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대한 답답함
- 가덕도 신공항과 일본해저터널
1) 야당에 대한 불만
김종인이 '가덕도 신공항'에 합의를 했다. 그래도 '정치공학적 결정' 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부산 보궐 선거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선물 준 거란 식. 국민의힘도 부산시민 표심을 얻어야 하니 TK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고.
국힘 입장에선 가덕도 문제를 자꾸 정쟁으로 끌고 갔었으니 그럴 수 있다. 본인들은 실제 선거공학적인 계산으로 결정했을 수도. 근데 애초에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시장 궐위되기 전부터 논의가 되었던 거다. 오거돈 시장은 2020년 4월에 사퇴했는데, 동남권 신공항 관련 총리실 검증위는 2019년에 작동했다. 시기상 보궐선거 결정되기 전부터 이미 진도를 빼고 있었고, 더 길게 잡으면 동남권 신공항 이슈 자체가 20년 가까이 된 이야기다.
그러니까 애초에 시기를 보면 논리적으로 따져봤을때 그게 선거용으로 들고나 온 지역 SOC사업 선물 같은 것일 수가 없다. 그거 추진했던 이들이 무슨 예언가들도 아니가 보궐선거 생길 거 미리 알고 한거겠나. 시기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가덕도 신공한 자체가 단순 SOC 사업이 아니다. 그건 지역균형발전/지방분권 문제와 겹쳐서 봐야한다.
한국 사회에 불거지는 수많은 문제들이 '서울 포화' 때문에 벌어진다. 부동산 문제만 해도 그렇다. 서울에서는 십수억~수십억은 될 거 같은 집이 지방 가면 4억 안쪽으로 방어가 된다. 가장 고가 단위로 잡아도 그렇다. 일자리나 산업 문제도 마찬가지다. 결국 단일 정책으로 뭐가 되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것들을 분산 시켜야 해소되는데, 이건 서울의 힘을 빼는 방식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세종으로 뭘 옮긴다고 서울 사람들이 거기 가나? 왔다갔다 이동하는데 에너지만 소비된다.
그래서 들고 나온게 김경수 지사의 '메가시티' 아젠다이다. 중앙의 힘을 빼는게 아니라 지역의 덩치를 비등하게 키워서 돌파하자는 것. 수도권 중앙 못지 않는 자원을 갖고있는 곳이 그나마 부울경이니 그 프로젝트를 여기서 해보자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이 거대 프로젝트의 모듈인 셈. 애초에 사람 실어나르는 것보다 물류부가가치 올리는 기능을 하자는 것 아닌가. 정치적인 공항이 아니라 차라리 경제 공항이라 봐야 한다.
말하자면 선거용 지역 SOC사업이 절대 아니고, 오히려 그보다 훨씬 큰 국가비전에 가까운 프로젝트인 건데, 싸울때 싸우더라도 야당도 수권정당을 노리는 정치집단이라면 적어도 국가비전이라는 틀 안에서 경쟁을 해야하지 않나. 그때 그때 당리당략으로 말도 안되는 소릴 동원하면 어쩌잔 건가.
2) 여당에 대한 불만
가덕도 신공항 합의하면서 김종인이 하나 더 얹은게 '일본해저터널'이다. 이거 지금 못 한다. 가덕도 신공항과 달리 일본해저터널은 한국 내 합의만 필요한 SOC가 아니다. 외교문제까지 연동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결정하고 공약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외교권이 야당에게 없는데 야당이 부산시장만 가져간다고 일본이랑 독자 합의해서 이게 될 거 같은가? 그런 맥락 고려하면 이거야 말로 김종인이 선거용으로 일단 막 지르고 본 것이다.
게다가 일본과 그정도 결합을 하려면 외교적 선결조건들도 남아있다. 그걸 하기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들. 그러니까 일본이 강짜를 놓는 영역들인 강제징용문제, 위안부 문제 같은 것들도 그 공약을 위해서 일본이 원하는 대로 하고, 무역문쟁 같은 게 나도 납작 엎드릴 건가? 그걸 국민들이 납득을 할 거라 보는가? 어차피 안 된다.
그런데 내가 여당에 답답한 건 그걸 반대하는 논리다. 저기다가 '친일파' 논리를 들이대는 게 말이 되는가? 한일해저터널이 80년대부터 일본이 원하던 '섬나라의 대륙화 전략'이고 일본의 해양 경쟁력 확보만 도와주는 등 일본 국익에만 복무하는 일이라는 식이다. 예전이면 이게 타당한 걱정일 수 있지. 근데 지금이 80년대인가? 나는 저런 식으로 반응하는게 그냥 일본에 대한 어떤 과거의 열등감에서 나온 조건반사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거 연결한다고 우리가 일본 국익에만 종사하며 일본이 대륙 진출을 위해 우리 밟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 국력이 그거 그냥 당할 정도일 거 같은가? 혹은 우리가 그걸 그냥 내비둘 거 같은가? 우리는 그 문제에 관해서도 뭐가 이익이고 뭐가 손해이며 이용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따져볼 사이즈가 충분히 되고, 아니다 싶으면 철회하는 걸 외교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는 거다. 나중 일이겠지만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연결시키는 프로젝트까지 간다 치면 그냥 친일파 드립 치고 말 게 아니라 이 역시 미래 국가비전의 관점에서 검토해볼 카드다. '지금 안 되는 이유'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 자체'가 '친일'이라 문제라고 하면 미래에 실제로 그게 국익 관점에서 검토해야 되는 상황이 오게 될 땐 뭐라 그럴건가?
비판을 하려면 정교하게 하든가 해야지. 여든 야든 전부다 옛날 틀을 가져와서 정쟁만 하니까 답답한거다. 대체 뭐만 나왔다 하면 뜯어보도 안 하고 국힘이 말하면 그냥 '친일' 이야기부터 하고, 암만 선거 국면이라도 그렇지 있는 논의를 다 지워버리고 노무현 공항 같은 되도 않은 조롱이나 하질 않나. 그래 갖고 무슨 국가비전씩이나 논하나.
여당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추월의 시대'를 언급하는데, 기재부는 블룸버그에서 낸 혁신 순위 이런거 잘 받았다고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에 뿌리질 않나. 다른 나라 같으면 조선일보에서 그런 순위 냈다고 그걸 정부가 흡족해하며 보도자료로 뿌리는 짓을 하겠는가?
좀 사이즈에 맞게 놀고, 제발 과거의 틀을 좀 갈아끼우자. 대체 언제까지 저런 모델로 경쟁할 건가. 입으로만 국익 타령하지 말고 실제 논의 양태를 그렇게 좀 가져가는 척이라도 하자. 그래야 미래가 있을 거 아닌가.
첫댓글 저도 이거봤어요
부산시민입니다
그래서 해저터널 하잔 소립니까???
후쿠시마 오염수 걍 30년간 방류하는 나라 뭘 믿고 한단거죠?
어차피 못 한다는 글 같아요. 다만 친일반일 프레임이 낡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