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계란 프라이나 삶은 계란 정도는 다 할 줄 안다고 한다. 그런데 할 줄 안다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계란 한 알로 요리하는 데도 솜씨 차이가 확 난다. 프라이도 예쁘고 맛있게 한 것이 있고, 마구잡이로 한 것이 있다. 계란부침도 누구나 해먹는데 예쁘고 반듯하게 나오기는 쉽지 않다. 누구네 집 계란찜은 부풀어 오르는데 우리 집 계란찜은 늘 중간이 꺼져 있다. 계란 프라이 하는 데도 비법이 있기 때문이다.
계란 요리 하나만은 자신 있다고 큰소리칠 수 있도록 해주는 비법을 계란요리 고수들과 셰프들에게서 알아봤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일러스트=강일구
서니 사이드 업
요리 파워 블로거명 ‘요안나’ 이혜영(49)
노릇하게 구운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노른자와 흰자는 반숙이라 씹는 맛이 좋은 서니 사이드 업. | |
비법 마른 팬을 중불에서 1분 정도 달군다. 식용유를 두른 후 30초 정도 팬을 더 달군다. 계란을 살짝 깨뜨려서 팬에 얹고 소금을 약간 뿌린다. 흰자가 반투명 상태가 되면 계란이 팬 바닥에 붙지 않도록 팬을 좌우로 흔들어준다. 흰자 가장자리가 노릇노릇해지면 불을 끄고 프라이팬 뚜껑을 덮은 후 30초 정도 둔다. 팬에 남은 뜨거운 열기로 노른자는 반숙이 되고, 흰자도 훨씬 부드러워진단다.
계란찜
남대문 전주식당 조리사 김경옥(60)
노란색 계란찜에 파와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주면 한결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 |
비법 맹물 대신 멸치를 오랜 시간 끓여 우려낸 멸치국물을 사용한다. 뚝배기에 멸치국물을 절반 정도 붓는다. 물이 팔팔 끓을 때쯤 미리 풀어둔 계란(여섯 알 정도)을 붓는다. 이때 간은 마늘로만 한다. 계란이 끓어오르면 뚝배기 안쪽 면에 계란이 눌러붙어 타지 않도록 수저로 계속 저어준다. 계란이 너무 익어 질감이 퍽퍽해지기 전에 불을 끄고 뚜껑을 덮는다. 이렇게 1~2분 정도 두면 계란이 저절로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다.
수란
이탈리안 레스토랑 ‘루고’ 김태환(31) 셰프
치아바타 빵과 에그 베네딕트 | |
비법 김씨는 “계란은 단백질이라 잘못하면 라면에 계란을 풀었을 때처럼 물에 푹 퍼져버릴 수 있다”며 “끓는 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식초의 산 성분이 계란의 단백질을 순간적으로 응고시켜서 동그란 모양을 유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조언하는 필수 도구는 끝이 납작한 고무 주걱과 바닥에 구멍이 뚫린 수저다. 식초를 떨어뜨린 끓는 물에 계란을 깨 넣고, 바닥에 가라앉으면 1~2분 후 고무 주걱으로 살짝 바닥을 긁어준다. 위로 떠오른 계란을 구멍 뚫린 수저로 건져 내면 모든 과정은 끝난다.
스크램블드 에그
롯데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 ‘페닌슐라’ 박진규(34) 셰프
감자튀김을 곁들인 스크램블드 에그 | |
비법 계란과 우유의 비율을 1:7 정도로 섞는다. 예를 들어 계란 15개라면 우유 105mL가 필요하다. 이것을 고운 체로 한 번 거른다. 계란 안의 질긴 알끈을 끊기 위해서다. 냄비에 물을 붓고 팔팔 끓을 때쯤 빈 냄비를 넣고 미리 풀어 놓은 계란을 붓는다. 주걱으로 5~7분간 살며시 저어주면 치즈처럼 몽글몽글 덩어리가 지는 부드러운 스크램블드 에그를 완성할 수 있다.
