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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3, 4월 두 달 잘 보냈는지요? 선생 노릇을 스무 해 넘게 하고 있지만 늘 새 학교, 새 학년은 낯설어요. 3월, 4월을 돌아보면 화나거나 속상한 것보다는 웃을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지만, 웃을 일보다 화나거나 속상했던 일이 더 오래 남는 게 선생인 것 같기도 해요. 5월은 찔레꽃이 하얗게, 장미꽃이 붉게 피겠지요. 우리 아이들은 땀 흘리며 뛰어놀겠지요. 5월은 어린이들이 행복한 한 달이었으면 해요. 물론 선생님께서도!
1. 공부 모임 안내
2. 토론 수업: 논제분석 -> 토론(3학년)
3. 토론 문화: 학생 자치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4. 학급살이: 학부모에게 드린 아침 생각
5. 토론 배움터: 후기) 이야기가 있는 양평 나들이
공부 모임 (문의: 이영근, 010-5508-9323, 모임 소개)
서울모임: 달마다 2, 4주(화) / 인디스쿨
군포모임: 달마다 1, 3주(화) / 둔대초
고양모임: 달마다 2, 4주(목) / 상탄초
청주모임: 달마다 2주(목) / 그리다(분평)
충주모임: 달마다 2주(금) / 남성초
세종모임: 달마다 3주(목) / 온빛초
구미모임: 달마다 2, 4주(화) / 상모초
전남 고흥
대구, 여주, 제주모임: 준비 중
+ 2019년 여름연수회 8월 16일~17일(1박 2일), 청양 군포청소년수련원
+ 2020년 겨울연수회 1월 17일~18일(1박 2일), 평택 무봉산청소년수련원
토론 수업: 논제분석하고 짝 토론하기
지난 시간에 짝 토론을 했다. 그냥 논제(친구는 많을수록 좋다)만 정하고 짝과 아무 생각이든 좋으니 이야기 나누도록 했다. 학생들은 짝을 세 번 바꿔가며 토론했다. 무엇을 말해야할지 몰라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계속 이어 갔다. 하면 할수록 조금씩 토론 형식에라도 익숙해간다. 마치고는 재미있다고 또 하자는 학생도 있었다.
조금 더 토론에서 주고받는 말이 깊었으면 한다. 논제분석을 한다. 큰 종이를 두 장 칠판에 붙이고 논제를 썼다.
[개념 정의]
"자, 친구는 어떤 사람이죠?"
- 친한 사람이다.
- 식구는 아니다.
- 같이 노는 사람이다.
- 다퉈도 다시 만나는 사람이다.
- 같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 넘어지면 일어켜주는 사람이다.
- 같은 나이다. 우리 반이다.(이건 이렇게 하기로 약속했다.)
"많아야, 많을수록은 얼만큰 인가요?"
- 두 명 이상으로 약속했다.
[예상할 수 있는 찬성과 반대의 근거]
"많으면 뭐가 좋을까요?"(찬성)
- 놀 사람이 많다.
- 내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다.
- 같이 협동할 수 있다.
- 여러 사람이 하는 놀이를 할 수 있다.
- 친구와 헤어져도 만날 친구가 있다.
"많으면 안 좋거나, 한 명이라도 좋은 건 뭘까요?"(반대)
- 더 깊이 사귈 수 있다.
- 많으면 무엇을 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
- 다툼이 적다.
- 많으면 정신이 없다.
- 비밀을 지켜주니 마음을 더 열 수 있다.
"여러분은 이것 중에서 어떤 게 마음에 드나요?"
"자, 그럼 이걸 참고하면서 토론할게요."
짝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 문화: 학생자치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오늘 학생자치 담당교사 연수를 갔다. 연수에서 오늘 오신 분들에게 학생자치 업무가 처음인지, 해왔는지 묻는다. 나는 지난 학교(일반학교)에서 5년, 지금 학교(혁신학교)에서 학생자치를 업무로 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선생님들이 처음 맡았다고 한다. 왜 그럴까? 곰곰히 따져보며 이것이 잘못된 정책 방향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연수에서 무엇이 잘못인지 갖게 된 생각 들이다.
