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행군은 서산 해성리마을회관에서 당진 송악읍행정복지센터까지 약 22km를 걷는 코스다.
각자의 코스로 동시에 걷는 도반은 나를 포함 3명.
두 분께서 밤 12시에 출발하신다는 말에 출발 시간을 4시로 정했다.
새벽 3시,
이제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다.
며칠 전 검색했을 때는 4시간 30분이 나왔는데 오늘 아침 네비게이션에는 4시간이 소요된다고 나온다. 오~ 시작하기도 전에 30분을 득템한 기분이다.
올해 장마는 밤과 새벽에 비가 내리는 것이 특징이라더니 정말로 그런 것 같다. 지난번 땡볕 행군의 여파가 너무 강해서인지 새벽의 이 공기가 하루 내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과 차라리 예보대로 비가 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발지인 서산 해성리마을회관에 도착한다.
오전 8시 20분,
동네 중심이 아닌 약간 외곽에 위치한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흐린 날씨와 맞물려 더 없이 한적하다. 준비를 마치고 스승님들께 수련을 고하고 행군을 시작한다.
마을회관에서 내려와 동네로 접어들며 오늘따라 왜 그렇게 논이 눈에 들어오는지 보이는 곳곳마다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는다.
4월부터 지금까지 행군을 하며 할 때마다 눈에 띄는 것은 논에 심은 모가 커가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얼마나 자랐을까 나도 모르게 궁금했는데 걷는 중 넓게 펼쳐진 논을 보며 심신이 정화된다. 오늘따라 왜 이리 논이 눈에 들어왔을까 생각하니 논에서 조화를 깨닫는다. 어느 모 하나 튀지 않고 넓은 논을 가득 채운 모는 모두 한 몸처럼 자연스럽다.
그리고 쉬면서 가까이에서 본 모의 뿌리에서 강한 힘을 느끼며 무주고혼을 제도하는 비전을 품은 나의 마음과 비교되어 참회가 올라온다.
비가 오는건가 싶을 정도의 비였지만 오늘은 비 예보가 적중했다. 감사하게도 종착지인 송악읍행정복지센터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구름 가득한 흐림의 연속이라 지난번과 달리 제정신으로 걸을 수 있었으며, 오랜만에 식당이 즐비한 길을 걸으며 ‘아~ 그 동안 나는 식당이 없어서 점심을 못 먹은 것이 아니라 식당이 있어도 안 먹는구나’ 깨달으며 그 간의 설움(?)이 해소되는 시간이었다.
화장실 이용차 들린 맥도날드에서 콜라한잔을 주문하고 준비한 구운계란을 먹으며 쉼도 행만큼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톱으로 나무를 벨 때 쉬지 않고 톱질을 하는 것 보다 톱날에 낀 톱밥을 정리하며 베는것이 더 빨리 벤다는 예전에 읽었던 글귀가 떠올라 올바른 쉼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도반인 덕인장께서 서해 기운잇기의 종점인 강화도에서 보름 전부터 내려오고 있어 오늘 이 곳 당진이 나에게는 서해의 마지막 행군이다.
예상과 달리 너무도 빨리 끝나버린 행군에 아쉬움이 크다.
몇 년이 걸릴 것이라 예상하고 야심차게 워킹화를 준비하며 행군이 끝남과 동시에 안녕을 고하려고 했는데 아직도 새것 같다.
지금까지 멋진 기운잇기 코스를 잡아주신 정진장님과 함께한 도반님들,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 했던 아이들과 운전해준 남편께 깊은 감사를 올린다.
끝으로 오늘따라 유난히 논을 보며 느꼈던 외유내강의 힘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다.
비전.참회.감사.
감사합니다...
첫댓글 당번과 기운잇기를 함께 했던 도반들께 감사를 올린다는 글귀가 오랜 여운으로 그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養.. 기르다 양육하다 성장시키다
湖.. 호수
누구하나 사고없이 무탈하게 비전행 할 수 있게 보살핌을 주심 스승님殿에 깊은 감사를 올릴 뿐입니다.
비전.참회.감사..
코스짜고 계획세우시느라 애쓰신 두분께 정말 감사드리고 수고많으셨습니다..
할수있음에 감사함을 새삼 느끼게 해준 행군이었습니다.
모두 고생많으셨고 감사합니다.
비전ㆍ참회ㆍ감사 ~♡
전 한거 없어요 정진장님이 다하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