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내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 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2013. 5. 17. (금) - 남도 신안으로 가는 길
1987년 그해 3월 나는 대학교 신입생이 되었다.
라디오에서는 전해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한 '신입생'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신입생 남자애가 신입생 여자애를 만나서 잘 사랑한다는 뭐 그런 낭만적인 노래말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의 신입생은 그렇지 않았다.
그해 4월 같이 신입생이 된 친구가 이런 답답한 세상에서는 못살겠다고 학생회관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
이런 답답한 세상에서는 못살겠다고 했다고 고문당해 죽었다. 최루탄에 맞아 죽었다.
살인자에 의해 죽은 국민보다 국가에 의해 사형당해 죽은 국민이 더 많은 것도 가슴 아픈데
사형당하는 것도 아닌데 국민들이 죽어 나갔다.
그해보다 7년전 1980년 5월 18일에는 답답해서 못살겠다고 했다고 총에 맞아 죽었다.
남도 광주 사람들이.......
그리고 33년이 지난 오늘 나는 철인경기를 하기 위해 남도 신안으로 가고 있다.
부산진역 2번 출구 뽀사마 뽀빠이 회장님 '티타임' 사무실 앞에서 저 푸르른 자유를 만끽할 오늘의 용사들은 뭉쳤다.
특수보안트럭에 상자, 문자, 순자, 화자, 영자 다섯대의 자전거를 싣고 황금연휴의 자유를 만끽하러 나온 차들에 밀려 10시간을 달려 목포에 이르러 압해 송공항에서 배에 차를 싣고 암태 오도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차로 자은면사무소에 가서 선수 등록을 했다.
수온 때문에 수영 거리를 줄인다. 물통으로 물을 급하기로 했던 것은 취소 되었다는 등
주최측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말들이 오고갔다.
나의 배번과 여러 사람들의 배번이 누락되었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일지만,
영암대회, 목포대회, 작년 신안대회까지 많은 경험이 축척되었을 것인데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실수, 허점들은 경기 중에도 경기 후에도 계속되었다.
숙소인 자은면 한운경로당에 밤 늦게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도도스클럽 회원 큰룡 예술단 회원들이
감사하게도 밥을 먹음직스럽게 준비해주셨다.
고기도 구워 부채만큼이나 큰 상추 이파리에 쌈싸서 먹고, 내일 경기를 위해 밥 두그릇 뚝딱 비웠다.
순상형님이 특별약물이라면서 술을 주셨는데 무슨 술인지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경기 내내 큰 데미지를 입지 않았던 것이 몇주 전의 산삼주와 이날의 이 술 덕분일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록 칩 발목에 걸고 각종 준비물 정리하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신기하게도 코를 고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2013. 5. 18. (토) - 신안 철인3종대회 참가
5시에 모두 일어나 순상형님과 같이 온 응원단이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시는 전복죽 두 그릇 비우고,
밀어내기 한번 하고, 마지막으로 자전거 점검하고, 오늘의 수영 출발지점 백길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백길해수욕장에서는 먼저 도착한 순상형님의 도도스 공연단 일행이 벌써 공연을 하고 계셨다.
순상형님은 부철 교복을 떡하니 입고 섹소폰을 불고 계신다.
좀 멋졌다. 그 여유도 부러웠다.
공연단을 대동하는 능력도 부러웠다.
수영은 한바퀴 1.2km라고 하는데 주최측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길이도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세바퀴 3.6km라는 이야기인데 킹코스로 하면 짧은 거리가 되지 않나?
거기다가 하프코스는 그럼 어떻게 할 예정이었다는 것인지??? 한바퀴 반만 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ㅋ
수온도 약간 차갑다고 느껴지는 정도로 해운대 바다에 비하면 그 차가움이 아무것도 아닌데도 그 거리를 줄인 것이 못마땅했다.
어쨌거나 파도도 없고, 참가자 수가 적어 몸싸움의 부담도 없고, 거리의 부담도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한바퀴 가뿐하게 돌았다.
바꿈터에서 준비해놓은 깐포도 두껑을 따다가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베였다.
손가락에서 계속 피가 흘러 근 세시간 가량은 유바를 잡은 왼손가락으로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계속 지압을 하면서
자전거를 타야만 했다. 손가락을 놓으면 또 피가 흘러 나왔다.
출발해서 얼마쯤 독주를 하고 있는데 한무리의 그룹이 나를 치고 나간다. 죽어라고 달라 붙었다.
오늘 자전거 끝날 때까지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 고 생각했지만 조금 따라가다가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붙어가기에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렇게 혼자 설렁설렁 가고 있는데 또 한 무리가 지나간다.
105%정도 힘을 쓰면 가능할 것 같은 속도다. 여기에 붙어 아래 섬 두바퀴를 돌고나서 위쪽 섬 세바퀴 중 두바퀴째
언덕에서 치고 나갔는데 자전거들이 따라오지 못한다.
여기에서 떼놓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죽을 힘을 다해 가고 있는데 아뿔사 주로를 잘 못 들어왔다.
