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충청북도장애인종합복지관보에 게재한 칼럼을 공유합니다.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발달단계에 따른 부모역할
사람의 생애주기 이론은 저마다 다르지만 장애인의 심리 적응과 생애주기적 관점의 이해가 필요한 이유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생애주기별 발달단계에 따라 다양한 발달과업을 제시하고 촉진해야 하는 부모 역할의 중요성 때문이다.
장애인의 생애주기별 특성과 발달과업을 대개 영유아기, 학령기, 성년기, 중년기, 노년기로 나눈다. 각 생애주기별 욕구와 특성을 파악하고 적절한 발달과업을 안내하는 과정은 발달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께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혹은 자녀의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특별한 상황을 맞이하게도 되지만 온 몸으로 생활하는 자녀의 생활세계를 이해하는 작업은 부모님의 사후에 자녀의 생애를 위해 준비되어야 할 복지제도와 같은 사회적 안정망의 정비뿐 아니라, 자녀 자신이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부여하는 든든한 기초 작업이 될 수 있다.
최근 장애의 진단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에 중재하는 시기도 빨라졌다. 장애영유아를 위한 조기중재의 효과는 이미 선진국에서 입증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장애영아(0-2세)의 무상교육과 장애유아(3-5세)의 의무교육을 법률로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받을 수 있는 자녀의 교육과 복지 혜택을 모르거나, 정보의 부족으로 교육과 복지 중 편중된 혜택만을 받기도 한다. 각 시도교육청 단위의 지역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장애영유아만이 아니라 장애위험이 있는 영유아까지도 장애 유무를 진단하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고, 장애영아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보육기관을 통하여 장애영아의 보육을 제공받을 수 있다.
장애유아의 경우는 일반교육과 다르게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므로 장애유아가 어떤 교육환경에 입학하였든지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가 법률로 명시되어 있다. 늘 그러하듯 현장의 변화를 견인하기 위해 먼저 제정된 법률에 의해 국공립유치원의 의무교육과 국공립어린이집 및 민간어린이집의 보육 혜택은 가능하나 사립유치원에서의 의무교육은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것은 부모의 자녀교육기관 선택에 관한 평등한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변화되어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 내 자녀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이고, 어떤 기관에서 교육을 받을지, 보육을 받을지에 대한 선택권이 부모들에게 있으므로 자녀 양육과 관련된 법령을 숙지하고, 관련된 제도를 알고 있는 것은 단순한 양육 정보를 넘어 부모의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또한 발달장애자녀가 어떠한 장애 특성을 갖고 있더라도 적절한 시기의 교육을 위한 의무를 다해야 하며, 기존의 장애가 완화될 수 있도록 장애를 최소화시키고 발달을 최대화시킬 수 있도록 전문가와 협력해야 한다. 독불장군은 없고, 교육이나 치료에도 왕도는 없다. 최근 세상의 의로운 결과들에 대한 평가에서 협력이 중시되고 있고, 실제 융합형 인재, 문이과 통합교육과정 운영 등에서 제기되는 문제점 역시 발달장애자녀를 키우는 데 시사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장애 선별검사를 통하여 장애영유아 또는 장애위험이 있는 영유아로 진단을 받았다면 구체적이고 다양한 진단검사들을 통해 장애의 정도를 찾아내어야 한다. 유아의 발달 정도를 측정하여 전형적 발달을 가지는 유아와 의미있는 차이가 발견되는 구체적인 어려움에 대해 중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편, 장애자녀만이 아니라 형제자매도 돌보아야 한다. 흔히 부모님들이 말씀하시는 아픈 자녀만을 위주로 맹목적으로 달리다가 어느 순간 전형적 발달을 보이는 자녀까지 아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장애 형제를 이해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부모의 사망 후 형제에게 장애자녀의 보호 문제에 대해 부담을 주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다가올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최근에 막 통과된 「발달장애인지원법」과 같이 장애인의 평생교육 및 생활비 지원과 같은 사회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령기 중에서도 특히 생애 전환기인 초등학교 입학 시기는 유아기를 벗어나 큰 사회의 울타리로 나가게 되어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시기라서 모든 1학년 초등학생의 부모들은 함께 긴장하는 시기일 뿐 아니라 발달장애학생의 장애 특성별로 예기치 않은 에피소드가 많이 발생한다. 초등학생 말기부터 중학생 시기는 사춘기의 도래로 신체의 변화와 호르몬의 변화에 의해 갑자기 공격성이 심해지거나 이전에 없던 뇌전증(간질)이 시작되기도 한다. 사적인 공간이 아닌 공적인 공간에서도 자위행동을 하거나 돌발적인 행동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지원이 필요한 행동들이 발생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문제 행동을 예방하거나 지원할 방법을 알아두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문제행동을 보일 때 그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대체할 대안행동을 개발해주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사회적 이질감으로 인한 사회⋅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성년기에는 기본적으로 취업 여부(자립작업장, 보호작업장 등) 또는 공동가정(그룹홈) 등의 거취의 문제, 나아가 결혼이라는 화두에 직면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학교에서 취업 장면으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교육, 취업기관에서 다른 취업기관으로의 전환, 취업이 어렵고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울 때 시설에 보호하는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이 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발달장애인들의 여가생활에 대한 고려이다. 매 발달 단계마다 중요한 과업이지만 특히 이 시기에는 가족 외부에서 느끼는 사회적 부담을 완화하고, 장애학생 자신의 사회적 고립만이 아니라 가족의 사회적 고립감을 완화하기 위해서 특히 여가생활에 대한 제도적 지원 정보를 파악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중년기와 노년기에는 부모님들과 함께 지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성년기부터 가능하다면 거취 문제를 미리 결정해 두는 것이 중년기와 노년기를 대비하는 데 더 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법과 제도의 울타리를 보완하고 또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에 일방적인 것은 없는 것 같다.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이 장애학생에게만 ‘어깨 넘어 교육이 가능하게 한다’는 일방적인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학생들을 통해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비장애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사회성 연습을 위한 기회의 장이 되고, 감정이입과 배려 및 조절을 배울 수 있는 공부의 장이 된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성공지능은 아이큐가 아니다. 감정이입과 이타심이 높은 아동, 그리고 자기 통제력이 높은 아동은 대인관계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대인관계 능력인 사회성은 바로 성공지능이 아니던가!
마찬가지로 발달장애학생의 부모님들의 역할도 자녀의 사회성을 높이는 교육에 대해 장기적으로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며, 해당 발달단계에 이르러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몰두하는 그림을 그리시길 바란다.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가로서 평생 최선을 다하여 도울 각오이니, 서로의 힘을 합치면 발달장애자녀를 둔 후배 부모님들과 발달장애학생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가득하다. 한국교통대학교 유아특수교육학과장 박소영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발달단계에 따른 부모역할-박소영.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