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도! 420년이 지난 한산도에 나는 서 있다.
가슴 저 밑까지 외로움에 몸을 떨던 임진년의 옛 영웅,
그를 더욱 외롭게 했던 피리 소리는 멈춘지 오래이고
바다와 바다를 이어, 마을과 마을을 이어 더이상 외롭지 않은 섬이 되어 있는 한산도!
피로 물든 뱃길에 아문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평안의 섬앞에
그날의 절규는 먼 전설이 되어있고, 60년의 주기를 따라 돌고 도는 임진년의 새날을 맞으려
나는 아무 편견도 없이 그 섬에 서 있다.
너무나 평안한 그 섬에....
한산도와 추봉도를 잇는 추봉교를 지나 추봉도 추원마을에 도착
어촌 마을의 평화로운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1박2일 우리가 머무를 공간
한 가슴으로 호수같은 바다가 들어 온다
한산도와 추봉도를 잇는 다리가 생기기전 낚시를 좋아하는 시동생이 유유자적 세월을 낚으려 구입해 놓은 밭에
컨테이너 집을 안착, 전기와 수도시설까지 완벽한 공간
고라니의 피해를 막기위한 밭의 경계의 그물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한다.
콘크리트로 정리된 길은 섬의 둘레길, 바라다 보이는 망산은 내일 아침 임진년의 첫 해맞이 장소다.
빈밭에 돋아낸 냉이를 캐고
키를 훌쩍 키운 마늘밭에서 포근한 섬날씨가 느껴진다
현지인에게 빌려 준 밭에는 포동포동 해풍에 몸을 뉘었다 일으켰다를 반복한 시금치가 살쪄간다
저녁 찬거리로 뜯어온 시금치를 다듬으며
시누이 올케간에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형님예! 냉이도 마 같이 문칩시더!
숙소앞에는 시설좋은 팬션이 딱 버티고 있다.
팬션 맞은편으로 언덕을 내리면 작은 해수욕장이 있다.
시동생이 한산도 소고포항에서 사온 굴 5kg (1kg 8,000)를 생굴로, 굴전으로,
무우 채썰어 굴밥으로 두 대접을 비웠다.
형에게 설거지를 시키며, 나이들어 이혼당하지 않으려면 젊었을때 잘 해 놓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시동생 왈
밖에서 식사를 모두 해결하고 집에서는 잠만 자고 나가는 아내들의 바람직한 남편을
영식님이라 한다나! 한끼만 집에서 먹으면 일식씨, 두끼를 먹으면 이식이,
하는 일 없이 빈둥 거리며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남편을 삼식이세끼(새끼?)라 한다는 말에
박장대소 웃어 보지만 남편들의 처한 현실이 서글프다.
우리집 영식님도 언젠가는 삼식이가 될테니.....
물이 들어올때까지 기다려 낚시 하려면 2시간의 여유가 있어 뒷산으로 산책길 나선다
뒷산에서 찍은 어촌 야경
물때를 맞춰 민물새우를 넣은 통발을 바다에 던져두고
호래기 낚시터로 이동
오징어,꼴뚜기 사촌쯤 되는지 오징어와 꼭 닮아 있다.
가로등이 있는 곳에 낚시대 드리운다.
민물새우의 눈에서 흐르는 광채를 좇아 오다가 일순간에 망쳐지는 호생!
차가운 바닷바람과 싸워 건져올린 호래기는 한 끼의 식사로 충분하고
잡힌뒤에 먹물을 뿜어내어도 소용없겠지, 너의 앞날만 캄캄할 뿐
내장을 비우고 정갈하게 씻은 몸들이 입수를 기다린다
보글보글 끓어 오르는 라면탕으로 호래기의 낙하, 그리고 굴들의 투신
처음 맛보는 기막힌 라면맛의 일등공신들
남쪽 평화로운 섬마을에 일 년의 마지막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지키며 그렇게 밤은 깊어 간다.
올 해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오순도순 어깨 기대어 더 많은 정을 나누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6시 30분 기상!
임진년을 열며 찬연히 떠 오르는 해를 맞기 위해 바라다 보이는 망산을 향한다.
어둠을 열며 렌턴 불빛을 밝혀 오르는 중 날은 밝아 오고
봉수대가 있었던 정상의 돌무더기에는 메마른 마삭줄이 어깨를 포개어 바람에 저항한다
마삭줄의 지혜로움을 배워 어깨를 포개고 마음을 포개어 세상살이 험한 풍파에 맞서 이기리라
애기씨의 꼬리처럼 매달은 콘크리트길의 둘레길은 걷고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저 길을 걸으려면 발바닥에 불이 날텐데....
어젯밤 산책했던 길이 맞은편 산모롱이 왼쪽 끝으로 보이고,
발 아래 보이는 예원마을은 어제밤 호래기낚시대 드리운 곳
구름에 가리고 안개에 가려 떠 오를 기미조차 없는 빈 하늘만 쳐다보다가
시간은 훌쩍 지나 버렸다.
호수처럼 들어 앉은 고요의 바다를 등에 업고
몽환의 발아래 그림처럼 떠 있는 섬의 신비로움을 가슴에 담는다.
어제저녁 던져둔 통발에 눈먼 물고기 한마리 달랑 걸려 들었다.
5개의 통발에 겨우 세마리, 매운탕 끓여준다며 큰소리 치던 시동생은 무엇으로 끓여 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