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도시 종로, 그 안의 우리’
「1. 들어가는 말
630년 역사와 전통의 문화가 담긴 종로는 명실공히 살아있는 박물관, 또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징성의 문화도시 종로에서 삶을 영위하는 주민의 입장에서는 무한한 자긍심과 명예도 갖지만 실제적인 생활에서는 이런저런 불편도 많은 실정입니다.
따라서‘문화도시 종로, 그 안의 우리’라는 주제 아래에서 저는 시민적 또는 정치적 측면에서의 ‘우리’를 고찰하겠습니다.
2. 하고 싶은 말
지난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인 코르도바에서는‘제17차 세계유산도시기구(owhc)’세계총회가 열렸습니다. ‘owhc 총회’는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데 이번 총회에서는‘역사 도시 내의 거주 적합성 향상’을 주제로 분야별 전문가와 공무원 그리고 각 나라 별 시장단이 참여하여 열띤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는 종로구 정문헌 구청장이 직접 토론자로 나와 ‘역사 도시 내 신개념 도시 프로젝트 방향성’을 유창한 영어로 발표하여 많은 박수를 받은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심국 위치로 도약하는 시점에서 정문헌 구청장의 이번 발표는 시사하는 점도 크다고 봅니다.
아무튼 이번 학술 심포지엄에서 정문헌 구청장은‘종로구 북촌 특별관리지역 지정 사례’를 소개하면서 여러 문화도시 참가자들의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정문헌 구청장이 발표한 내용은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 제고 등 여러 방면의 정책들이었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종로구 북촌 특별관리지역 지정’입니다. 이는 주민 정주권 보호 차원에서 주민 불편 수준에 따라 북촌을‘레드존’과‘오렌지존’그리고‘옐로우존’으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내용인데, 이중‘옐로우존’은 집중 모니터링으로 감시하고,‘오렌지존’은 쓰레기 투기 및 노상 방뇨 계도를 실시하며,‘레드존’은 관광객 보행 시간을 아침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사실 종로구 북촌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 중 한 곳입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남미와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주민의 정주권을 크게 침해하는 상황이어서 민원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역사문화와 주민 생활이‘공존공영(共存共榮)’하여 함께 번영하는 정책을 수립한 것이라고 봅니다. 종로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1번지로서 오랜 역사적 전통과 문화가 담지된 소중한 지역입니다. 북한산과 인왕산 등 주변 자연환경으로 인한 자연경관지구로서 각종 건축규제와 제한을 받아 왔습니다.
더군다나 경복궁, 창덕궁, 그리고 성곽 등과 같은 역사 유산이 산재하여 소위‘문화재 보호구역’이라는 명분 아래 주민 정주권과 재산권이 크게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근대 국가 성립 이후 주민의 재산권은 매우 소중한 정치적 권리입니다. 또한 주민의 정주권 역시 시민적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민적 권리입니다.
다시말해 현대국가에서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는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는 가장 기본적 사항입니다. 유엔 인권 헌장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조항으로서 공산주의 사회 외에는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기본권입니다. 아무리 문화도시라고 해도 주민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삶을 피폐하게 만들면서까지 과도하게 보호를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3. 나가는 말
문화도시 종로와 우리는 ‘따로 또 같이’ 가야 합니다. 서로가 공존공영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수립하여 문화재 보호를 통한 문화도시 보전과 함께 주민의 삶이 ‘공존공영’ 해야 한다고 봅니다. 종로는 유난히 문화재로 인해서 그리고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명분으로 주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화도시 종로가 아무리 소중해도 주민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 그리고 행복추구권이 침해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오늘 이 자리가 문화도시에 대한 인문학적 낭만으로만 흐르기보다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시민적 또는 정치적 권리 또한 매우 중차대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서로가 더불어 공존공영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 참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은 지난 10월 서울문화재단 주관으로 종로구 혜화동주민센타에서 ‘문화도시 종로, 그 안의 우리’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을 위해 마련된 내용인데, 최근 종로구가 숭인동 소재 동묘와 관련하여 동묘 이전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같은 맥락에서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동묘는 현재 종로 구민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와는 별무상관으로 보인다. 사회적, 경제적 권리와도 더 더욱 연관성이 없는 편이다. 단지 역사적, 문화적 차원에서의 가치가 거론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 역시 종로 구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부작용만 나타나면서 주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된다. 그렇다면 주민의 권리 측면에서 따진다면 하위 순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보다 공개적인 동묘 이전 문제가 거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른바 동묘와 주민의 공존공영, 한마디로 조화와 균형을 생각해 볼 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