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유산을 물려받은 업보와, 스스로의 주체성을 확인하기도 전에 절대 권력자의 손아귀에서 한때 힘깨나 써본 죄과로 온갖 멸시와 천대를 감내하며 살아온 인고의 60년!!
그런 상처투성이의 몸으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올바른 길을 찾아 헤맨 덕에 국민으로부터 얼마간 믿음을 회복한 민중의 지팡이들!!
인류 역사에서 큰 업적을 이룬 대가들도 겸손이 뒷받침됨으로써 그 가치가 더 빛날진대, 작은 성취에 안주하기보다 더욱 몸을 낮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기!!
경찰 60주년으로 일컬어져 온 2005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고 뜻 깊은 일들도 많았습니다. 수사구조개혁에서 보듯이 새로운 60년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 또한 계속되고 있습니다.
“반성과 평가 그리고 미래를 본다”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4월부터 시작된 한국경찰 60년사 편찬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찰의 과거 역사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미래의 올바른 경찰상을 정립하고자 학계와 언론계 등에서 많은 분들이 편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첫 단추를 꿰는 의미에서, “한국경찰 60년사의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경찰청(한국경찰 60년사 편찬팀)과 경찰대학(치안정책연구소)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학술세미나가 아래와 같이 열립니다. 진지하고도 전문적인 연구가 뒷받침된 발표와 토론이 펼쳐질 것입니다.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애착과 일에 대한 열정, 스스로에 대한 삶의 확신으로 역사의 방관자가 되는 길을 이미 거부하고 계시는 폴앙 여러분!
역사는 돌아오지 않지만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에, 님들이 함께 해 주실 것이라는 행복한 믿음을 가져 봅니다.
O 일 시 : 2005. 11. 23(水) 14:00-17:30 O 장 소 :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20층) O 주최 : 경찰청 총무과(60년사편찬팀)․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O 세미나 일정 14:00~14:30 개회선언 및 국민의례 인사말씀 (경찰청장) 축하말씀 (국사편찬위원회 이만열 위원장) 14:30~15:50 주제발표 : 한국경찰 60년사의 쟁점과 과제 (김보환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보조발제Ⅰ: Development of the Korean Police After World War II : Information from Korean and American Scholars (Vincent J. Hoffman 미시간 주립대 교수) 보조발제Ⅱ: 일제식민지 유산과 경찰 - 반민특위 와해과정을 중심으로 - (이강수 국가기록원 연구원) 보조발제Ⅲ: 1950년대 미국의 대한 경찰원조와 한국 경찰의 정비 : RG469문서들을 중심으로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15:50~16:00 휴 식 16:00~17:00 <토 론> 사회자 : 정근식(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토론자 : 서중석(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백형조(원광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 정병준(목포대 사학과 교수) 이웅혁(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17:00~17:30 방청객 질의․응답 및 폐회
O 교통편(전철) ․ ①②호선 시청역에서 광화문방향으로 도보 2분 거리 ․ ⑤호선 광화문역에서 시청방향으로 도보 2분 거리 ※ 주차장이 협소하오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라며 세미나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경찰청 60년사편찬팀(☎ 02-362-6089, 경찰청 2535)이나 치안정책연구소(☎ 031-285-0183, 경찰대학 5024)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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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즘’의 창시자로 유명한 마키아벨리는 뛰어난 역사가이기도 했다. 1520년 그는 당시 피렌체공화국을 다스리던 메디치가(家)의 요청으로 <피렌체사(史)>를 집필하게 된다. 그런데 5년 후에 완성된 이 걸작은 어찌된 일인지 1492년까지만 기술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고육책
1492년은 피렌체의 위대한 지도자 로렌초가 사망한 해이다. 또한 메디치가의 실정(失政)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그 이후의 역사를 쓰게 된다면 이미 <군주론>으로 문명(文名)을 떨치던 그로서는 메디치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관직에서 쫓겨난 이래 7년 동안 재기를 노리고 있던 그가 메디치가의 심기를 거스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메디치가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492년에서 <피렌체사>의 집필을 멈춘 것은 학자로서의 양심과 관직에의 야심 사이에서 그가 선택한 고육책이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1530년, 에스파니아의 카를로스가 보낸 군대에 의해 피렌체공화국은 멸망하고 만다.
인구 10만의 도시국가로서 유럽을 쥐고 흔들 정도의 탄탄한 경제력을 자랑하던 피렌체. 이를 바탕으로 문화 예술의 찬란한 꽃을 피웠던 르네상스의 중심 피렌체의 허무한 몰락을 마키아벨리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에게 자유로운 비판의 필봉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당시 메디치가의 수준이었다면 그것이 망국(亡國)의 징조였음은 분명하다.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미래를 열 수는 없다. 그야말로 과거는 미래의 전조(What is past is prologue)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찰 60년사 편찬의 의미
지난 23일 오후 2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찰 60년사의 쟁점과 과제”라는 이름의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학술 세미나는 경찰청이 지난 4월부터 ‘경찰 60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찰 60년사’ 편찬의 홍보와 학술교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비록 언론의 무관심 속에 치러졌지만 나는 이번 세미나를 방청하면서 어쩌면 ‘경찰 60년사’편찬이 한국 현대사의 이정표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민족의 광복과 함께 시작된 한국 경찰의 역사가 우리 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경찰의 경찰사 편찬은 이전에도 있었다. 1970년대 초반을 시작으로 그 동안 경찰청이 펴낸 것만 해도 이미 4권까지 나온“한국경찰사”와 “경찰 50년사”등 5권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관사(機關史)가 그러하듯이 이제까지 경찰이 펴낸 경찰사들은 내부자의 관점에서 기관의 공적을 자랑하고 선배들을 선양하기에 급급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실제로 경찰 재직 시절 세권의 경찰사 편찬에 관여했던 백형조(원광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경찰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과거의 경찰사가 “치자(治者) 중심의 관변적 경찰사, 반공 이데올로기 사관에 입각한 성과 중심의 경찰사”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경찰 60년사’가 과거의 그것들과 차별성을 갖는 것은 우선 관여자의 구성을 살펴보아도 현저하다. 우선 집필위원을 보면 정근식 교수(서울대 사회학과), 정용욱 교수(서울대 국사학과), 홍석률 교수(성신여대 사학과), 박태균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 김득중 박사(국사편찬위원회) 등 저명 사학자가 12명에 이른다.
