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이러스/ 김영미
살바도르 달리의 시계가 흐르며
느릿느릿 여자의 뒤꿈치로 몰린다
말복에 달라붙었던 매미소리가
푸른 잎사귀를 팔랑이는 오후
선조들의 연인 죽부인과 부채를 반기는 사이
대숲의 바람을 온통 농축시켰다 뿜어대는 듯
롯데마트 층층마다 냉기로 가득하다
여름감기 바이러스를 가둔
마스크 속 중얼거림을 잠깐 들추고
진열대 안 시간들을 들여다본다
혹시 유효기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오한에 쫓기어 마트에서 나온 여자는
햇살을 당겨 기침을 삼킨다
장마를 빠져나와 제 무게를 되찾은 맨홀과
다시금 말끔히 닦인 간판의 활자들
그들에게 여름의 행방을 묻는 건 무모한 일
저녁 식탁 찻잔 속의 정적에 잦아들다
잔 속 폭풍을 바라보며 심지를 돋운다
죽음으로 치닿는 매미소리
바이러스와 그녀의 씨름은
살아있어 느낄 수 있는 짜릿한 통증이다
[시작 메모]
- 포기하지 못한 생의 이유처럼
냉방병이라는 몸살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늪에 빠진 듯 자꾸만 가라앉는 나.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 활동하는 바이러스는 생명체 없이 활동할 수 없는 것인가.
바이러스와 싸우다가 문득 자아의 소실점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내 안의 폭풍우를 만난다.
하루 중 저녁과 같은 나이에도 가슴에 품은 열정만은 시들지 않는 자아,
입추가 지나도 무더위 기운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기 속의 햇살 한 움큼이 무지개를 타고 들어올 것 같은 오후.
저녁노을에는 아궁이 속의 빨간 불씨가 있고, 태양을 만나지 못한 잿빛 상념도 있으리라.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한 생의 이유처럼, 넘실대는 열정으로 8월의 햇살을 정겹게 품어 본다.
▼ 골프타임즈 가는 길
골프타임즈 모바일 사이트,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28회] 여름 바이러스 (thegolftimes.co.kr)
첫댓글 감사합니다🍀
늘 이렇게 군불을 지펴 놓고 가시는
김봉균선생님...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