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를 타고 홍도를 보며,
* KTX
이번 여름방학은 몇 가지 일이 징검다리 식으로 생겨서 며칠 휴가를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여름방학인데 하고 8월 6일, 1박 2일로 홍도와 흑산도를 다녀왔습니다.
KTX가 개통된 지 얼만데 아직까지 타보지 못했다니,
하고 자책하던 마음도 있던 차라 겸사겸사 홍도행 투어를 선택했습니다.
목포까지 가는 KTX, 시속 200 Km의 속도감도 좋았고, 넓고 편안한 창과 좌석도 좋았지만,
대전역을 지날 때 42년 전 두 달 동안 신병 훈련을 했던 추억과,
지금도 장사 중인 플랫홈 가게에서 가락국수 급하게 먹던 옛일이 스쳐가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 목포는 항구다 !
" 목포는 항구다 " 라고 시작하는 가요도 있습니다만,
목포 하면 '삼학도'와, 몇 년전 '유달산'에 올라가 본 이난영의 노래비 '목포의 눈물'이 생각납니다.
사공의 뱃 노래 가물거리며 /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 아씨 아롱 젖은 옷 자락 /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아내의 고향도 이 쪽이라서 젓갈 반찬 잘 한다는 집을 찾아가 점심을 맛나게 먹고 홍도 가는 쾌속선을 탔습니다.
다도해의 진주 홍도,
목포항에서 112㎞ 떨어진 홍도는 쾌속선으로 약 2시간30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섬입니다.
2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섬 전체 면적은 6.87㎢. 해안선 길이도 20.8㎞밖에 안 되는 작은 섬.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될 만큼 270여 종의 상록수와 170여 종 동물이 서식하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홍도에 도착하자 , 섬 주위의 해안절벽과 바다 위에 떠있는 바위섬들을둘러보는 유람선으로 갈아 탔습니다.
다도해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들, 그 속의 한 점 홍도 !
도승바위, 남문바위, 원숭이바위, 주전자바위, 만물상, 부부탑, 독립문바위, 슬픈여, 공작새바위도 좋고,
까마득한 절벽의 흙 한 줌 없는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노송들의 자태도 빼어납니다.
마이크를 잡은 입심 좋은 가이드의 재담이 너무 걸쭉해서 아내가 재미해 해서 반가웠고.
짙푸른 바다 위에 수직으로 솟아 오른 기기묘묘한 바위들은 돌, 바람, 파도가 합작해서 빚은 절경이라서,
차례차례 나타내는 그 빼어난 모습들에 배에 탄 사람 모두 감탄사를 터뜨립니다.
또하나 처녀들의 뺨처럼 붉게 달아오른 바위 색깔,
바다에도 연꽃처럼 아름다운 섬꽃이 피어 있다는 섬 이름 그대로 꽃처럼 '붉을 홍(紅)" 이 맞았습니다.
남문바위를 구경하고 있는데 자그마한 어선이 유람선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바다에서 지금 막 잡아 왔다는 방어 한접시 25,000원 소주한병 3천원,
장삿속이 뻔하지만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해상관광의 별미 또한 배 위에서 먹는 싱싱한 회 한 접시와 소주 한 병 !
방 배정을 받고 다시 홍도 선착장으로 나왔습니다.
서해 쪽에 와 있기 때문인지 아직도 해는 하늘에 있고,
미리 준비해 갔던 수경과 숨대롱, 오리발을 신고 홍도해수욕장에서 스노클링을 했습니다.
이름이 해수욕장이지 선착장 옆에 있는 몽돌(빠돌)이 많은 손바닥만한 해변입니다.
그래도 바닷물은 너무나 맑아 물 속의 해초며 물고기며 바위며 참 아름다와서 한참 물 속에 있었습니다.
저녁은 선착장 앞에 있는 횟집에서 먹었습니다.
따로 회 한 접시도 시켜서, 소주 한 병 다 비웠으니, 아까 유람선에서도 한 병, 오늘 합계 두병입니다.^^^
해 질 무렵, 여관이 있는 선착장 뒤편 몽돌해수욕장쪽에서 붉은 낙조는를 바라보았습니다.
붉은 기운이 바다와 하늘에 번지면서,
섬의 바위들이 석양에 붉은 빛으로 물드는 풍경을 보면서
‘붉은(紅) 섬(島)’이란 홍도 이름에 또한번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흑산도 노래비 앞의 경치,
이튿날, 유람선을 타고 흑산도로 갔습니다.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어서 흑산도라 불리는 섬,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된 흑산도는 홍도와 마찬가지로 기암괴석과 해안동굴이 널려 있으며, 섬 전체가 비경입니다.
