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8 20:46:09
366차 북한산 의상봉능선
1. 일시 : 2011. 11. 6(일)
2. 북한산 의상봉능선 : 백화사(10:30)-의상봉-대남문-구기동(17:00)
3. 재일(대장), 은수, 재봉, 상국, 병효, 영수 + 뒷풀이(민영, 규홍)
1) 히야까시
아침에 비가 제법 많이 온다. ‘오늘 산행코스가 바윗길인데....’ 걱정이 좀 되었으나 다행히 구파발역 1번 출구로 나가니 비가 그쳤다. 우리끼리 길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에 웬 여인(?) 산객 셋이서 내게 길을 묻는다.
“아저씨, 북한산 둘레길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데요?”
“둘레길요? 요게 팻말 있네요. 직진 90m, 오른쪽으로 돌아서 다시 요 화살표 방향으로 가몬 됩니다.”
“예. 그래요? 고맙습니다. 근데 아저씨들은 어디로 가시는데요? 따라 가면 안 되나요? 우리가 길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아니, 우리들은 저... 바위를 기어서 가야되는데. 미끄러워서 안 됩니다. 위험하고요.”
“예... 같이 가면 좋을 건데... 바윗길.... 조심하세요.”
아쉬워 발길을 돌리기 싫어하는 아줌씨들, 그 분들의 어깨를 감싸쥐듯 억지로 돌려세워 둘레길 방향으로 인도해 주고는, 30산우회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가 히야까시 당했다며 많이들 웃었다.
병효왈, “연식이 우리보다 10년은 더 되 보이시는데...”
상국왈, “우리 중에 누가 그리 나이 들어보인 기고? 재봉이 니가? 니 모자 벗고 있었나?”
재봉왈, “아니, 나는 커피잔 입에 대고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그냥 영계 찾아 그런 거 아이가?”
재일왈, “펭귄하고 딱 맞겠던데.... 우리는 너무 손해다.”
2) 택시
백화사에 기다리고 있다는 영수. 좀 빨리 갈 끼라고 재일이가 택시를 타잔다. 윽. 잠깐이면 가는데, 환승 다 되는데, 공짜로 갈 걸, 6,000원이나 들었다. 미터기를 무시하는 모양이다. 참조하도록.
3) 옛 생각
4-5년 전, 이 코스를 탔던 기억이 있다. 백화사 입구에서 인섭이가 코피를 심하게 흘리는 바람에 경호가 간호한다고 남았었다. 좀 있다 코피 멎으면 뒤따라오기로 했는데, 결국 둘 다 산에 못 오고 119를 불러 일산까지 실려갔던 악몽.
나중에 산에서 점심 먹으면서 그날따라 처음 산에 왔던 석주가(내복입고 청바지 입었으니 얼마나 불편했을까? 날은 춥고, 바위는 미끄럽고, 개나 소나 다 가는 북한산인줄 알고 따라왔다가 갈비뼈까지 조금 다치고... 그 날 이후 석주는 다시는 북한산을 쳐다보지도 않는단다.) “아, 내가 남아 있을거로...” 하면서 119에 같이 타고 갔다는 경호를 얼마나 부러워하던지...
그 날은 또 규홍이가 30산우회에 신고한 날이다. 해서 그 해, 2007년 입회한 동기로 1월 군번 재일이와 12월 30일 군번 규홍이가 동기라고 웃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그날 뒷풀이에 나타난 민영이, 막내횟집 사장님과 찍은 사진을 보니 아주 젊었다는 생각. 마침 오늘 뒷풀이에 나온다니 민영이 얼굴을 크게 찍어 4년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4) 비가 내린 바윗길
역시, 미끄럽다. 예전보다 훨씬 힘이 든다. 땀주머니 재봉이는 보약 몇 첩 먹은 효과를 보았다. 그래도 다들 무탈하게 잘 탔다. 12시 30분에 명당자리 찾아 전을 펴고 꼭 1시간을 노니닥거렸다. 영수 도시락은 역시 짱이고, 재일이가 가져온 일산 동종주, 달짝지근한 게 잘 넘어가는데 ‘이거 완전 앉은뱅이 술 아닌 줄 몰라.’
재봉이는 아침을 못 먹고 왔다더니 점심 도시락은 푸지게 그리고 또 폼나게 준비해 왔데? 역시 산에서의 점심은 꿀맛이다. 술이 좀 남는다. 서로 미루는데 재일이가 내게 잔을 내밀며, “니가 가온 술이니 니가 묵어야 안 되겠나?”
인섭이나 병욱이가 안 오니 술이 남고, 이런 요상한 말도 다 나온다며 웃었다.
5) 산에서의 해우, 더욱 정겹고...
무슨 일이 있어 혼자 정릉에서 출발했던 은수랑 대남문에서 반갑게 도킹, 사진에서 반가움이 절로 묻어난다. 작품사진이다.
단체 사진 한 장 찍는다.
- 대남문
6) 아까 배낭에 남긴 막걸리 한 병 마저 딴다.
이 자리, 생각난다. 5년 전 속리산 다녀온 다음날 경호, 광용이, 나랑 셋이서 겨울 눈밭에서 경호가 강화도에서 공수한 생선회를 먹던 자리다.
막걸리, 내 배낭에 들어있었는데 이걸 꼭 여기서 먹어야 하는 이유.
“마트에서 같이 팔려온 막걸리. 한 병은 산에서 땄는데, 한 병은 남아 음식점에서 따진다면, 그 술병은 얼마나 섭섭하겠노? 산에서 명을 다 해야 축복받는 것.”
7) 뒷풀이조 합류
민영이 사진을 찍어 올린다.
세월 4년 지나니 옷 색깔, 푸른 색이 붉게 변하네?
사진의 변화, 늙었는지 젊어졌는지는 각자 판단할 사. 세월 흐르는데..... 당연한 것!
- 2007. 12. 30
-20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