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춘천에는 이상원 미술관이 있다
심 영 희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에 가면 이상원 미술관이 있다. 미술관개관 소식을
접하고도 갈 기회가 없었는데 올해는 정유년 닭의 해인데 닭 그림전은 꼭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상원 미술관을 찾았다. 지암리 골짜기에 자리잡은 미술관은 꽤 웅장하고 주변의 규모도 컸다.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장권을 사가지고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카트가 우리들을 태우고 미술관으로 올라간다. 기분이 남다르다. 골프를 쳐본 적이 없으니 카트 역시 처음 타보는
것이다.
4층으로 되어있는 미술관은 이층에서 4층까지 닭 그림으로 전시되어 있어
그야말로 닭 천지다. 각가지 표정과 몸짓으로 그려진 닭을 보며 인간에게 밝은 눈과 섬세한 손을 갖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눈으로 관찰하고 머리로 생각하고 손으로 표현한 수십 마리의
닭들은 생명이 있는 듯 내게 다가온다.
춘천사람이고 화가로 성공하여 고향 춘천에 와서 미술관을 개관했다는 것은 춘천사람들이 환영할 일이다. 게다가 안중근 의사의 영정을 제작하여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소장되어 있다니 더욱 찬사를 보낸다.
미술관을 늦게 찾았지만 올해 상반기에 벌써 세 번을 다녀왔다. 가족들하고도
가고 친구하고도 다녀왔다. 가족들과 갔을 때에는 아이들이 양식을 좋아하기에 매표소 위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손자손녀들이 정말 좋아했다. 또 레스토랑 창 너머로 내다보는 미술관 건물은 더욱 멋있어
보인다. 긴 골짜기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위대한 정신과 기술덕분이다.
아들딸에게는 그림을 그려보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기도 했다. 아들보다
딸아이는 그림실력이 좋다. 여고시절 미술학원을 다니기도 했고 길지는 않지만 미술학원에서 강사를 해본
경력도 있어 시작만 하면 큰 발전이 있을 텐데 아직은 자기 직업에 더 충실하고 싶다는 결정이다.
두 번째로 미술관을 찾았을 때는 인물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림을 감상하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탄광촌 광부들의 표정은 힘겨웠던 그들의 일상이 그대로 그림에 녹아있어 관람객의 눈시울을
붉게 하리라. 천차만별의 직업 중에 광부의 삶을 택해야 했던 그들의 삶은 늘 생사의 갈림길을 놓고 하루하루
살아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수시로 일어나는 갱도의 붕괴사고는 그들의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을 고하게 하는 눈물의 현장이다. 어촌의 어부들도 삶이 고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들이 있어
우리들은 지난날 연탄불로 추운 겨울을 이겨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힘을 얻어 지금까지 살아왔다.
지암리 골짜기를 잘 이용해 춘천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해 또 한가지의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미술관 자주는 아니더라도
새 그림이 전시될 때마다 찾아갈 계획이다. 매표소와 미술관 사이에는 몇 개의 공예방도 저마다의 재능을
자랑하며 관객을 부르고 있고 분수대에서 내뿜는 물도 아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웃하고 있는 집다리골 휴양림과 함께 춘천 지암리의 명소가 된 ‘이상원
미술관’ 이상원 화백의 다채로운 이력만큼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무엇인가 열심히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미술관, 마치 동화 속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이상원 화백의 숲속 미술관이 정말 숲속의 왕자처럼 번창하기를 기원하며 나
또한 가끔씩 찾아가서 맑은 공기와 아름답고 멋진 그림을 가슴에 가득 담고 돌아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