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 접두사의 세계
수학과 문화 연구소 김정하
컴퓨터가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단위의 접두사를 접할 기회가 많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영화관인 메가 박스, 새로운 빌딩인 메가 플러스 등 메가라는 접두사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메가란 106을 의미한다. 3.5MB의 디스크를 사용하던 시대에서부터 우리는 메가라는 단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실감하지 못하지만 왠지 아주 크다는 이미지와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메가라는 단위를 넘어서서 109인 기가의 단위가 많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지금부터 무엇인가 사업구상을 한다면 기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으로 보일런지도 모르겠다.
요즘 젊은 사람이라면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USB를 구입할 때는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바로 메모리 용량이다. 그래야 얼마나 많은 데이터나 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256MB(메가바이트) 512MB이더니, 요즘은 이런 이름은 들어보기가 힘들고 2GB(기가바이트), 4GB 등의 GB라는 단위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히타치라는 기업은 CES2007을 통해 단일 하드디스크로는 최고 용량인 1TB(테라바이트)를 저장할 수 있는 ‘데스크스타 7K 1000’을 발표하며 1TB 시장점령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그동안 용량 경쟁에 대해 관망자세를 취해왔던 삼성전자도 334GB 플래터 3장을 사용한 1TB 하드디스크인 ‘스핀포인트 F1’을 선보이면서 1TB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우리 일반인에게는 너무나 낯선 TB라는 단위가 떠오르고 있다. ‘테라’라는 단위는 1012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테라바이트의 용량은 어느 정도일까? 1TB=1GB의 약 1,000배 용량이다. 음악, 영화 파일로 환산하면 MP3 음악파일 25만 개, 표준화질(SD)급 영화 500편, 고화질(HD)급 영화 125편에 해당된다고 한다. 실로 놀라운 용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컴퓨터 업계에서 아주 잘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 社의 이름은 위에서 열거한 것과는 반대로 작은 단위를 사용한 경우라 할 수 있다. 1956년 IBM이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할 만큼 거대한 설치공간이 필요했지만 용량은 5MB에 불과했다고 한다.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로는 0.01의 크기를 나타내는 센티, 0.001을 나타내는 밀리 정도에만 익숙하던 일반인에게 10-6을 나타내는 마이크로라는 단위를 사용한 것은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컴퓨터가 점점 작아질 것이며 그 기능은 확장될 것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반도체에 대한 것을 살펴보다 보면, ‘나노(Nano)’라는 단위가 등장한다. 2012년이면 반도체 전자회로의 두께가 35nm(나노미터)가 된다고 하는데, 1나노미터는 1미터의 10억분의1이다. 이것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 상상할 수가 없다.
일본의 가나자와라는 곳은 금박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여기서는 10엔 짜리 동전(우리나라의 예전 십원 짜리 동전과 크기가 비슷하다) 크기의 금으로 다다미 1장(지역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180cmX90cm) 크기로 고르게 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펴게 되었을 때 금박의 두께는 1만분의1 정도로 얇은 게 1나노미터이니 가히 그 두께를 상상하는 것이 쉽지가 않을 것이다.
나노를 다시 나노로 나눈 것, 이것을 아토(Atto)라고 하는데 아토는 100경분의1이 된다. 우리나라 남창희 교수가 200아토 초 간격으로 빛을 발사하는데 성공했다니 그 정교함과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기술력의 대단함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대할 수 있는 양의 개념을 나타내는 단위를 예로 하여 살펴보자. ‘dL(데시리터)’라는 단위는 요리책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데시’는 0.1을 의미하는 접두사이다. ‘mL(밀리리터)’는 자주 마시는 음료수나 우유 팩에 250mL, 500mL로 표기되어 있다.
여기에 쓰인 ‘밀리’는 0.001=10-3을 의미하는 접두사이다. 그렇다면 데시와 밀리의 사이에 있는 0.01=10-2을 의미하는 ‘센티’를 나타내는 접두사는 어디에 사용되고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길이를 나타낼 때에는 센티미터(cm)를 사용하는 것이 확실한 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양을 나타낼 때 종종 사용된다고 한다. 양주병에서 확인해보면 ‘75cL=750mL’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일상에서 사용되는 단위를 단순히 암기하기보다는 그 단위 접두사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면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접두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