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중간고사에서 해방됐다고 ㅎㅎㅎ 너무 좋아하네요.
며칠 전 딸이 도덕 시험을 준비하는 것을 도와주려다가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을 한 가지로 강요하는 것은 제 학창시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은 듯 해서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린이가 위험에 처하면 막으려고 하는 본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으로 ‘사람마다 이런 본성을 가지고 있는 정도가 다르다’는 틀린 답이더군요.
딸은 ‘맹자=성선설(性善說), 순자=성악설(性惡說)’도 열심히 외우고 있던데, 이 역시 답답한 노릇입니다. 얼마 전 별세한 동양철학의 대가 김충렬 교수 등 철학계에 따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맹자는 사람과 금수, 군자와 소인배의 본성은 거의 비슷하고 다른 점은 지극히 적다고 했습니다. 맹자는 그 극히 적은 부분(기희·幾希)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심(心)이며 좋은 교육을 통해 계발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순자도 사람의 본성을 비슷하게 봤지만, 사람에게서 동물적인 부분(情)을 방치하면 악하게 될 수 있다고 했을 따름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맹자=심선설, 순자=정악설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둘이 파악한 인간본성이 반대라고 외워야 하니까, 참….
소크라테스에 관한 얘기들도 일반인에게 잘못 알려진 것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소크라테스가 “네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는 말을 지어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말은 델포이의 신전에 새겨진 글귀였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신전에서 마음을 다잡고 제자나 소피스트에게 한 말이죠. 소크라테스가 악처로 유명한 아내 크산티페에게 혼나고 신전에 와서 이 말을 곱씹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크산티페에 대한 얘기들도 후대에서 생긴 것이어서 사실 여부도 논란이지요.
소크라테스는 독배(毒杯)를 마시고 숨지기 전에 “악법도 법”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이 말은 1930년대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尾高朝雄)가 실증주의법철학과 소크라테스를 연계하며 생겼습니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악법…’이 진실인양 퍼져있고, 심지어 일본인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도 이 부분이 소개 돼 있더군요.
소크라테스는 대신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네”라고 말하고 독배를 마셨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입니다. 일부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의 유언을 의학의 신이 만든 독약 덕분에 덜 고통스럽게 죽는 데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 최후의 유머라고도 풀이합니다. 마침 어제(4월27일)는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신지 2407년이 되는 날이네요.
비록 부분일지라도 원전을 읽고 토론하는 대신, 이유도 모른 채 암기사항을 외워야 하는 것은 공부의 본질을 벗어난 것일 겁니다. 엉터리가 진실을 몰아내는 억지교육으로는 창의력, 문제해결능력이 살아날 리가 없지요.
맹자에는 조장(助長)이란 말이 나오는데, 한 농부가 볏모를 잘 자라게 하려고 뽑아 올리다 죽인 것을 가리킵니다. 우리 교육이 ‘조장(助長)하는 교육’에서 벗어나기를 빕니다. 교육이 아이들의 정신이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돕는 빗물이 되기를 빕니다.
첫댓글 잘못알고있는것이 넘 많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