다시 잔차 돌려 주로로 들어가보니 따돌린 자전거들이 저 앞에 가고 있다. ^^
죽어라고 페달링하여 겨우 따라붙었지만 체력이 많이 고갈되어 같은 페이스로 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위쪽 섬 세바퀴를 돌고 자은면 사무소로 들어가 런 출발하니
우리의 자봉, 자봉을 자봉하게 만드는 자봉의 제왕 덕문형님께서 미숫가루 탄 물을 한 컵 주시는데,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마음이 여려지는 것을 보니 몸이 힘든 모양이다.
런은 4바퀴를 도는 코스인데 반환점에 기록매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구간기록도 서비스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참가비 25만원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한쪽 반환점에서는 바퀴수를 세기 위해 고무띠를 손목에 걸어 주었는데,
그것도 양이 모자라 걸어주었던 손목띠를 도로 내 놓으라고 했다고 한다.
첫바퀴는 근전환이 되지 않아 허리에 통증이 아주 심했다. 천천히 뛰다보니 통증이 가시면서 조금씩 속도를 올려보았다.
런은 보급소 외에는 절대 걷지 않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뛰던지 기던지 둘중에 하나를 하겠다
반환점에서는 도도스 응원단이 공연도 하면서, 주민들 동네 잔치를 벌여주고 있었다.
거기에 우리 '부산철인클럽' 현수막이 당당히 걸려 있었다. 뿌듯했다.
마지막 바퀴에서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드는데 희영형님이 동반주를 해주어 오히려 속도를 높힐 수 있었다.
골인 지점으로 들어갔다.
끝났다 ^^
두손을 높이 들고 하늘을 향해 소리 질렀다. 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내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리고 싶다 ~~
이미 모든 것을 불사르고~~
그것도 모자라 팔보채에 소주를 불사르고 계시던 회장님, 덕문, 문성형님이 축하를 해주신다.
경기 끝나고 나니 간절하던 술 생각이 싹 가셔 밥 먹으면서 막걸리 몇잔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기록은 10시간 42분.
2013. 5. 19. (일)
부산 집으로...
오는 길에 순천에 들러서 회장님이 쏘는 꼬막정식을 먹고 있는데 회장님 입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역시 마음을 잘 쓰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모양이다. ^^
2013. 5. 20. (월)
아침 : 이것저것 섞어서 몸풀기 1시간. 헬쓰장
2013. 5. 21. (화)
아침 : 수영 1시간. 사직수영장
저녁 : 신안대회 뒤풀이
대회참가자 5명 전부, 에스라인 마눌님, 종길형님, 철화, 일수, 상근, 아라, 우탁 등
대회 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식당 TV모니터로 보니 감회가 새롭다.
특히 순상형님, 화석 궁디가 참 귀엽다. ㅎㅎㅎ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치맥 조금 더 했다.
2013. 5. 22. (수)
휴식 강하게...
저녁에는 아이들과 사직수영장 어린이 풀에서 물놀이 ^^
2013. 5. 23. (목)
아침 : 수영 50분
수영이 너무 재미가 없어졌다.... 레인 조금 돌다가 온탕에서 조금 놀다가 끄 읕.
저녁 : 음주가무 아주 강하게
직장 송별회식
2013. 5. 24. (금)
업무시간 내내 푹 삶은 씨레기처럼 축 쳐져 있다가......
저녁 : 음주 아주 강하게
직장 마라톤동호회 C5 모임
가을 다대포 마라톤 풀코스에 5명이 내기 걸고.
그 2주후에 제주도 마라톤대회에 하프뛰고 놀기로 도원결의.
2013. 5. 25. (토)
연이틀의 아주 강한 음주 여파로 해운대 바다수영, 런 펑크 내고 오전내내 시체놀이 하다가
오후에 살아나서 애들이랑 사직 수영장 물놀이, 야구 놀이......
저녁에 장프로가서 신안대회 후 방치해논 영자 찾고......
첫댓글 젊음의 열정을 불살라 쉬지않고 달려서 얻는 10시간 42분의 기록
영원한 부철의 루키 무비께 축하를 전합니다.
뒷풀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고 미안합니다.
형님 고맙습니다. ^^
성산대회 즐겁게 다녀오세요 ~~~ 그동안의 우울했던 슬럼프를 훌~ 쩍 ~ 뛰어 넘어버리세요 ~~
형님의 이 살떨리는 노래 선곡은 최고십니다....
민주주의여 만세!!!!!
일수~~ 아무리 생각해도 나랑 많이 닮았단 말야 ^^
님의 행진곡 ,
쌍팔년 입학생이 격은 체루탄 화염병들이
이국 만리로 쪼까 냈습니다 ㅠㅠ
ㅡㅡ,
장엄해지네요
가끔씩은 그런 것들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ㅎㅎㅎ
그때 보도블럭 쪼개서 건데주던 여학생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지 ㅎㅎㅎ
역시 철인은 전투력이 있어 생동감이 있다 ~`
살~아있네
일수도 살~~아있네 글한번 적어올릴수있도록 노력하삼
넵... 그리하겠습니다...
전투력 팍팍 끌어올려 제주대회에서 수영이던 잔차던 달리기던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립시다. ~~~~
몸매가 참 균형잡힌 무비. 실력과 무늬가 equal 한 우리 무비 . 볼수록 끌리는 나의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