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 임금이 건강을 위해 먹은 특별 보양식
오늘도 조선시대 왕들의 건강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왕처럼 먹고 왕처럼 살아라>의 저자
장동민 한의사, 연결돼 있습니다.
(전화 연결 - 인사 나누기)
Q1. 지난 시간에
궁중 보양식을 말씀해주셨는데요.
오늘도 이어서 특별한 궁중 보양식,
몇 가지 더 말씀해주세요.
네 물총새 황토구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총새는 급강하를 즐기는 자태가 고운 새인데요, 주로 잉어의 치어를 먹고 살며, 산벼랑의 황토벽을 뚫어 둥지로 삼아 황토의 약기운을 항상 흡수했기에 강정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물총새를 구울 때에도 물기 있는 황토 점토에 싸서 구워야 강력한 약효가 있다고 전해지는데요, 성질이 평(平)하며 맛이 짜고 오래된 천식을 낫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동양 3국의 왕들이 물총새 한 마리를 참새 백 마리와도 바꾸지 않았다고 하는 말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그만큼 귀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Q2. 지난 시간에 얘기해주셨던 참새보다
물총새가 한수 더 위군요.
또 다른 보양식이 있을까요?
강화, 김포의 특산 채소로 순무가 있습니다. 순무는 ‘강도육미’의 하나로 임금님께 진상된 채소인데요, 김장철에 순무, 쪽파, 고춧가루를 밴댕이나 곤쟁이젓을 넣고 버무려 석박지를 담그며, 강화에서는 순무짠지가 이듬해 6월까지 저장식품으로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서 순무는 한약명으로 만정(蔓菁)이라고 불렀으며,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서 5장을 좋아지게 하고 음식을 소화시키며 기를 내리고 황달을 치료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몸을 가벼워지게 하고 기를 도와주며, 수척한 사람이 늘 먹으면 살이 찌고 건강해진다고 하였는데요. 여러 가지 채소 중에서도 오직 이롭기만 하고 해로운 것이 없다 하니, 늘 먹으면 참으로 좋다고 하겠습니다.
Q3. 순무는 강화도령 철종이
매우 아끼는 음식이었다고 들었는데요?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강화출신의 철종이 좋아했었는데요, 이러한 순무는 종기를 치료하며, 만취 후 갈증해소에 효과가 있는데다가, 특히 눈과 귀를 밝게 하고 피부가 고와지며 눈빛이 영롱해져 건강과 미용에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순무는 수백 명에 달한 궁중의 궁녀와 내명부의 미용을 가꾸던 미용식품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순무씨에서 짜낸 기름은 눈을 밝게 해주기 때문에, 젊은 여성이 매일 한 숟갈씩 2개월을 먹으면 왕을 매혹시킬 정도로 눈이 고운 여인이 된다고 전해집니다.
만청자(蔓菁子)라는 한약명으로 불리는 순무씨 또한 오랫동안 먹으면 곡식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고, 더불어 오래 살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요. 아홉 번 쪄서 아홉 번 햇볕에 말려 가루 낸 다음 한번에 8g씩 하루 두 번 물로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특히 동지를 전후하여 석화와 동어(숭어의 치어)에 순무 석박지를 같이 자주 먹으면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며, 정력이 강화된다고 전합니다.
Q4. 순무와 석화를 같이 먹었군요?
석화도 효능이 매우 뛰어나죠?
네 맞습니다. 서해안 바다 바위에 붙어 자라는 굴을 석화라고 불렀는데요. <동의보감>에는 11월에 채취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먹으면 향기롭고 보익하여 피부를 가늘게 하고 얼굴색을 아름답게 하니 바다 속에서 가장 귀한 물건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실제 굴 맛이 좋은 12- 2월에는 지방이나 글리코겐이 증가한다고 하니, 옛 문헌과 다른 바가 없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굴은 연하고 소화, 흡수가 잘 되므로 비타민과 무기질의 공급원으로 적당한데요. 굴에 들어 있는 글리코겐은 췌장에 부담이 적고 체내의 글리코겐으로 활용되므로 당뇨병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하며, 굴 진액의 천연 카우린은 심장병에 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Q5. 그럼,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이렇게 효능이 뛰어난 석화를
어떻게 요리해서 먹었을까요?
석화무밥을 만들어 먹었는데요, 가을무를 채 썰어 무쇠 솥에 안치고 그 위에 쌀을 골고루 펴 넣고 밥을 짓다가, 밥물이 넘기 시작하면 석화를 밥 위에 얹어 뜸들인 뒤 섞어 퍼냈다고 합니다. 퍼낸 석화무밥은 토종간장에 실파와 참기름을 넣은 양념장에 비벼 먹으면 좋은데요, 옛날 재상가에서는 고명딸을 사랑해 달라는 뜻에서 석화무밥을 권했다고 전합니다.