첫째, 학생자치가 너무 복잡하다.
학생자치 길라잡이를 펴 본다. 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토론회, 학급회의, 학생자치회 행사 따위로 안내했다. 하나 같이 학생자치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다. 그런데 그 하나하나가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이 업무를 처음 맡는 선생님이 길라잡이를 보면 도움보다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말도 어렵고, 그 단계는 너무 많고 복잡하다. 사실 이것보다 더 큰 부담감은 이걸 다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위와 소개한 것에 예산, 각종 위원회 참가, 교육과정 편성 따위까지 있다. ‘해야 한다.’, ‘반드시’가 주는 부담감이다. 길라잡이는 작고 간단하면 된다. ‘이거 하면 좋아요.’ 하며 권장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선생님들이 상상하며 조금씩 해 갈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학생자치가 민주시민교육인데, 업무는 민주적이지 않다.
학생자치는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맞는 방향이고 가야 할 길이다. 그러기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학생들이 선거를 주관하며, 학생들이 예산 계획을 세우게 한다. 그럼에도 학생자치 관련해 교사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있었는데 내가 못 느꼈을 수도 있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 ‘여기에는 학생을 참여시켜야 한다.’, ‘돈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전달(지시)만 있지, ‘마음껏 해 보세요.’ 하는 말은 없다. 6년 전 처음 학생자치를 맡았을 때보다 지금이 더 강제가 많다. 몇몇 곳의 성공과 몇몇 사람의 경험을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이 해야 한다고 한다.
셋째, 기다림이 없다.
학생자치가 이렇게 해라,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학생자치 담당교사와 학생들이 ‘으쌰’ 해서 조금씩 만들어 가야 한다. 처음에는 선생님도 학생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니 아주 작고 소박하게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도교육청 학생자치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하라고 한다. 그러니 오늘 온 학생자치 담당교사에 처음인 분이 많다. 다음 해에 학생자치를 맡으려 하지 않는다. 나는 군포양정초에서 4년 학생자치를 기록하며 <초등자치> 책을 엮었다. 그런데 그걸 한 해 만에 다 해라, 하면 나도 할 수 없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행사 하나, 전교회의 한 번 하며 시작하는 거다. 보리를 빨리 키우려 힘으로 뽑으면 죽고 만다. 더디더라도 제 힘껏 천천히 설 수 있게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기다림이 없다.
우리 학교(둔대초)는 금요일에 학생자치회에서 보물찾기를 한다. 어제 행사추진위원회 학생들이 모여서 행사 안내장을 만들었다. 그 힘은 담당교사인 내가 준 힘이 아니다. 작년까지 몇 해 동안 학생자치 담당교사를 계속 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학생자치 문화로 뿌리내린 힘이다. 내가 마음껏 할 수 없다. 나는 그냥 지켜보며, 이제껏 해오던 대로 마음껏 해 보라고 한다. 그 위에 조금 더 새로운 상상력을 보태면 된다. 3년, 5년, 이렇듯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학생자치는 문화가 될 시간이 없다. 복잡하고 너무 많은 것을 그대로 하라는 부담에 담당교사는 계속 바뀌고(이러면 담당교사를 몇 년 이어서 하라, 하고 지시가 내려올 수도 있겠다) 있다. 왜 이럴까? 여러 생각이 들지만 그 생각은 여기에는 쓰지 않고 따로 써 둔다.
+ 이 글은 학생자치 업무 담당자 연수회를 마치며 든 생각이다. 이 생각을 연수 마치며 말했는데, 머릿속으로 준비한 말이라 덜 정리되어 나왔다. 그 생각을 조금 더 다듬었다. 연수에 강의로 온 강사에 대한 평가나 비판이 절대 아니다. 우리 도교육청 학생자치 업무에 대한 비판이고 평가이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학교 운동장이 차분합니다. 새 소리가 물기 많은 공기를 타고 퍼집니다. 물소리가 작게 들리는 옆으로 나뭇잎이 물방울을 품었다가 떨어뜨립니다.