응용편
오믈렛
이탈리안 레스토랑 ‘에그 앤 스푼 레이스’ 차순영(38) 대표
새우 크림 오믈렛 | |
비법 계란 3~4개를 푼다. 이때 생크림을 조금 섞으면 계란이 익었을 때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양파, 구운 베이컨, 당근, 피망 등 원하는 재료를 잘게 썬 후 기름 두른 팬에 볶다가 새우를 넣는다. 새우가 발갛게 익으면 재료가 충분히 잠길 만큼 생크림을 붓는다. 중불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일 때까지 끓인다. 또 다른 팬에 기름을 두른 후 미리 풀어 둔 계란을 붓고 얇게 편다. 역시 중불로 계란을 촉촉하게 익힌다. 생크림과 함께 끓인 재료를 계란 절반 크기에 얹은 후 나머지 반쪽을 접어 덮는다.
중국식 볶음밥과 계란 수프
그랜드 하얏트호텔 중식당 ‘더 차이니스’ 전경인(45) 셰프
숟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포슬포슬 부서지는 것이 제대로 된 중국식 볶음밥이다. 보기엔 꼬들꼬들해 보여도 씹으면 쫀득한 맛이 살아 있는 것이 매력. 여기에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잘게 찢어진 계란이다. 비결은 센 불로 빨리 저어가며 볶아내는 것이다. 또 계란이 골고루 쫙 흩어진 중국식 계란 수프도 비법만 알면 집에서 만들 수 있다.
중국식 새우볶음밥과 계란 수프 | |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는 계란 수프는 맹물 대신 조개 끓인 물을 이용하면 맛이 한결 좋다. 조갯국에 소금·후추로 간을 한 후, 물이 팔팔 끓으면 미리 풀어둔 계란을 흘려 넣는다. 한 수저씩 물 위에 선을 긋듯 천천히 흘리면 계란이 곱고 잘게 흩어진다.
일식 계란찜과 계란말이
일식 레스토랑 ‘스시모토’ 장성태(39) 셰프
쑥을 갈아 만든 계란찜 | |
비법 일식 계란찜은 중탕을 해야 한다. 우선 찜통에 물을 붓고 끓인다. 찜통보다 작은 크기의 빈 냄비도 준비한다. 이 냄비에는 계란물을 담은 도자기컵을 넣어둔다. 계란물은 물과 계란을 3:1 비율로 섞어 만든다. 물과 계란을 섞을 때는 고운 체로 한 번 걸러준다. 계란의 질감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호박·옥수수·쑥 등을 넣고 싶으면 재료를 한 번 익힌 후 믹서기에 곱게 간다. 계란물과 섞어 체에 함께 거른다. 찜통의 물이 팔팔 끓으면 컵이 담긴 냄비를 찜통 한가운데 놓는다. 찜통의 뚜껑을 덮은 후 중불로 서서히 오래 익히면 곱고 부드러운 계란찜을 만들 수 있다.
일식 계란말이는 가쓰오부시 국물을 넣고 만들기 때문에 뒷맛이 달콤하다. | |
호박을 넣은 계란찜 | |
계란말이 맛있는 집
●풍남 골뱅이 파 생채와 고춧가루로 버무린 골뱅이를 시키면 계란말이가 무한 제공된다. 매콤한 골뱅이의 맛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이라 간은 심심하다. 계란 외에 속으로 들어간 것도 잘게 다진 파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 담백하고 소박한 모양과 맛 때문에 옛날 생각이 난다며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서울 중구 을지로 2가 골뱅이 골목. 02-2265-2336.
●악바리 접시 대신 빨래판에 담은 69㎝의 긴 계란말이가 나온다. 속에 넣을 수 있는 재료는 치즈· 참치·김치·쇠고기·햄소시지 다섯 가지다. 워낙 길이가 길어 원한다면 속은 두 가지를 선택해 절반씩 나눠 넣을 수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집이라 새벽에 갑자기 생각난 밤참으로도 안성맞춤이다. 1만4000원.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6번 출구 근처. 02-3482-3080.
●안방 계란을 말 때 날치 알을 듬뿍 넣기 때문에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느낌이 좋다. 독특하게 접시에 낼 때도 한가운데 가늘게 채 썬 양배추와 당근, 소스를 한 움큼 함께 올린다. 달달짭쪼름한 계란말이와 새콤한 소스가 어울린 맛 때문에 여자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 기본은 막걸리와 사케 전문점으로 배다리·참살이·금정산성 막걸리 등 전국의 명품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1만6000원. 서울 강남구 도곡2동 매봉역 근처. 02-565-0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