침의 노래를 부르자 작스가 그의 실력을 칭찬하고 에파는 감격합니다. 발터의 경연대회 우승을 확신하면서 에파는 작스에게 감사의 노래를 부르지요.
이제 뉘른베르크 시민들과 장인들이 모두 모여 노래경연 결선을 지켜봅니다. 먼저 베크메서가 나와 한스 작스에게서 받아온 ‘아침은 장밋빛으로 빛나고’를 어설프게 노래해 웃음거리가 됩니다. 그때 작스가 나서서 그 노래를 지은 사람은 발터라고 소개합니다. 발터가 다시 그 노래를 제대로 부르자 청중은 감동을 받아 환호하고, 발터는 노래경연대회의 우승자가 됩니다. 에파는 발터의 머리에 월계관을 씌워주지요. 하지만 발터는 마이스터징어의 칭호를 거부합니다. 그러나 작스의 설득으로 발터는 마침내 마이스터징어 칭호를 받아들이게 되고, 뉘른베르크 시민들이 다 함께 독일예술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노래를 합창할 때 막이 내립니다.
마이스터 전통과 민족우월주의적 색채
[뉘른베르크의 명가수]가 1868년 뮌헨에서 초연되었을 무렵 바그너는 이미 베르디와 함께 유럽 오페라계의 양대산맥이었고, 베르디의 인기를 뛰어넘고 있었습니다. 그 명성 덕분에 네 시간 반이 넘는 연주 시간에도 불구하고 초연은 대성공이었죠. 그러나 그 후 빈과 베를린의 청중은 듣기 괴로운 현대적인 음악과 멍청할 정도로 평이하고 통속적인 대본이라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특히 바그너는 이 음악극에서 독일의 마이스터 전통을 찬양하면서 민족우월주의적인 색채를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나치는 훗날 이 작품을 선전선동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지요. 그런 과거사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 연출가들은, 독일의 전통을 찬양하기보다는 오히려 원작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방식으로 이 극을 연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7년 카타리나 바그너의 연출도 역시 같은 경우인데요, 여기서 발터는 기품있는 귀족 청년이 아니라 도발적이고 전위적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등장합니다. 페인트 통을 들고 다니며 아무데나 칠을 하거나 물감을 뿌리고, 기괴한 그림으로 사람들을 화내게 만들죠. 유치한 부분도 많아 관객에게서 상당히 야유를 받은 연출이었지만, 무대에 볼거리가 많고 상당히 다채로워서 초심자에게는 오히려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했습니다. 예술의 규율과 자율성의 문제, 그리고 사랑과 나이 듦에 관한 작곡가 바그너의 통찰을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서 유쾌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작스-발터-에파-베크메서 순
[음반] 테오 아담, 르네 콜로, 헬렌 도나스, 저레인트 에반츠 등,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드레스덴 국립 오케스트라 및 드레스덴 국립오페라 합창단, 1970년, EMI
[음반] 존 톰린슨, 괴스타 빈베르히, 낸시 구스타프슨, 토마스 알렌 등, 베르나르드 하이팅크 지휘,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1997년, 로열오페라하우스 헤리티지
[DVD] 제임스 모리스, 벤 헤프너, 카리타 마틸라, 토마스 알렌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오토 쉥크 연출, 2001년 메트로폴리탄 공연 실황(한글자막), DG
[DVD] 프란츠 하블라타, 클라우스 플로리안 포크트, 미하엘라 카우네, 미하엘 폴레 등, 제바스티안 바이글레 지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카타리나 바그너 연출, 2008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실황, 바이로이터 페스트슈필레
첫댓글 266분, 두 번의 쉬는 시간 감안하면 다섯 시간에 이르는 장편대작입니다...마치는 시간 필히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이 공연을 감상하실 분들은 <오페라 이모저모> 게시판 #21번 자료 '민네징거와 마이스터징거'를 한번 읽고 오시면 좋습니다...
<불멸의 오페라 3 / 박종호> ★★
독일 중심 극장의 힘이 느껴지는 실황이다. 가수진 역시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람를로서 자연스러운 가창과 연기는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한다. 볼프강 브렌델은 작스 역으로는 너무 가볍지 않나 했는데, 무난하게 잘 노래한다. 괴스타 빈베르크(발터 역)도 힘이 실리는 가창을 보이는데, 간혹 힘겨워 보이지만 결정적인 아리아는 참으로 아름답게 불러낸다. 에바 요한손(에파 역)은 젊고 건강한 처녀를 잘 노래한다. 괴츠 프리드리히의 연출은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이고 무대도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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