토론 배움터 소식: 이야기가 있는 양평 나들이
작년 가을, ‘자작나무’ 초대로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 초등음악수업연구회가 <이야기가 있는 양양 나들이>에 여러 사람이 모였다. 시, 글쓰기, 토론, 노래가 함께 하는 자리였다.
“또 하자.”
이번에는 토론과 글쓰기회에서 준비했다. 곽노근, 한재경, 주한경 선생님이 날짜, 일정, 안내 종이, 모음, 준비물 사는 몫까지 다 맡았다. 학기 초 학급살이도 바빴을 텐데 하나하나 꼼꼼하게 잘 챙겨 고마운 마음이 크다.
양양에서의 따뜻함과 깊은 이야기를 양평에서 시작한다. 산이 두른 곳은 자그마한 내가 하얗고 연분홍 꽃들 사이로 졸졸 흐른다. 물 따라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가 흐른다. 노래가 흐른다. 술잔 따라 삶이 흐른다.
오후 3시에 자작나무 박성진 선생님 이야기다. 아쉽다. 봄나들이 길이라 차들이 길을 가득 매웠다. 1시 30분 도착한다는 길 알리미 말이 3시간이나 더 늦다. 서른 날을 ‘오늘 발표 뭐 하지?’ 하며 준비했다는 성진이(나는 이렇게 부른다. 성진이는 날 히야, 라 한다.)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칠 무렵 성진이가 해 준 말은 오래 남는다.
“시를 만나기 전 그 사람과 시를 만난 뒤 그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
마음이 따뜻하고 큰 울림을 준 이야기에 이어, 내가 말할 차례다. 사실 이렇게 좋은 자리, 이렇게 좋은 사람들 앞에서 토론이니 글쓰기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삶을 나누고 싶었다. 어쩔까 하다가, 오는 분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만나기 전에 물어주셨고, 그 대답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만나서 말했다.
1. 첫사랑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가 내 이야기다.
2. 교사가 안 되었다면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꿈이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꿈을 묻는 건 가끔 폭력이라는 생각도 한다. 지금에 충실하는 게 늘 마음에 있다.
3. 내가 가장 이뻐 보일 때
그런 적 없다. 다만 수민이는 나를 이쁘다고 한다.
4. 1년을 쉬게 된다면 하고 싶은 것
2011년 희문이와 한 달 여행한 곳을 그대로 정순 샘과 한 달 여행 여행과 수민이와 한 달 여행을 하고 싶다.
5. 나의 버킷리스트 10가지
이런 걸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세 가지는 있다. 정순 샘과 여행, 메시 축구 직관, 어머니와 장인-장모님이 모두 함께 울릉도(우리 신혼여행지)를 가고 싶다.
6. 다시 스무 살의 나로 돌아간다면
대학 1학년에 만나 4년을 함께 했던 상길이와 그때처럼 다시 놀며 보고 싶다.
7. 내가 꿈꾸는 학교
관리자 없다면 어떨까 생각한다. 선생을 마치고 정순 샘과 학년 구분 없이 한 반만 있는 교실을 하나 해도 좋겠다.
8. 교사로서 가장 쪽팔렸던 순간
1학년을 할 때 부모님 앞에서 아이를 혼냈던 일, 헤어지는 2월에 잘 지낸 제자에게 화를 내 관계가 끊어진 일이다.
9. 교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
선생으로 살수록 더 행복하다.
10. 좋아하는 노래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많이 부른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좋아해 자주 부른다. 대학 친구가 좋아하던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 노래를 자주 부른다. 큰누나가 생각나는 <앉은뱅이꽃>도 부른다.