더불어 80대 노년에 석화무밥을 자주 먹으면 주책 부린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는데요, 가을무를 채 썰어 생강을 조금 넣고 기름에 볶아내면, 무생강나물이 되는데, 이런 무생강나물도 왕들은 강정제로 여겨 장복했다고 전해집니다.
Q6. 아까 강화도 순무를 말씀하셨는데요.
강화도는 밴댕이도 유명하죠?
네 맞습니다. 강화 섬의 옛 '강도 6미' 중에서도 낙지, 밴댕이, 동어(숭어새끼)가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밴댕이는 성질이 급해 살아있는 밴댕이는 잡은 어부 밖에 볼 수가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속 좁고 성질 급한 사람을 일컬어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밴댕이는 “밴댕이를 포식하면 외박하지 말라.”는 속어마저 있을 만큼 강정식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강화도령이었던 철종은 고향 강화의 이른 여름의 밴댕이, 가을 순무김치를 못 잊어 향수병에 젖어 있었기에, 밴댕이와 순무김치가 수라상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밴댕이와 순무는 궁합도 잘 맞고 갱년기 여성에게는 더없이 좋은 미용식품이자 진액과 음혈을 보충해주는 보음 식품이라고 하겠습니다.
Q7. 그런가하면, 강장식품으로 보통
장어를 얘기하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민물 뱀장어는 그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독이 없으니, 치질과 창루를 다스리고 벌레를 죽이며 악창(惡瘡) 즉 나쁜 상처를 낫게 하며 충분히 오장(五臟)의 허손을 보하고 노체증 즉 피곤한 소모성 질환을 다스려 피로를 회복시킨다고 되어 있습니다.
보통 여름철에 민물 뱀장어에 마늘을 넣고 고아서 베에 짠 즙을 마시면 합환 시에 전혀 피로를 못 느낄 정도로 굉장한 힘을 발휘했다고 하는데요, 충남 청양과 전남 진도에서 많이 재배되는 구기자를 넣어 끓인 뱀장어 구기자탕도 마시면 좋다고 하여, '양기어(陽起魚)' 즉 양기를 일으키는 물고기라고도 불렸습니다.
특히 옛날에는 폐결핵에 민물 뱀장어를 자주 고아 먹였는데, 이 또한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국물로 지장수를 쓰면, 이것이 바로 '지장수만탕'인데, 두뇌력 강화에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Q8. 지금까지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까..
궁중에서 보양식으로 특별한 해산물을 많이 먹었는데요.
몇 가지 더 얘기해주시죠?
술에 취한 왕새우를 '취하'라 불렀는데요. 옛 왕궁에서는 산 왕새우를 바닷물에 담궈 운반해 와 왕새우를 지장수에 씻은 후, 약주에 재웠다가 불에 달궈 뜨거워진 굵은 소금에 술 취한 왕새우를 구워 먹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왕들의 '취하사냥'이라 불렀다는데, 인삼과 숙지황과 음양곽과 원지가 그 때 사용하는 술의 재료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상어는 한약 명으로 교어(鮫魚) 라고 불리는데요, 성질이 평(平)하고 독이 없으며 5장의 기운을 보하기 때문에 회를 만들거나 말려서 먹으면 맛도 좋으면서 몸을 보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종기를 제거하며 어혈을 풀어주고 진통효과도 좋아서 관절염에도 많이 쓰이는데요. 퇴행성관절염에는 물곰(곰치)과 물메기에 가을무를 넣고 탕을 끓여 먹게 되면 관절이 매우 부드러워진다고 전합니다.
Q9. 술에 취한 왕새우에 상어까지..
역시 임금님이 드신 보양식으로는
특별한 재료들이 많이 사용됐네요?
네 여기에 또한가지, 수수 먹은 참게가 있습니다. 수수팥떡과 수수엿, 찰수수부꾸미와 같이 수수를 이용한 음식은 중년을 넘긴 왕들의 성기능 강화에 애용되는 식품이었다고 하는데요. 본래 수수는 성이 평(平)하며 맛이 달아서 속을 따뜻하게 해부며 설사를 막아주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을 가지고 있는데, 참게는 늦가을 익어 가는 이 수수를 주워 먹으려고 수수밭을 헤맨다고 합니다.
이렇게 추수한 들녘의 논에 사는 참게는 늦가을이면 본능적으로 바다로 나가는데, 이런 참게를 조선간장에 담궈 발효시켰다 장을 두 번씩 달여 부으면 맛있는 참게장이 되며, 독특한 풍미가 있어 수라상에 자주 올랐다고 합니다. 또한 찰수수부꾸미는 찰수수를 물에 담궈 뒀다가 가루 내어 반죽한 다음, 팥 앙금을 싸서 콩기름 또는 낙화생 기름(땅콩 기름)에 지져서 먹었는데요, 엿 중에 최상품도 바로 수수엿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장동민 한의사와 함께
‘임금들이 건강을 위해 먹은 특별 보양식’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