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저희는 지난 4월부터 용담정 아래 300평 땅을 일구고 있습니다. 남사리 텃밭책놀이터가 접근성이 떨어져서 대안으로 용담정 아래에 텃밭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게다가 1월달에 잔물결카페가 문을 닫으면서 엄마들의 공부 공간도 여의치 않게 되자 대안적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습니다. 잔물결카페가 문을 닫는 과정에서 적쟎은 상실감을 느낀 것도 큰 이유입니다. 우리는 이 참에 차라리 하방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아는 지인이 300평 땅을 얼마든지 활용해도 좋다는 기별을 보내왔습니다.
하늘은 우리에게 삶의 근본부터 다시 다지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잔물결 엄마들은 작년에 커피를 내리던 손에 호미를 들었습니다. 바리스타에서 농부로 전향한 것입니다. 오히려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몸은 힘들지만 땅과 함께 하는 마음은 웬지 알 수 없는 기쁨과 충일감이 있습니다. 특히 땅거미가 내려앉은 저녁의 들녘은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간혹 두루미가 밭 위를 선회하고, 구름에 살짝 가린 달빛이 은은히 세상을 비추고, 어디선가 풀향기가 지친 몸을 상쾌하게 합니다.
처음엔 농막이나 하나 갖다두고 텃밭을 조금만 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모든 농사는 자연농으로 하겠다는 것은 철칙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지금은 퍼머컬쳐(permaculture, 영속농업) 개념에다가 텃밭정원을 결합해서 아이들이 언제든지 와서 즐길 수 있는 숲밭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름 하여 "잔물결 그라운드"라고 합니다. 그리고 처음에 생각했던 콘테이너 농막보다는 데크를 중심으로 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려고 합니다. 이제 겨우 시작이라 아직 땅이 헐벗은 몸을 다 가리지 못하고 있지만 몇년 지나면 꽤 그럴듯한 숲밭 정원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할지는 이 공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우선은 엄마들의 공부공간이면서 아지터이고 아이들이 땅에서 마음껏 구르고 뛰놀 수 있는 말 그대로 그라운드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구름달 회원님들도 하루밤 묵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지않을까 합니다.
이 공간이 앞으로 어떤 배움터가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공간을 통해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모이고 삶의 기술과 지혜를 배우는 참된 배움터가 되리라는 예감이 듭니다. 작년 잔물결카페에 이어 우리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진화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