다산 정약용의 형 약전이 천주교에 관련되어 15년간 유배생활을 한 곳,
그가 집필한 바닷고기와 해산물 155종을 채집하여 그 생태를 담은 어류학 총서 '자산어보'가 태어난 곳.
나름대로 사전 지식을 섭렵하고 갔지만,
운무가 살짝 낀 흑산도의 풍광이 너무 아름다와 눈은 계속 섬과 바다를 바라보느라 분주했습니다.
그러나 흑산도 하면 누가 뭐래도 " 홍어 "입니다.
홍어의 본 고장 흑산도, 홍어를 삭히기위해 오지 항아리 속에 넣거나 부뚜막 위에 놓아 사흘쯤 묵힌 후,
잘 삭은 홍어에 막걸리 한 잔 걸치는 '홍탁' 의 고향 흑산도.
대학 다닐 때 학교 부근에 이름이 자자한 허수름한 <홍탁집>이 있었는데,
그 당시 대학생 술꾼이라면 모르는 사람 없던 그 홍탁집에서 유일하게 외상이 통했던 나, 참 많이 먹었던 홍어입니다. ^^^
* 운무 자욱한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앞에서,
그러나 이번 흑산도 여행에서 사건은 홍어가 아니라 <흑산도 노래비> 앞에서 일어났습니다.
흑산도일주 관광버스를 탔는데, 이곳 저곳을 둘러 보던 중 ,
어떤 약수터 앞에 가서야 내 작은 멜가방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가방 속에는 목포 가는 배표와 서울 가는 기차표, 그리고 주민등록증과 "거액의 현금' ^^^,
하여튼 내 귀중한 모든 것이 들어 있었습니다.
내 자리 밑과, 버스 안을 몇 번 씩 뒤지고 , 속은 점점 타들어가고,
그러다가 문득 <흑산도 노래비> 앞에서 누군가의 부탁으로 사진을 찍어 주려고 가방을 내려 놓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부랴부랴 차를 돌려 문제의 그 곳을 찾아 갔더니 ? !!!
결론은 해피엔딩,
여행 다녀 온 며칠 후 흑산도의 행정군청인 <신안군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에 올린 나의 글로 결과 보고를 대신합니다. ^^^
< 지난 6일 홍도를 거쳐 흑산도에 내려, 섬일주 관광버스를 탔습니다
경치는 아름다웠지만, 전날 밤부터 속이 안 좋다고 버스의자에 누워 있기만 하는 아내가 무척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가 무슨 약수터에서 약수를 한 컵 마시고 버스에 올랐다가,
그때서야 귀중품이 든 손가방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우리 부부의 의자 주위에도, 잠깐 앉았던 뒤쪽 의자 어디에도 손가방은 없었는데, 당황 속에서도 아까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앞에서 어떤 분의 부탁으로 사진을 찍어주느라고 가방을 잠깐 내려놓았던 생각이 났습니다.
다행스럽게 섬 일주버스는,
그 약수터에서 다시 출발지로 회항하는 코스라서 버스기사에게 노래비 앞에서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노래비 앞에서 버스는 서고 , 나는 급한 마음에 아까 사진 찍던 곳으로 달려가는데,
뜻밖에도 웬 청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내 손가방을 들고 달려와 내게 건네주었습니다.
엉겁결에 손가방을 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버스로 되돌아 왔습니다.
버스 차창 밖으로 그 청년을 자세히 보니까 노래비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손가방 안에는 서울행 기차표와 신분증과 약간의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만약 그 손가방을 찾지 못했다면 물질적인 손해는 물론, 서울로 올 때까지의 막심한 불편과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기다려서 속히 돌아오느라 충분한 감사의 인사를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아마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사진사 청년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리라,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서울로 돌아오면서 우리 부부는 그 사진사분의 선행을 칭찬하면서 많이 감사했습니다.
또 흑산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혹 노래비 앞에 가시는 분이 있으면 우리 부부의 감사 인사를 꼭 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분의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 >
흑산도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칭찬' 한 단어로 각인되었습니다.
흑산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검은 빛 바다'보다도,
혀를 톡 쏘는 홍어와 걸쭉한 막걸리의 화합보다도 흑산도에서 맛본 '감사'의 한 장면은,
' 흑산도 아가씨'의 노래와 함께 우리 부부의 가슴 속에 오래 간직될 것 같습니다.
< ...남 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오는~데
못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 버린 흑산도 아가씨 > ****
첫댓글 멋있습니다. KTX를 배경으로 한 사진도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