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
소설이 무엇인지, 특히 단편소설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던 어린 시절,
원고지에 글 몇 줄씩 끄적거려보기도 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몇 번인가
백일장에서 상을 받아 본 적은 있지만
그걸 글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럽다는 것도 모르던 때였으니 말입니다.
그때 소설이 갖고 있는 ‘재미’, 그야말로 단순한 재미에 빠져
우리나라에서 나온 거의 모든 단편소설을 빼놓지 않고 읽었던
몇 해라고 하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엮어가는 솜씨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했지만
사실과 문학적 허구도 구분하지 못하던 때였으니
그때 읽은 단편소설을 두고
‘내가 그 소설들을 읽었다’고 할 수 없는 소설읽기였습니다.
그런 수준에서 1980년대에 크게 유행하던
중편소설로 옮겨갔고,
이후 장편소설에 이르기까지 한 서른 해 남짓
소설을 제법 많이 읽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글낯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김홍신의 만화 같은 소설과
김성종의 역시 만화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여명의 눈동자』를 읽다가
두 소설 모두 끝까지 읽지 못하고 중간에 팽개쳤던 일,
그 다음에 이문열의 『변경』도 중간에 읽다 말았는데,
이후 소설에 대한 관심은 아주 줄어들었고
그러면서 서서히 소설로부터 멀어지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가까이 다가온 벗, 이명훈 군이
자신이 쓴 소설이라고 하면서 내민 이 단편소설 묶음을
그야말로 참 오랜만에 읽게 되었는데
다시 소설이 무엇인지, 특히 단편소설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늦게 시작한 이명훈의 소설 인생이
어디까지 가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었다는 말까지 하고
읽은 내용을 소개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