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고흥 청소년 백일장 수상작 발표
<장원>
어린 날
김민서 (도덕중 3학년)
어릴 적 새겨두었던 별들이 떠오르고
지쳐있던 발걸음이 가벼워질 때
다시 그곳을 걷고 있었다. 푸른빛의 파도 속에
모든 것이 어렸고 때 묻지 않던 웃음
어린 날 마을을 돌아다니며 놀 때나
찾아볼 수 있었던 그 웃음이 다시 돌아왔다
힘이 들고 지친 발걸음이 생길 때마다
새겨두었던 흔적들이 마음을 부여잡고
푸른 기억을 되새길 때의 다짐을 떠올렸다
푸른 잎의 싱그러움이 묻어나올 때 다시 돌아오리라
새들의 지저귐 소리에 피어오른 노란 물결이 흐를 때
다시 돌아오리라
그런 마음을 새기고 떠난 길속은
막연한 두려움의 연속일 뿐
한 줄기 빛조차 허락되지 못하였다
어른이 되면 좋을 줄 알았던 동심의 조각이
달빛에 비쳐질 때
붉은 열꽃과 푸른 강물이 눈가에 흐르고
나는 그곳으로 걸어나갔다
어린 날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작은 추억들의 편지를 찾으러
<차상>
어린 날
김민영 (고흥고 3학년)
푸른 잎이 낭낭하던 봄은 갔고
새싹 같다 이야기 하던
그때도 없다
여리고 푸른 잎은 나무가 되었다
따스한 햇볕의 다독임을 뒤로 삼고
장대비의 속삭임을 귀에 담아
어린잎의 어린 생각은 붉은 단풍이 들어
여리고 푸른 잎은 나무가 되었다
곧게 뻗은 나무의 어린 날은
그저 푸르고 작은 떡잎이었다는 것을
혹여나 어린잎이 상할까
안절부절못하던 흙과 바람 덕에
뿌리 깊은 나무가 되었다는 것을
마냥 어리던 푸른 잎은 이제
지저귀는 작은 새의 둥지가 되어주고
아파하는 잔가지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크고 든든한 나무가 되었다
<차하>
마을
곽은지 (포두중 2학년)
언젠간 없어지겠지
한 분 한 분 돌아가시고
남는 건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빈집이겠지
할머니들의 화투 치는 소리도
할아버지들의 윷 놓는 소리도 들리지 않겠지
여름이면 매미가 울고
봄이면 꽃이 활짝
가을이면 벼를 베는 농기계 소리가 들리던
우리 마을은
누구 한 명 오지도
눈길조차 주지도 않을 마을이 되겠지
그래 난 다짐하지
내가 태어나고 자랄 때까지
남아준 내 마을 신흥동
잊지 않고 고마워 할 거라고......
<장려상>
어린 날
김보경 (대서중 2학년)
내가 어렸을 땐
모든 게 꽉 차 있었다
돼지바의 빨간 잼도
수박바의 초록 부분도
가득했다
꽃게탕의 꽃게도 가득했고
포카칩의 감자튀김도 가득했다
내가 커버렸을 땐
모든 게 작아져버렸다
<장려상>
마을
장유진 (봉래중 3학년)
조금 더 어릴 때는
밉기만 했던 작은 마을
촌놈이라는 작은 꼬리표 싫어
밉기만 했던 우리 마을
하늘 위 둥둥 떠다니는 뭉게구름
저걸 타고 도망갈까
구름아 나도 데려가
떠나고 싶던 우리 마을
16년 엄마 뱃속부터 오늘까지
나와 함께 지낸 우리 마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정들어버린 우리 마을
밉기만 했던 우리 마을
미움을 준 나에게 선물을 준 우리 마을
구름과 함께 떠나면 꼭 챙기라고
추억 한 보따리 가득 담아준
고마운 우리 마을
먼 훗날 네가 준 선물 바리바리 싸들고
구름 손 잡고 놀러올게
<장려상>
어린 날
명준영 (녹동고 1학년)
11월 12일 전남대학교에 가서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하고 싶은 공부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갔습니다.
고맙게도 그 날 만난 네 분 모두가 반겨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네 나이에 하고 싶은 걸 일찍 찾았구나, 너 참 멋있다”
학교에서 3학년 진로‧진학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하시기에 갔습니다.
고맙게도 우리 미래에 도움 될 만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너희 나이 대에 최대한 일찍 진로를 찾아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꿈을 찾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멋있다, 얼른 준비해서 꿈을 이루렴.”
우리나이 17살, 20년도 채 살지 못한 어린 날에 어른들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빨리 꿈을 찾아라.”
학교 끝나면 10시, 집에 가면 11시 청춘을 즐길
시간도 없는 우리에게 어른들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청춘을 즐겨라”
지나간 어린 날에, 나는 꿈을 묻는 어른들께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여태껏 뭐했어?”
지나간 어린 날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지나간 어린 날, 나는 무얼 했을까요?
꿈을 찾은 나는 저 편에서 친구들을 바라봅니다.
아직 꿈을 찾지 못한 내 친구들을요
어른들은 말합니다. 20년도 다 못 산 우리에게 평생 이룰 꿈을 찾으라고
어른들은 말합니다. 12시간이 넘게 학교에 있는 우리에게 청춘을 즐기라고
그런데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는 당신들은 자신을 위한 꿈이 있냐고
평생을 이룰 꿈이 있냐고.
하지만 나는 입을 다뭅니다. 나는 겁쟁이니까요
그런데 내가 만약 그들에게 묻는다면
어른들도 대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지나간 어린 날을 부끄러워 할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