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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밀양 얼음골은 '겨울'..얼음이 '꽁꽁'
온도계 눈금 0도 가리켜..얼음 바닥 위에 고드름까지 생겨
(밀양=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와~ 정말 춥다 추워"
5일 오후 경남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천왕산 중턱에 자리잡은 천연기념물 제224호 얼음골의 온도계는 0도를 가리키고 있다.
창원기상대가 이날 낮 12시를 기해 밀양시 등 경남도내 5개 시ㆍ군에 폭염주의보를 내렸지만 얼음골을 찾은 피서객들은 온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한기를 느낀다.
해마다 봄이 시작되는 3월 중순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이 곳은 한여름까지 하얀 얼음과 고드름을 구경할 수 있는 신비로운 곳이다.
얼음골은 차가운 공기가 겨울에는 바위 밑으로 내려간 뒤 여름이 되면 따뜻한 공기가 누르는 힘에 의해 경사면 아래 바위 틈으로 빠져 나오는 원리로 얼음을 만드는 것으로 과학적으로 규명이 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꽁꽁 언 얼음골 주변에 있으면 금세 몸이 차가워지고 계곡 아래로 흐르는 물에 손발을 담그면 차갑다 못해 시릴 정도다.
울산에서 온 박성미(42)씨는 "이 무더위에 하얀 얼음이 바닥에 가득하고 고드름까지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정말 너무 신기하다"며 "오늘 날씨가 꽤 더워 폭염주의보까지 내렸는데 이 곳에 있으니 정말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말했다.
얼음골에서 일하는 김상순씨는 "허준 선생이 자신의 스승인 유의태 선생의 시신을 이 곳에서 해부를 했다고 전해질 만큼 자연 그대로의 냉장고"라며 "얼음은 여름 휴가철인 이달 말이나 길면 다음달 중순까지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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