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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순네식당’
밴댕이찌개로 한가락 하는 집
덕산관광타운 스파캐슬에서 잠을 잔 날 아침, ‘고산자의 후예들’ 이재곤 대표와
우리 일행은 밴댕이찌개로 한가락 한다는 ‘또순네식당(041-337-4314)’을 찾아갔다.
식당 출입문에 ‘밀어유’라는 지시어가 적혀 있다.
밀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더니 이번에는 벽면에 적힌 ‘저기유, 진짜 금연이유’라는 호소문이 눈에 들어온다.
일행은 식탁에 앉으면서 한바탕 즐겁게 웃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겠다. 벽에 걸린 차림표를 보니 ‘밴댕이’ ‘갱개미’ ‘쭈꾸미’가 등장한다.
쭈꾸미도 알겠고 밴댕이도 알 것 같은데, 갱개미는 또 무엇이유?
밴댕이는 서해에서 많이 잡히는 우리나라 고유 어종으로 추정되는 바다 물고기다.
5월 초에서 6월 초 사이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잡힌다는데 맛 또한 이때가 가장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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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개미는 웬만한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데 연골어류 홍어목 가오리과에 속하는 어종이다.
흔히 알려져 있는 연잎을 닮은 하어(荷魚), 홍어가오리를 갱개미라고 한다는 것이다.
대표음식인 밴댕이찌개를 주문했다.
또순네식당에 ‘밥도둑이 있다’는 소문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금방 알게 되었다.
찌개도 찌개지만 이 집에서 담갔다는 게장맛이 입맛을 극대화해주었다.
‘끝내준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가 보다.
밴댕이찌개 5,000원. 갱개미무침, 쭈꾸미볶음 각 2만~2만5,000원.
식사를 끝내고 식당을 나서는데 출입문에 또 ‘유’자로 끝나는 지시문이 눈에 들어왔다.
‘땡겨유!’. 유쾌한 아침 한 끼였다.
‘양지한우숯불구이’
한우암소고기 천국 광시한우마을
3,790명이 살고 있는 면소재지 시골 마을에 식당을 겸한 정육점 24곳이 밀집돼 영업을 하고 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사실이다. 예산군 광시면 광시리와 하장대리 619번 지방도,
길 양편에는 한우 중에서도 암소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
현지 인구수가 말해 주듯 현지인들을 위한 영업장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외지, 특히 서울과 수도권으로 고기를 납품하고 외지 사람이 찾아와서 고기를 먹고, 사 가져 간다.
심지어 서울의 어느 관광회사는 이곳에 와서 식도락을 즐길 수 있는
‘식도락투어’ 관광상품까지 만들어 손님들을 모시고 있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우리나라 축산업 진흥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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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저수지 상류인 이곳은 풍수지리상으로는 용의 꼬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현지 사람들은 그런 연유로 이 지역이 정육점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5년 전 10여 곳의 정육점이 한곳에서 영업을 시작하면서 한우마을이 조성되었고,
마을의 규모가 커지고 전국적으로 크게 알려지자 지금은 공동마케팅과
제반 육성기술을 발전시켜야겠다는 업주들의 자정작용에 의해 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예산을 위시로 홍성 등 인근 청정지역의 자연 속에서
친환경 사료로 키운 한우를 도축해 판매하는 이곳의 고기는 선홍색으로 밝고 윤기가 난다.
연노랑색의 지방이 실처럼 골고루 퍼져 있는 고기맛이야 그 동안 고객들의 입소문으로 확실하게 증명이 된 상태다.
현지 축산업자이자 광시한우영농조합법인 유우식(兪宇植·47) 대표도 정육점과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광시농협 맞은편에 있는 양지한우타운(041-333-6040)에서는 매일 싱싱한 고기를 반입하는데
그 고기에는 반드시 축산물등급판정사 대전충남지역본부에서 발행하는 축산물(소) 등급확인서가 첨부된다고 한다.
이 등급확인서에는 소의 품종과 성별, 중량, 육질, 육량을 밝혀 놓았는데
유우식 대표는 언제나 최상등급 고기만 받는다는 긍지가 대단했다.
전국 각지로 보내는 택배로 늘 분주하다고 한다.
농협 바로 뒤쪽에서는 직영식당 ‘양지한우숯불구이(041-333-1202)’도 운영하고 있다.
꽃등심(200g), 육회 각 3만 원. 특수모듬(200g), 특사시미 각 2만5,000원. 생삼겹살, 불고기정식 1만 원.
소머리국밥, 냉면 각 5,000원. 소면 3,000원.
예산버스투어
공짜지만 알찬 당일 여행
토요일 아침 8시10분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장항선 열차를 탄다.
충남 예산땅으로 가기 위해서다.
열차는 수원~평택~천안을 경유, 9시55분에 예산역에 닿는다.
창 밖은 신록. 나그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1시간45분간의 승차시간이 너무 짧은 탓이었을까.
예산역에서 내리는 승객들 모두의 표정이 화사하다.
새로 잘 지은 예산 역사(驛舍)를 빠져 나오면 예산군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예산군 버스 투어’ 길에 오를 수가 있다.
예산의 문화와 역사, 관광명소를 한눈에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는 테마형 무료관광상품이다.
버스에는 관광도우미가 탑승, 안내를 하고 관광홍보물과 관광기념품까지 나눠준다.