또한 언론사 편집국장 등 13명의 자문위원을 위촉했고, 서중석 교수(성균관대 사학과·일본교과서 바로잡기 운동본부 상임대표), 이만열 위원장(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백형조 교수 등이 감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히 한국 사학계의 지성들이 망라된 드림팀이라고 할 만하다. 이러한 인적 구성에 대해 이만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세미나의 축사에서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이번 경찰 60년사는 귀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을 경찰 조직 안에서 집필자를 구하지 않고, 외부의 인사들에게 집필을 의뢰했습니다. 이는 경찰 60년사 편찬에서 객관성과 공정성 그리고 전문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경찰도‘경찰 60년사’를 “새로운 역사 쓰기”로 인식하고 있다. 허준영 경찰청장의 이날 인사말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겠다.
“한국경찰에게는 60년이라는 역사가 있습니다. 그 60년 동안 우리 경찰은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는 반면에 부끄러웠던 역사도 가지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웠던 역사는 한층 발전시켜 계승해야 할 것이며, 부끄러운 역사는 반성하고 절대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반민특위 습격사건에서 경찰은 수동적 존재가 아니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9명의 교수들이 발제 및 토론에 참여하였다. 그 내용은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경찰 60년사’에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우선 국가기록원 연구원인 이강수 박사는 ‘일제 식민지 유산과 경찰’이라는 발제에서 해방 후 조선을 통치한 미군정의 친일파 활용정책에 의해 독립운동가를 체포했던 일제시기의 경찰이 여전히 미군정의 경찰로 다시 활동하였으며, 친일청산 좌절의 상징인 반민특위의 해체과정에서 경찰조직은 단순히 수동적 존재가 아니었음을 구체적 사료를 들어 논증했다.
이승만 정권이 자신의 수족이었던 친일파집단을 제거하는 반민특위를 와해하기 위해 자행한 음모가 반민특위 습격사건이었고, 이 과정에는 친일파가 득세했던 초기 경찰조직이 행동대원으로 직접 관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병준 교수(목포대)는 경찰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기관으로 국민의 이익에 복무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의지에 좌우되었고, 미군정, 민간·군부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한국경찰의 성장·발전은 기본적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성숙도가 더디게 반영된 결과이며, 이제 경찰이 과거사의 진실과 대면하는 용기를 낼 수 있는 것도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이어 백형조 교수는 미군정 초기 경찰간부 중 82%에 달했던 일제경찰 출신들은 그 당시 뿐 아니라 그 후 수 십 년간 한국경찰제도와 기능 및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하였다. 또한 일제청산 좌절, 공산당 조작, 민주인사 탄압 등에 있어서 이승만 정부가 스스로 주도했다기보다는 당시 국가정보를 독점한 경찰의 왜곡된 정보에 놀아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서중석 교수는 ‘경찰 60년사’에는 경찰의 부패와 고문의 실상도 낱낱이 기록해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또한 분석과 평가 못지않게 ‘사실의 발굴’이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역사가 보복한다
경찰관으로서 내가 듣기에 어느 것 하나 아프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내용의 발표와 토론을 경찰청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였다. 이것은 정병준 교수의 표현대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그만큼 진전한 성과일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경찰의 자신감, 그리고 과거 청산으로 새롭게 거듭나려는 몸부림을 느낄 수 있었다.
경찰청은‘경찰 60년사’를 내년 경찰의 날에 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면 아래서 진행되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먼저 내부의 반발과 이견이 있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과거의 악행에 관여했던 인사들로서는 악행을 악행이라고 말하는 자체를 모욕으로 여길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과거의 일을 현재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과거와 결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다른 권력기관 등 과거의 악행에 가담한 세력들도 경찰의 이런 노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틀림없다. 그들은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경찰이 편향적인 사관(史觀)만을 토대로 기술함으로써 갈등과 반목을 부추긴다고 매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이 있다 하여 초지(初志)가 흔들려서는 아니 될 것이다. 역사 서술에 있어서 균형 잡힌 시각이란 모든 사관(史觀)을 아우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균형 잡힌 시각이란 객관적 사료를 토대로 드러난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용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악행임에 분명한 사실을 놓고 이를 기능론 혹은 구조론적으로 섣불리 분석하려 들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십중팔구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 내지 비겁한 변명과 자기 합리화로 흐르게 될 뿐이다.
‘경찰 60년사 편찬’은 오로지 역사와 시대와 국민의 몫이다. 경찰은 그저 반성할 준비만 하고 있는 것으로 족하다. 오늘 우리가 반성하는 이유는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오늘 우리의 현실이 척박한 것은 어제 우리가 반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신군부의 무력진압 방침에 반대하다가 직위해제 된 후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에 연행되어 고문을 당하여 그 후유증으로 숨진 고 안병하 경무관이 국립묘지에 안장된 뜻깊은 날이다.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할 수 있었던 그의 용기는 역사를 쓰는 자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서 들었던 정병준 교수의 명언을 되새기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겠다.
“기록을 남기는 자가 역사를 지배한다. 혹은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역사가 보복한다.”
ⓒ 죽림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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