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패권 플라자합의 30년
새로운 통화전쟁.
30년 전 미국에 항복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경험.
현재는 중국을 압박하고 있으나 중국은 강력히 저항.
우리나라도 역사적인 균형외교의 시험대에 올라있어.
(관련내용)(세계일보 2015.9.21.)글로벌 경제 발전을 위해 주요 경제대국이 환율을 안정시키자고 합의한 '플라자 합의'가 이뤄진 지 30년이 됐지만, 여전히 환율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데 이어 미국은 달러화 강세를 초래하는 금리 인상을 연기했고 이에 맞서 유로존과 일본도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 낀 신흥국들은 외국자본 유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동참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22일 미국과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서방 5개국이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환율 안정을 위해 서로 노력하기로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 시절 강달러 때문에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이 다른 나라를 압박한 결과였다. 즉 달러 강세를 달러 약세로 전환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은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미국의 압박도 있었지만, 미국의 대외 불균형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작용해 합의가 이뤄졌다.
이 합의 이후 달러 약세, 즉 다른 나라 화폐의 강세는 곧바로 나타났다. 독일의 마르크와 일본의 엔의 가치가 곧바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일본 엔은 3년 동안 50% 가까이 가치가 올라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중략)
(이길영의 분석코멘트)
미국(달러)이 절대강자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플라자합의(1985)가 이뤄진지 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플라자 합의(1985)에 참석한 서방 5개국은 IMF(국제통화기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특별인출권(SDR:Special Drawing Rights)을 구성하는 기축통화국 이라는 사실입니다.
먼저 SDR(특별인출권)에 대해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1968년의 IMF 개정협정에 따라 IMF 참가국의 의무인 금의 예치가 폐지됨에 따라 SDR(특별인출권)이 금을 대체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국제통화제도는 '금본위제'에서 'SDR본위제'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1SDR의 가치는 서방 5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통화(달러, 유로, 파운드, 엔)를 가중평균해서 산정합니다.
이같은 이유로 IMF의 SDR(특별인출권)을 구성하는 기축통화는 상대적으로 안정적(극히 예외적인 경우 제외 : 소로스의 영국 파운드화 공격)이어야 하며, 달러 대비 해당 기축통화의 밴드(상하 움직임)도 상호협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외환위기 발생 시 달러가 부족한 IMF 회원국은 출연금 한도 내에서 SDR(특별인출권)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IMF의 SDR(특별인출권)을 구성하는 기축통화가 아닌 모든 국가의 통화를 로컬(주변)통화라고 하며, 기축통화에 비해 환율이 주기적으로 요동치는 등 상당히 불안정 합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강국인 브릭스 국가가 중심이 되어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에 대응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이처럼 IMF 회원국 내에서도 기축통화국이냐 아니면 로컬(주변)통화국이냐에 따라 위상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UN에서도 상임이사국이 중요한 결정권을 갖듯이 IMF 내에서도 SDR(특별인출권)을 구성하는 기축통화국이 중요한 결정을 독점하며, 그 위상은 UN의 상임이사국과 같습니다.
그래서 현재 중국 위안화를 IMF의 SDR(특별인출권)을 구성하는 기축통화에 포함시키느냐 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5개국에서는 중국의 위안화를 IMF의 SDR(특별인출권)을 구성하는 기축통화국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경계감이 있습니다. 경제규모와 위안화의 위상을 고려하면 당연히 포함시켜야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안화를 IMF의 SDR(특별인출권)을 구성하는 기축통화에 포함시킬 경우, 중국의 달러 수요 및 의존도가 근본적으로 낮아져 미국의 입장에선 달러의 강력한 수요처가 사라지는 상황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SDR(특별인출권)을 구성하는 기축통화국은 모두가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중국의 경우 '관리변동환율제(국가관리제)'를 채택하고 있어 통화의 유연성 문제(위안화는 매월 25일 하루만 외화 송금 가능)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이 IMF의 SDR(특별인출권)을 구성하는 기축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관리변동환율제(국가관리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채택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이전 플라자합의(1985) 때 일본(엔화)이 미국(달러)에 항복한 후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는 것을 똑똑히 봤기 때문에 끝까지 미국의 요구에 대립각을 세우고 통화전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항상 통화(외환)위기가 발생하는 국가의 공통점은 IMF의 SDR(특별인출권)을 구성하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로컬(주변)통화국인 한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신흥강국으로 부상한 브릭스국가(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에서는 통화(외환)위기는 미국이 주도하는 음모론(양털깎기: 외환위기를 일으킨 후 완전히 죽이지 않고 양떨 만 깎아간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는 시각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면 로컬(주변)통화국인 우리나라의 향후 스탠스는?
IMF의 맹주인 미국(달러)에 지속적으로 잘 보일 수밖에 없는 아직은 초라한 위치이며, 중국의 눈치도 볼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정치도, 경제도, 통화(환율)도 모두 거대한 두 세력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또 다시 역사적인 균형외교의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2015.9.24 글. 이길영/전 한국경제TV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