11. 힘
다른 사람이 체력이 좋다는데 그럴 수 있다. 축구를 많이 하니. 다른 하나는 내 모자람이다. 선생 준비가 없었기에 초등참사랑을 열심히 했다. 아이들 말과 글이 안 남으니 날마다 아이들 말과 글을 다 쓰려 한다. 욕심도 한 몫 한다. 뭔가를 더 잘하고픈 욕심이 있다.
*마치니 발가벗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눈물로 힘들었던 어린 영근이를 위로해주셨다. 서툴지만 나름 애써 걸어온 이야기에는 고개 끄덕이며 마음을 주셨다. 그래서 내 마음이 많이 따뜻했다. 내 모습을 다 말한 게 부끄럽지는 않았다.
방으로 자리를 옮겨 한승모 선생님이 아카펠라를 한다. 모두와 함께 노래를 맞춘다. 승모는 어디든, 누구든 모두를 하나로 모으는 탁월함이 있다. 나와 토론 선생 몇은 밖에서 고기를 굽고 먹을 찬을 만든다고 바빴다. 목살 10킬로, 막창 4킬로를 미리 초벌한다. 아카펠라를 마칠 때 숯불에서 구워서 나눈다. 다 먹었다.
생일 축하를 보냈다. 주한경 선생님과 김영록 선생님이 같은 날 생일이다. 함께 노래하며 축하했다. 생일 축하로 뒤풀이는 후끈 달아올랐다. 나는 뒤풀이 담당이기도 했다. 노래를 많이 불렀다. 여러 선생님들 노래와 함께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 이주영 선생님께서도 노래해주셨다. <산중호걸>과 <퐁당퐁당>으로 율동 곁들인 선생님 율동은 귀엽고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감동이다. 어디서든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멋짐에 푹 빠졌다. 변채우 선생님의 개인 연극, 별의 별의 아카펠라로 축하 뒤풀이를 마쳤다. 초대 받은 자작나무 탁동철, 박성진 선생님 두 분이 노래로 대답한다. 황시백 선생님을 주제로 세 곡 불러주셨다.
뒤풀이는 12시를 넘긴다. 도란도란 이야기는 깊어간다. 2시를 지난다. 노래는 흥에 겨워 계속 잇는다. 4시를 보냈다. 꾸벅꾸벅 졸다가도 이야기 듣고 말한다. 나는 5시가 조금 남겨두고 누웠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공기가 참 맑다. 모두가 조금씩 움직이며 준비한다. 남은 먹을거리를 먼저 가는 차에 싣는다. 남은 사람들이 나눠서 먹으며 이야기를 조금 더 한다. 노래도 잇는다.
남은 사람들이 이선구 선생님이 있는 서종초등학교에 갔다. 강이 창 너머로 보인다. 창에 앉아서 잠시 생각을 잊고 강물을 봤다. 우리 학교는 뒤가 산이다. 산이든 강이든 이렇게 자연을 가까이 두고 있다면, 자연을 더 많이 만나야 한다. 이선구 선생님 교실에 갔다. 선구 샘 말을 듣는다. 작년 한 해 6학년 아이들, 양평 글쓰기 선생님들과 문집 만든 이야기를 들었다. 갈래(글, 시, 이야기)로 나눠 묶은 문집에 일곱 권이다. 문집은 ‘애씀’과 ‘보람’이다. 일곱 권을 갈래로 나눠(그렇게 여러 빛깔로 삶을 꾸린 셈이다) 묶은 애씀과 삶을 올곧이 담아낸 보람이 가득했을 것 같다. 교실을 나와 강을 따라서 잠시 걸었다. 나는 정순 샘과 잠시 앉아서 쉬었다. 둘은 우리 학교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학교를 보며 우리 학교를 본다.
헤어지는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마음은 행복이 가득이다.
애쓴 분들에게 밥이라도 드린다.
가을에 춘천에서 만나기로 했다.
돌아보면 이제껏 만남으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