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페루에 대한 시론
흔히 페루의 정치는 스릴있고 흥미진진하여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곤 한다. 철도 건설한다 해놓고 그 돈 빼서 도망가는 대통령, 수뢰혐의로 궁지에 몰리자 APEC회의 참석 후 귀국중에 일본으로 또낀(?) 후지모리 전대통령. 재미있는 것은 이런 사람들이 차기 대선에 출마한다고 ‘02년 하반기에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온순한 국민들은 명백한 위법만 아니라면 이들을 또 받아들이니,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인데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우리나라가 훨씬 재미있고 역동적이지 않은가? 지역주의와 학연, 혈연의 연고주의와 온정주의가 판을 치고 있고, 사대주의로 무장한 친일과 친미의 보수층은 자신편에 서지 않은 모두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여 경거망동한다. 한마디로 똥 묻은 개가 된장 묻은 개를 나무라며 꺼들먹거리며 행세하는 형국이다. 돈과 권력만 있으면 법도 “법대로”가 아니라 내~(?) 맘대로에, 군 징집에서도 당당히 제외될 수 있는 역동적인(?) 나라가 아니던가? 권력과 부는 각종 탈법과 치부를 정당화시켜주는 도구로 전락하였고 광대 마당극 같은 3류 정치는 냄비 근성으로 무장한 3류 국민들이 그 자양분을 충실히 공급한다. 세상에서 우리나라보다 더 스릴있고 유치한, ‘정치’라 불리는 먹이사슬이 존재할까?
어쩌다가 주변에서 “페루” 얘기가 나오면 아주 얄팍한 속물적 상식으로 ‘우리보다 못사는’ 후진국 정도로 간단히 폄하해버리는 일이 있는 것 같다. 과연 현재 소유하고 있는 재화의 많고 적고에 따라서 특정한 공동체와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 그래도 되는 것일까? 그러면 우리는 언제부터 그렇게 잘 살게 된 것일까? 돈으로 선, 후진을 가늠하는 어린 사고란. 물론 특별한 의미나 악의 없이 나온 말이라는 건 잘 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부지불식중 내재된 의식세계를 반영한다. 아는 것을 넘어서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가슴이다. 함량미달의 일부 국민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페루의 국민성은 한국의 그것보다 결코 뒤떨어져 있지 않다. 무척이나 밝고 선한 사람들은 독하거나 모질지 않다. 페루는 동양의 차분함과 서양의 합리적 사고 등 장점만을 두루 취한 보기 드문 나라이다. 마침 입국하기 전날 교민집에 들려 현지 생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곳에서 듣고 여행하며 느꼈던 것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우리같은 겉치레가 거의 없다. 그저 내실에 충실한다.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자면.
1. 우리나라에서 성적이나 행동거지가 중위권 정도에 속하는 중학생이 페루로 가족을 따라 이민을 가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 학생은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도 이기적(한국에서 행동하던 그대로)이고 교우와 어울리지 못하여 정학을 받게 되었단다. 이 경우, 우리 같았으면 처벌로 끝이지만 페루에서는 면담역이 배정되어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1:1로 지속적으로 관리해주게끔 시스템이 구비되어있다. 이런 유치한 표현은 좋아하진 않지만 과연 어느 나라가 ‘선진’인가? 여기서 백년대계라는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인성교육이 우선인 페루에서는 제 아무리 공부를 잘하여도 사회봉사활동이 미미하거나 주변과 인화하지 못한다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지식의 전파나 입시 위주보다는 전인교육에 힘쓰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사회의 전반적 시스템이 결과 위주로 달려와 삐틀어진-반미감정을 품으면서도 행동은 미제의 허드레를 쫓는 이중성 등-우리의 자화상을 그 학생을 통하여 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이 뼈저리게 각성하여 극복해야 할 국민의식인 것이다. 시대는 패러다임의 대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너무도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부터충실하하자
.2. 언젠가, 페루에 유학하려는 학생에게 담임교사가 미국에 유학할 것이지 뭐하러 (후진)페루에 가냐고 했다고 한다. 미안하지만 ‘후진’ 것은 그런 ‘후진’ 생각을 하고 있는 그 교사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뚜렷한 목적없이 남이 가니까 돈 자랑하며 미국에 가는 경우 대개는 다음과 같은 밑그림이 그려진다. 가족의 품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은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개인주의가 발달한 그곳에서 술과 마약, 소비향락의 나락으로 쉽게 빠져드는 모습을.
3. 이제 겨우 천여명이라는 한국교민과 십만에 육박하는 일본인이 페루에서 사는 모습 중 우리의 몇 가지를 서술한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골프장은 골프공을 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닌가? 왜 비싼 골프채로 공은 안 치고 캐디를 때리냐고? 얼마나 아팠겠냐고.ㅡ.ㅡ 그런가 하면, 골프장 잔디위에서 고기 구워먹다가 들켜서 강인한(?) 한국인 인상을 남겨준 사건도 있었다 한다. 이런 사건들이 신문에 대서특필되어 한국인이라면 아무리 돈을 많이 얹어줘도 골프장 입장이 아니 된단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윤락녀 인신매매 범죄를 저질러 방송특종한 조직폭력배까지 등장하셨단다. 반면 일본인들은 잠잠, 이쯤되면 천여명의 한국인이 십만에 가까운 일본인을 꼼짝없이 때려(?)잡은 것이니, 오~ 필승 코~리아~!
역동적인 에네르기가 용솟음치는 한국, Dynamic COREA. 거~참, 대단한 한민족이다. 참고로 나도 한국인이니 너무 기죽지는 말자. @.@
페루여자배구를 우승 신화로 이끈 박만복감독을 시작으로 의료인들의 오지에서의 자선의료봉사활동, 민간차원의 경제지원 등 우리의 자랑할 일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어렵게 쌓은 것을 소수의 ‘인간불량품’(?)으로 인해 너무 쉽게 까먹는다는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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