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드럭'
크라잉넛 진흙서 캐낸 올스탠딩·언더의 대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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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잉넛'을 배출한 홍대 앞 '드럭'에서 최근 데뷔음반을 낸 '록 타이거스'가 공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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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4월 5일, 홍대 앞 클럽 ‘드럭(Drug)’의 첫 공연이 열렸다.
무대에 오른 밴드는 ‘드럭밴드’. 커트 코베인의 1주기에 맞춰 열린
이날 공연에서는 너바나의 곡들이 연주됐다. 마지막 곡 ‘리튬(Lithium)’이 끝나고 멤버들이 앰프를 부수기 시작했다.
애초 ‘부수기로 하고’ 가져온 싸구려 앰프였다. 그때 흥분한 객석에서 4명이 무대 위로 올라오더니 ‘부수기로 하지 않은’ 악기까지
부수기 시작했다. 이것이 유명한 ‘크라잉넛의 무대난입 사건’이다.
이 사건 3개월 후, 그 4명은 드럭 오디션을 통과하고 ‘크라잉넛’이란 이름을 짓는다.
94년 7월 문을 연 클럽 ‘드럭’을 이야기할 때 크라잉넛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4명(현재는 5명)의 ‘울부짖는 땅콩들’은 ‘말 달리자’ ‘다 죽자’며 70년대 무덤에 들어가버린 펑크(Punk)를 끄집어냈다.
주인 이석문씨는 토목기사로 일하다가 “회사 다니기 싫어서” 드럭을 열었고, 그 자신 “대책 없이 저지른 일”이라고 했다. 처음 음악감상실로 문을 열었다가 펑크의 반항적 정서가 맘에 들어 ‘펑크 클럽’으로 성격을 바꿨다.
크라잉넛 외에도 노브레인, 레이지본, 록타이거스가 드럭에서 성장해
음반까지 낸 밴드들이다. 25평 규모 클럽에 크라잉넛 전성기엔 200명씩 꽉꽉 들어찼다. 그러나 멤버들이 군대에 가면서 공연을 못 하게 됐고, 현재 매주 토요일에만 공연(오후 6시30분~10시)이 열린다.
70~80명 가량이 온다. 평일엔 밴드들 연습실로 쓴다.
드럭은 언더 음악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96년 5월 드럭이 주최해 홍대 앞과 명동에서 열린 ‘스트리트 펑크쇼’는 언더밴드를 처음 길거리에 세워 기성문화에 충격을 준 ‘사건’으로 기록됐다. ‘모든 공연은 좌석에서 보는 것’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올 스탠딩 공연’을
처음 도입한 곳도 드럭이다.
드럭은 다음달 중순쯤 홍대앞에 ‘드럭 & 블루데블(가제)’이란 클럽을 오픈할 예정이다. 주인 이씨는 “아마추어 밴드들이 서는 드럭은
그대로 유지하고 새 클럽에서는 유명 밴드나 가수를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