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죽음을 슬퍼함 (1633)
호세 데 리베라
스페인의 카라바조로 불렸던 발렌시아 출신의 17세기 스페인 바로크 화가
호세 데 리베라(Jose de Ribera, 1591-1652)는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카라바조에게 큰 영향을 받아,
명암 대조와 직접적이고 사실적인 양식으로 그림을 그려
인물들의 내면의 모습을 더욱 실감 나게 표현했다.
그는 1616년에 스페인 영이었던 나폴리에 정착하게 되었고,
그의 구도는 당대의 화가 중에서 가장 뛰어났으며,
그곳에서 많은 종교화를 주문받으며 자신의 가장 뛰어난 작품들을 제작했다.
리베라는 과거 성인들에게 있던 후광을 없애고
전형적인 어두운 배경을 사용하는 스페인의 양식을 따랐다.
스페인 회화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자리를 잡게 된 어두운 배경은
빛의 흐름으로 인해 등장인물의 이미지가 더욱 두드러지는 특징을 갖게 되었다.
리베라가 1633년에 그린 <그리스도의 죽음을 슬퍼함>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왼편부터 몸을 숙여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푸른 옷을 입고 하늘을 우러러 보며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시는 성모님과
예수님의 시신을 편안히 눕히고 있는 사도 요한과
뒤에 어둠 속에서 성모를 바라보는 노인인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다.
수평적 구조 속에 인물 하나하나를 배치한 이 그림은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보다는
테네브리즘의 변화를 시도하는 과도기적 작품으로
배경의 처리와 인물의 사실적 감정을 볼 수 있는 공감대를 완성하지 못했다.
다만 놀라운 것은, 어둠의 배경 속에서 환하지 않지만
예수님의 몸 전체에서 퍼져나가는 빛과 누워있던 흰색의 수의로 인해
전체적인 배경의 구분을 이루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통의 예수님이 아닌, 평안하게 잠든 표정을 통해
인류를 위한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종교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예수님의 손과 발과 옆구리에 있는 깊은 상처와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있는 성모님의 간절한 표정과 눈가의 핏대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경건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