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승만경 강화] 40. “천상·인간서 자유로운 왕 될 것”
40. 수기
〈원문〉
“그대는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찬탄하였으니 이 공덕으로 한량없는 아승지겁 동안에 마땅히 천상과 인간에서 자유로운 왕이 될 것이다. 태어나는 곳 어디에서나 항상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며, 내 앞에서 찬탄하기를 지금과 같이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량없는 아승지 부처님을 공양하기를 2만 아승지겁 동안을 하여 마땅히 보광 여래·응공·정변지가 될 것이다. 그 부처님 나라에는 나쁜 과보를 받는 일이 없으며, 늙고, 병들고, 쇠하여 귀찮은 뜻에 맞지 않는 괴로움이 없다. 또한 좋지 못한 악업의 이름마저 없다. 그 나라의 중생들은 몸과 힘과 수명과 다섯 가지 욕락이 모두 갖추어지고 모든 것이 다 즐겁기만 하여 타화자재천의 천상세계보다 나을 것이다. 그 세계의 중생들은 순수하고 한결같은 대승에서 온갖 선근을 닦아 익힌 이들만이 모여 사는 곳이니라. 승만 부인이 수기(授記)를 받았을 때 한량없는 중생들과 천상의 사람들이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하였다. 세존께서는 모두 왕생하게 될 것이라고 수기하였다.
〈강설〉
부처님이 승만 부인에게 수기를 주면서 하신 말씀이다. 수기(授記)란 범어 비야카라나(毘耶佉梨那 : Vyakarana)를 번역한 말로 불법을 수행하는 이에게 부처님이 미래 어느 때에 부처가 될 것이라고 미리 보장해 주는 말, 곧 예언해 주는 것을 말한다. 원래는 구별(區別)·분석(分析)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로 교설에 대한 분석, 문답 방식으로 전하는 교리해설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나중에는 뜻이 바뀌어 미래세에 성불한 뒤 얻을 명호를 예언한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수기설은 〈아함경〉에서도 설해져 있고 또 〈수기경(授記經)〉이라 하여 9부경 혹은 12부경으로 분류한 그 가운데의 한 부류를 〈수기경〉이라 하였다. 그러나 성불에 관한 수기는 대승경전에 보편적으로 설해져 있다. 〈법화경〉에서 부처님이 수기를 주는 장면이 여러 품에 걸쳐서 나온다. 28품 가운데 ‘수기품’, ‘오백제자수기품’, ‘수학무학수기품’의 세 품이 모두 수기를 주는 내용이다. 이 밖에 〈무량수경〉에도 법장비구가 세자재왕불(世自在王佛)로부터 수기를 받고 아미타불이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이 수기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인차별수기(人差別授記)와 때에 따라 달라지는 시차별수기(時差別授記)가 있다. 또 사람을 직접 대면하여 주는 현전수기(現前授記)와 면전에 없는 사람에게 주는 불현전수기(不現前授記)로 구분하기도 한다. 아무튼 수행을 통해 부처가 되고자 하는 불교에 있어서 성불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더없이 영광스럽고 지극한 일이다. 병을 앓는 환자에게 병이 나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결정적 확신을 가지게 하는 것이야 말로 최대의 희망이 되는 것처럼 성불을 보장받는 것 이상의 가치는 없는 것이다.
아승지는 대수(代數)로 쓰이는 용어로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화엄경〉 ‘아승지품’에 124개의 대수 용어가 설해져 있다. 겁(劫)이란 말은 가장 긴 시간을 나타내는 말인데 찰나(刹那)와 상대되는 말이다. 부처님을 찬탄한 공덕으로 아승지겁을 인간과 천상의 왕이 되었다가 2만 아승지겁 동안 한량없는 부처님을 공양하여 보광여래가 될 것이라고 수기를 준 내용이다. 고도의 상징성을 띠고 있는 이야기로 씨앗 하나가 수많은 꽃을 피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해 그 양(量)이 점점 증가하여 무한대로 이어지듯이 작은 인연에서 시작하여 성불을 기약하는 큰 인연이 오게 되는 미묘한 이치를 설하고 있다.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은 욕계의 가장 높은 천상세계이다. 변화가 자재하여 온갖 즐거움을 마음대로 누리는 천상이라 한다. 승만 부인이 성불할 때 보광여래의 세계에 가서 태어나기를 원한 중생들과 천상인에게도 왕생을 보장해 주는 수기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