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지방 대도시 분양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호재를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각 지역별로 결과의 차이는 있었다.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 오락가락하는 정부규제 등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많았다. 그러나 든든한 배후산업단지, 풍부한 실수요, 규제완화라는 확실한 호재에 기댄 경우 예외없이 성공적인 분양을 이끌어냈다.
◇대구경북, ‘실수요와 규제완화의 시너지효과’=마땅한 성장 호재가 없는 곳으로 평가받는 대구·경북의 분양시장은 올 하반기 업체들에게 의외의 결실을 가져다 준 곳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0월 삼성물산이 대구 달성군에 공급한 ‘달성 래미안’ 1451가구는 현재 계약률 70%를 넘어서 관계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당초 올연말까지 70% 정도의 계약률을 목표로 계획했던 사업인데 11월을 넘기지 않고 목표를 달성한 것.
이달초 SK건설이 경북 포항 효자동에서 분양을 시작한 ‘효자동 웰빙타운 SK VIEW’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포항에 1181가구 대단지를 공급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초기 지적에도 불구하고 청약경쟁률 2.7대 1을 기록했고 계약 1주일만인 15일 현재 계약률 65%를 넘어섰다.
현지 SK 모델하우스 서정래 소장은 “포항지역은 전매제한 등 정부규제가 없는 곳이고 산업기반도 튼튼한 곳이라서 실수요가 살아있다”며 “주유소 연계 마케팅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결실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충청권, ‘천안·아산의 차별효과’=지난달 헌법재판소로부터 날아든 신행정수도위헌판결 악재는 모두가 충청권 분양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중개업자들이 속속 떠나고 충청권의 시세는 줄곧 하향세를 그려 그런 예상이 들어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신규분양에 나선 업체들은 충청권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호재가 남아있음을 깨달았다. 천안 지역에서 분양에 나선 LG건설과 동일토건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서 ‘LG 쌍용자이’ 564가구 분양에 나섰던 LG건설은 뜻밖에도 1.2대 1로 청약미달 사태를 피했다. LG건설 관계자는 “모두가 ‘안된다, 안된다’해서 걱정이 컸지만 침체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청약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마땅한 호재가 남아있지 않는 충청권에서 아산신도시 개발이 상대적으로 돋보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천안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구가하는 동일토건도 ‘입소문’을 바탕으로 ‘동일신방 하이빌’ 523가구의 청약을 2순위에서 마감하는 기염을 토했다.
◇부산·광주, ‘악몽은 잊자’=올해 부산과 광주의 분양시장은 최악으로 평가받는다. 11월 현재 부산지역에서 미분양된 채 남아있는 아파트는 부동산 정보업체별로 6000∼1만2000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광주 역시 2000여 가구 이상의 미분양 물건이 남아 올해 가장 실적이 나빴던 지방 대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 두지역의 경우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의 탄력적 운용 발표 이후로 분위기가 반전되는 분위기다. 19일부터 부산 남구 용호동에 ‘오륙도 SK VIEW’ 3000가구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SK건설은 벌써 사전예약 2000여명을 확보한 사실에 고무된 상태다.
SK건설의 관계자는 “올 하반기 부산시장이 대단히 어려웠지만 때마침 분양시기에 맞추어 정부규제가 다소 완화된 것은 큰 호재라 생각한다”며 “차별화된 상품을 바탕으로 적극 홍보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건설사들, ‘옥석을 가려라’=부동산 정보업체 내집마련정보사에 의하면 내년 연초까지 지방 6개 도시에서 분양에 들어가는 아파트는 500가구 이상의 단지만 해도 21곳 2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과잉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각 업체들은 뚜렷한 선별 전략으로 성공분양을 확신하고 있다.대형건설업체들은 대형 평형 시장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 경기가 나쁘고 정부규제가 심하다고 하더라도 고급 아파트를 소화할 수 있는 경제적 계층 사이의 수요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판단된다”며 “분양가를 평형별로 탄력적으로 운용해 연말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치겠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은 명확한 호재를 놓치지 않겠다는 태세다. 수도권·충청권 분양에 열심인 동일토건의 관계자는 “여전히 유효한 개발호재를 잘 선별하고 실수요가 살아있는 곳도 잘 챙겨야 지방 분양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