탐방하는 곳에서는 관광문화해설사의 수준 높은 해설을 듣고 안내를 받는다.
추사 고택 첫 번째 탐방코스는 ‘추사고택’이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년) 선생은 조선조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이자
서예가로 독창적인 서법 추사체(秋史體)를 이룩했다.
고증학자(考證學者)이기도 한 추사 선생은 북한산의 신라 진흥왕 순수비(巡狩碑)를 발견,
고증하는 등 고증학적으로도 크게 공헌했다.
80.5평 크기의 추사 고택은 안채, 사랑채, 문간채, 사당채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채 댓돌 앞에는 ‘석년(石年)’이라 각자된 작은 석주가 있다.
이 석주는 그림자를 보고 시간을 알게 되는 해시계로 선생께서 직접 제작한 것이다.
고택에서 멀지 않는 곳에서는 희귀한 백송(白松)도 볼 수 있다.
이 나무는 추사 선생의 부친(김노경)께서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오면서
붓대 속에 씨를 넣어 가지고 와 고조부 묘소 앞에 심어 키운 것이다.
예당저수지 예산 투어 탑승객들을 태운 버스는 예당저수지로 이동한다.
예당저수지는 1962년에 만들어진 1,088ha(330만 평)로, 여의도 넓이의 3배가 넘는 우리나라 굴지의 저수지다.
한 폭의 거대한 수묵화를 펼쳐 놓은 듯 시원한 물과 산과 하늘의 광활한 여백의 아름다움,
사시사철 변화하는 호수 주변의 꽃과 나무와 물안개가 피워내는
생동감 넘치는 자연경관이 예산을 대표할 만한 경관이다.
예당저수지는 밀도 높은 담수어 서식지로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국내 제일의 낚시터로도 손꼽힌다.
호숫가, 대흥면에는 대흥동헌과 의좋은 형제공원이 있다.
형은 아우의 볏단에, 아우는 형의 볏단에 벼를 나르다 서로 만났다는
의좋은 이성만·이순 형제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형제공원에는 의좋은 형제상이 서 있다.
대흥동헌과 형제공원을 자락에 두고 있는 봉수산 꼭대기에는 백제 부흥군의 거점이었던 임존성이 남아 있다.
봉수산 속 봉수산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예당저수지의 새벽 물안개 속에
파묻혀 보는 것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되겠다.
수덕사 예산 하면 떠오르는 또 한 곳.‘수덕사’를 빠뜨릴 수 없겠다.
수덕사는 호서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덕숭산의 아름다운 경관 속에 자리한 우리나라 선종의 유서 깊은 도장이다.
국보 제49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 수덕사 대웅전은
건축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고려시대 목조건축물로 조형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윤봉길 의사 사적지 예산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윤봉길 의사 사적지다.
1908년(순종 융희 2년) 6월 21일에 태어난 윤봉길 의사는 19세 때인 1926년 향리에서
야학회를 창설해 문맹퇴치에 매진했고, 1927년에는 농민독본을 집필하고 독서회를 조직했다.
1930년 3월 6일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이란 비장한 유서를 남기고 망명길에 올랐다.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홍구공원에서 일본 천황의 생일인 천장절 상해사변 전승축하식장을
폭파하는 거사 후 1932년 12월 29일 젊디젊은 25세를 일기로 순국했다.
매헌 윤봉길 의사가 태어나고 자란, 애국 충혼이 서린 충절의 고장 예산군 덕산면 사랑리에는
의사의 애국 충정을 기리기 위한 사당 충의사가 세워졌다(사적 제227호).
충의사 한편에는 역사의 산 교육장 윤봉길 의사 기념관도 있다.
예산 투어를 매듭 짓는 길.
윤봉길 의사의 영정 앞에 서서 경건한 마음으로 향을 피우고 추모의 마음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었다.
최승우 장군 예산군청 뒤쪽 금오산 자락에는 ‘베트남참전기념탑’이 서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기념물이다.
이 기념탑에서 우리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한 단면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맹호, 백마, 십자성, 비둘기, 청룡, 백구 등은 월남전에 참전했던 부대들의 이름이다.
기념탑 건립 취지문에서는 ‘대의를 위한 국가의 부름에 이역만리 타국땅에서 피끓는 젊음을 바친
예산지역 베트남(월남) 참전, 유공전우들의 거룩한 충정과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이 기념탑을 건립한다고 밝혀 놓았다.
이 기념탑의 건립추진위원회 고문으로 등재되어 있는 육군소장 최승우 장군은 지금 예산군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테네시주의 낙스빌시(시장 빅터 애시)는
1999년 7월 10일, ‘최승우 장군의 날’을 선포하고 해마다 최 장군을 초청한다.
그 후 테네시주와 텍사스주의 다른 3개 시 클락스빌시, 탬플시, 킬린시에서도 ‘최승우 장군의 날’을 선포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시 대한민국의 자유수호를 위해 미국의 젊은이들 5만 명이 산화하고 11만 명이 부상 당했다.
그리고 지금 미국 각지에는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미국의 노병들이 생존해 있다.
이들에 대한 보은의 마음으로 최 장군(군수)은 지난 2000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미국 각 도시에서
정성어린 보은 행사를 거행했는데 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보답이 ‘최승우 장군의 날 선포’라고 한다.
취재길 참으로 자랑스러운 장군을 예산군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