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월 1일, 삼월의 초하룻 날 꼭두 새벽 04시
만상이 잠들어 있는 아직 까만 밤의 연속이다.
새벽 뜀박질 10km를 나서기 전에, 잠시 엎디어 생각에 잠겨 본다.
21년 7개월 1일 전인 '89년 어느 날........
1톤 봉고트럭에 한 차도 아닌 바닥에 쫙 깔린 세간을 싣고서
천주산 자락의 일면식도 없던 땅 창원시(= 당시에는 의창군) 동정동 296-30번지로
낮에도 불을 켜고 살아야 했고, 벽면엔 곰팡이가 군덕지 이는 골방으로 이사를 왔었다.
이사짐을 풀은 후 물어 물어서 찾아갔던 중동성당!
지금은 대궐같은 성당이지만 당시에는 성당 역시도,
나의 세간을 풀어놓은 골방과는 별반 다르지 않은 시골성당!
오늘이 이 땅을 밟고 살은지 21년 7개월하고 하루를 맞는 날!
당시 창원초등학교 1, 3학년이던 딸과 아들이...............
지금은 딸이 시집을 가서 손녀를 안겨 주었고,
아들도 서른 살을 훌쩍 넘겨 나름의 세상을 살아간다.
서른 아홉살에 이 땅을 밟은 자신도, 이젠 육십 고개를 넘으려 하고,
곱디 곱던 아내의 손 발도 세월의 흔적을 느끼듯 꺼칠해 졌다.
하지만 그 동안 쉼없이 달려온 신앙생활과 직장생활에
오늘 아침도 뜀박질 후에는 구슬땀을 흘리며 감사의 기도를 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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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새벽에 집을 나서니 약간의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땀복으로 완전 무장된 복장이라 그냥 내달리기 시작했다.
오랫만에, 봄비를 맞으며 달리는 기분 또한 새로운 맛이었다.
고요한 성당에는 이 크리스티나, 손 말가리다 자매가 성당을 지키고 있었다.
오늘도 뜀박질과 성체조배와 십자가의 길로 하루를 시작해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